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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Sep 27. 2022

아들이라고 부르지 좀 마

나는 엄마가 나를 '아들-'하고 부르는 게 싫(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아들-'하고 부르는 게 싫(었)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꼭 다정하게 '아들-'하고 부르는 목소리. 사람들 앞에서 내 이름을 두고 굳이 '아들'이라고 부르는 게, 괜히 나에게 아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만 같아서. 좋은 아들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앞으로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들을 반복해서 확인시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엄마를 엄마라는 말 말고 어떤 단어로 불러야 하는지 모른다. 아들이라고 불리기 싫다면서도, 엄마를 늘 엄마라고 불렀는데. 


엄마는 엄마의 역할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그 역할을 상기시켜주는 존재를 항상 곁에 두고서. 내가 태어난 뒤로 엄마라는 말을 늘 들어오면서도 한번도 나에게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내가 아들이라고 불린 날들보다 엄마라고 불린 날들이 언제나 더 많을 텐데. 나는 늘 질 수 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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