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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Jan 24. 2023

슬픔은 나누면 곱절

절반, 두배, 또는 '슬'과 '픔'


설날.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본가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삼촌이 "너네집은 빌라왕 아니지?"하고 물었다. "서울에 너네 동네 신축빌라는 다 빌라왕이라던데... 혹시 너네 집도 빌라왕인거 아니야?" 조금 당황했지만 며칠 전부터 예상해왔던 상황이었다. 혹시 설명절에 가족들이 빌라왕 얘기 꺼내면 어떻게하지?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아니면 거짓말을 할까? 나는 거짓말하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몇가지 대답을 만들어놨었지. 그래서 능청스럽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당황해서 들켜버렸을지도 모른다. 응. 나도 사기 당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라고. 


왜 가족들에겐 말할 수 없었을까?

- 걱정할까 봐?

-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 내가 바보 같고 부끄러워서.

- 잘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아마 이 모든 것이 대답이 될 것이다. 애인이나 친구들에게는 어찌저찌 웃으며 말할 수 있었지만, 가족에게 말하는 순간, 엄마와 할머니가 알게 되는 순간 이건 모두의 일이 되어버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해결할 수 없는' 가족 모두의 일. 그건 내가 가장 잘 아는 기분이다. 가족끼리 모일 때면 슬금슬금 새어나오는 각자의 사정들. 슬픈 이야기. 나까지 속상한데, 화가 나고 답답하고 막막한데,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가족의 일이란 게 다 그렇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거 같다. mbti T와 F의 차이였나? 슬픔을 반으로 나누면? 극 T 성향인 사람들은 '슬'과 '픔'이라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될까? 아니면 두배가 되려나? '슬'과 '픔'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절반이니까. mbti가 뭐든 상관이 없다. 가족의 슬픔은 나누면 곱절이 된다. 특히 그게 '나'는 해결할 수 없고, '돈'이 많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지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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