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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Sep 27. 2022

마음껏 동정 받기

가끔씩 고아가 되는 상상을 한다



임솔아 작가의 <아무 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을 읽었다. 어떤 책은 읽다보면 이 작가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건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여전히 읽고,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너무 큰 위로가 됐다.


나는 우리 가족을 좋아하지만, 가끔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나에게 짐이나 부담처럼 느껴져서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그냥 내가 너무 힘들 때, 그래서 아예 불쌍한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순간에 주변으로부터 마음껏 동정받고 싶어질 때가 있어서. 혼자였으면 더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 수월했을 거라는 가정을 한다. 당연히 이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의 핑계겠지만.




엄마나 할머니가 알면 너무 속상할 테니까 입밖으로 이런 생각을 꺼낼 수는 없지만, 가끔은 고아가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가족들 앞에서는 취하지 않았다. 어쩌다 술을 마시는 순간에도 한 잔, 많이 마시게 되더라도 주량을 넘기지 않았다. 어른들 앞에서 실수를 할까 봐 걱정된 게 아니라, 상처를 줄까 봐 걱정이 됐다. 마음 속에 있는 말이 튀어나올까 봐. 너무 많이 원망하고 슬픔을 쏟아낼까 봐. 그런 생각을 하면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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