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에세이 - 3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by 안녕

카디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2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디 어머님이 세상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어머님이 짧은 영어 단어들을 한 단어 한 단어 이어가며 환영인사를 건넸다. 처음 카디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머님은 프랑스어와 세네갈어만 평생 쓰시며 살아오셨는데, 내가 세네갈에 온다고 한 그날부터 가족들과 최대한 영어로만 대화를 하며 짧은 영어 문장들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해 프랑스어 한 자 더 공부해오지 못한 내가 괜히 부끄러워지던 찰나, 어머님이 나를 향해 활짝 웃으시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춤..? 계단을 오르다 당황하던 나는 6년 전 스카이프 화상통화가 떠올랐다. 방에서 카디 가족들과 스카이프를 할 때면 어머님은 당시 세네갈 MZ세대(?)들이 즐겨하는 춤을 춰주시곤 하셨는데, 6년 후 그 기억을 잊지 않으시고 새벽 2시에 환영인사 겸 춤을 춰주시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영어와 짧은 프랑스어 단어들을 조합해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던 나는 어머님의 춤을 같이 따라 추며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춤으로 모든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세네갈 바이브 한껏 넘치는 환대를 받고 카디 방에 짐을 푸려는 순간, 카디가 이제 나가서 놀자고 씨익 웃어 보인다. 이 시간에..? 하긴, 학생 때 새벽 3시에 야식해먹던 우리였으니 별로 이상할 건 없긴 하다. 다시 한번 기사님의 운전 덕에 편하게 도착한 곳은 'La Payotte'라는 레스토랑 겸 바였다. 바닷소리가 시원하게 밀려오는 해변가 바로 앞에 위치한 바였는데, 맥주 한 잔 하며 바라보는 대서양의 새벽 밤바다는 내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회사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는 사실을 까만 바닷속으로 까마득히 잊어버리라는 듯하다.

20180924_014256.jpg 다카르 레스토랑 'La Payotte'


다음 날, 눈을 뜨니 햇살이 들이친다. 날이 밝아서야 카디의 집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총 4층으로 지어진 맨션에서 카디와 가족들, 그리고 상주해서 일하는 하우스키퍼들이 살고 있었다. 내 친구, 정말 부자였나 보다. 맨션 옥상에 있으니 다카르의 쨍한 하늘과 시원한 바다가 아침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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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을 동안 식탁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앞에 놓인 과일들의 쨍한 색깔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세잔의 정물화는 책 속에서나 보는 그림인 줄만 알았지, 정말 이렇게 가만히 그 색의 존재만으로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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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라는 어머님의 따스한 인사를 곱씹으며 다른 휴양지도 아닌 세네갈의 친구 집, 바로 여기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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