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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Aug 29. 2020

1주 차. 발표 불안증 극복하기(1)

1-1

30년 차가 넘은 아나운서도 떤다. 나도 떤다.  
그렇기에 당신이 떠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국 입사 초기, 늘 방송으로만 만났던 엄청난 선배님들에게 직접 교육을 받던 그 황홀했던 때에 선배들 중에서도 대선배님의 라디오 뉴스에 직접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것도 선배님이 뉴스를 리딩하시던 몇 평 안 되는 뉴스룸 안에 직접 들어가서 말이죠. 혹시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방송에 나갈까봐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조심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선배님은 이제 이렇게 뉴스하시는 게 하나도 안 떨리시겠어요?"
"아니, 나도 여전히 매일매일 떨려."
 
사실 당연히 "응, 매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안 떨리더라고."라는 대답을 기대했습니다. 30년을 했는데도 떨리다니요! 그렇다면 저 역시도 앞으로 계속 방송할 때마다 긴장될 거라는 말이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방송'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해도 그렇게 뉴스를 매일 30년 넘게 해 오신 대선배님이 여전히 떨리신다니요!
 
근데 생각해 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음, 사실 저는 스스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전혀 안 떨린다고, "나는 무대 체질이야."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요. 돌이켜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증거들이 참 많았습니다.  
 
중학교 방송부 때의 일이었는데요. 제가 학교 행사를 진행하고 나면 아무도 제가 썼던 마이크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마이크에 제 손에서 난 땀이 잔뜩 묻어 있었거든요. 근데 재밌는 건 저는 몸에서 땀이 많이 안 나는 편이라는 거예요. 어릴 땐 그게 너무 심해서 부모님이 몸에 문제가 있나 걱정하셨을 정도로요. 하지만 제가 쓴 마이크는 땀에 젖어 있었다는 것이죠. 결국 마이크에 묻어 있던 저의 땀은 제가 진행을 하면서 꽤나 긴장을 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 하나 알려드릴까요? 대학을 다닐 때 제가 가장 긴장하던 시간은 바로...교수님이 출석을 부르실 때였습니다. 제 이름을 언제쯤 부르실지를 아는데도 그 순서가 가까워질수록 왜 그렇게 마음이 두근두근했는지. 졸업할 때까지도 그랬어요. "네!"라고 한 마디도 안 되는, 한 음절의 대답을 하는 것이 뭐가 어렵다고 그렇게 긴장을 했을까요. 3천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있는 공연장에서 사회도 봐보고, 매일매일 생방송도 하고, 전국 팔도에서 늘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넘치게 강의도 하는 제가 출석체크 때 그렇게 긴장을 했다는 사실이 재밌지 않나요?
 
경복대학교 뷰티매니저과에서의 스피치 수업 개강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월요일 1교시 수업이었기에 8시 50분쯤 강의실에 들어가서 미리 온 학생들의 첫인사를 받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강의안 PPT를 열고 출석부를 보며 수업 준비를 했지만...사실 그 모든 게 '척'이었어요. 너무 떨려서 그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 학생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른 데 더 집중하려 했던 거죠. 출석부에 있는 이름 하나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나중에 학생들과 친해진 후에 이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혹시 수업 첫날 기억하냐고 물으면서 말이죠. 제가 수업 전에 너무 긴장해서 "너희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괜히 강의안이랑 출석부만 들여다보는 척했다"라고 얘기했더니 학생들이 다 믿지 않았어요. 첫날부터 교수님은 자신감 넘치게 수업하셨다고, 긴장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말하고, 웃고, 강의할 수 있냐고 말이죠.
 
매일 30년 넘게 뉴스를 해온 아나운서도 여전히 긴장을 합니다. 남들 앞에서 늘 자신감 넘치게 방송과 강의를 하는 저의 마이크도 땀으로 가득 젖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할 때 떨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즉, '발표 불안증'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라는 말이죠.
 
그럼 우리는 왜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떨리는 걸까요? 그리고 왜 어느 때는 팔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떨리는데 또 어떤 때는 별로 안 떨리는 걸까요? 크게 두 가지예요. '내가 이 상황을 얼마나 중요하게 느끼는가'와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가 불안증 정도에 영향을 줍니다.  
 
한 번 비교해볼까요? 너무나도 가고 싶은 기업의 최종 면접과 친구가 같이 하자고 권유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해보려 하는 동아리의 면접을 볼 때 중 어떤 때 더 떨릴까요? 당연히 전자겠죠? 우리한테 훨씬 더 중요한 면접이니까요. 그 상황을 우리가 중요하게 여길수록 불안증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똑같이 취업 면접과 동아리 면접이어도 그 긴장도가 정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별로 취직하고 싶지 않은데, 아직 그렇게 절실하지도 않은데 부모님 등쌀에 못 이겨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억지로 보는 취업 면접과 내 대학 생활을 다 걸어도 될 정도로 꼭 하고 싶은 동아리의 면접이라면? 이때는 동아리 면접 볼 때가 더 떨리겠죠. 철저히 주관적이라는 겁니다. 결국 내가 얼마나 이 스피치 상황을 중요하게 느끼느냐에 따라 긴장되고 불안한 정도가 다르다는 거죠.  
 
두 번째로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또 한 번 가정을 해보죠. 썸을 타고 있는데 이제 슬슬 고백을 해야 할 타이밍이 된 것 같습니다. 썸남 또는 썸녀와 아직 "사귀자"라는 말만 안 했지 벌써 썸을 한 달 넘게 타고 있고, 은근 손도 잡아봤고, 매일 밤마다 통화도 하고 있다면? 고백하는 게 그렇게 떨리거나 어렵지 않겠죠. 이미 사귀고 있는 사이나 마찬가지이니 고백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근데 썸을 타고 있는데 그렇게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만나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한다면? 아마 고백하고 나서 썸남 또는 썸녀의 대답이 나올 때까지 굉장히 떨릴 것입니다. 내 고백을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 모르니까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불안은 적어지고 반대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불안은 커집니다.
 
자 지금까지 발표 불안증이 왜 생기는지, 왜 그 정도가 때마다 다른지 배워봤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발표 불안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죠? 잠깐 쉬었다가 할까요.





<자칭 꼰대교수의 강의 노트 1-1>


1. 발표 불안증이란?

-모든 사람이 느끼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


2. 발표 불안증의 정도

-'내가 느끼는 상황의 중요성'과 '성공 가능성'이 불안 정도를 결정.

-상황의 중요성이 높거나 성공 가능성이 낮으면 = 불안 정도 높아짐.

-상황의 중요성이 낮거나 성공 가능성이 높으면 = 불안 정도 낮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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