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카디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2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디 어머님이 세상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어머님이 짧은 영어 단어들을 한 단어 한 단어 이어가며 환영인사를 건넸다. 처음 카디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머님은 프랑스어와 세네갈어만 평생 쓰시며 살아오셨는데, 내가 세네갈에 온다고 한 그날부터 가족들과 최대한 영어로만 대화를 하며 짧은 영어 문장들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해 프랑스어 한 자 더 공부해오지 못한 내가 괜히 부끄러워지던 찰나, 어머님이 나를 향해 활짝 웃으시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춤..? 계단을 오르다 당황하던 나는 6년 전 스카이프 화상통화가 떠올랐다. 방에서 카디 가족들과 스카이프를 할 때면 어머님은 당시 세네갈 MZ세대(?)들이 즐겨하는 춤을 춰주시곤 하셨는데, 6년 후 그 기억을 잊지 않으시고 새벽 2시에 환영인사 겸 춤을 춰주시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영어와 짧은 프랑스어 단어들을 조합해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던 나는 어머님의 춤을 같이 따라 추며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춤으로 모든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세네갈 바이브 한껏 넘치는 환대를 받고 카디 방에 짐을 푸려는 순간, 카디가 이제 나가서 놀자고 씨익 웃어 보인다. 이 시간에..? 하긴, 학생 때 새벽 3시에 야식해먹던 우리였으니 별로 이상할 건 없긴 하다. 다시 한번 기사님의 운전 덕에 편하게 도착한 곳은 'La Payotte'라는 레스토랑 겸 바였다. 바닷소리가 시원하게 밀려오는 해변가 바로 앞에 위치한 바였는데, 맥주 한 잔 하며 바라보는 대서양의 새벽 밤바다는 내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회사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는 사실을 까만 바닷속으로 까마득히 잊어버리라는 듯하다.
다음 날, 눈을 뜨니 햇살이 들이친다. 날이 밝아서야 카디의 집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총 4층으로 지어진 맨션에서 카디와 가족들, 그리고 상주해서 일하는 하우스키퍼들이 살고 있었다. 내 친구, 정말 부자였나 보다. 맨션 옥상에 있으니 다카르의 쨍한 하늘과 시원한 바다가 아침을 반겼다.
부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을 동안 식탁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앞에 놓인 과일들의 쨍한 색깔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세잔의 정물화는 책 속에서나 보는 그림인 줄만 알았지, 정말 이렇게 가만히 그 색의 존재만으로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라는 어머님의 따스한 인사를 곱씹으며 다른 휴양지도 아닌 세네갈의 친구 집, 바로 여기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