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운서 Aug 31. 2020

1주  차. 발표 불안증 극복하기(2)

1-2.  
조금 미친 것 같지만,
"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다니 너무 설레!!!"라고 생각해보기
 
 
혹시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연인과 손을 처음 잡았을 때 가슴이 두근거릴 때와 수능 1교시 국어영역 직전에 가슴 두근거릴 때의 느낌이 비슷하지 않나요? 앞은 우리가 설렐 때고 뒤는 우리가 긴장할 때인데...사실 두 경우 모두 '가슴이 두근거린다'라는 것 자체는 같잖아요? 다만 그 느낌을 우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냐의 차이겠죠.
 
영어 사전을 보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butterfly'라는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검색해보면 'butterflies'의 형태로 쓰였을 경우 그 뜻에 '불안한 마음'과 '가슴설렘'이 함께 있습니다. 나비의 날개가 팔랑 거리듯 우리의 마음이 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때의 상태를 '불안'과 '설렘'으로 봤다는 걸까요? 어찌 되었든 이 역시 영국인, 또는 미국인들이 긴장과 설렘을 크게 다르지 않게 봤다는 증거가 되겠죠.  
 
그래서 제가 스피치나 어떠한 상황을 앞두고 크게 긴장하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 바로 이겁니다. 조금 미쳐 보일지 몰라도 "나 긴장돼"가 아니라, "나 지금 너무 설레!"라고 입 밖으로 내면서 표현해보라는 거죠. 어차피 가슴 두근 거리는 게 같다면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해보는 거예요. 재밌는 건 그러다 보면 그러고 있는 스스로가 웃겨서라도 긴장이 확실히 완화됩니다. 웃게 되고요. 긴장보다는 분명 설렘에 가까워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발표 불안증을 대하는 첫 번째 원칙이에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 시작이 "나 긴장돼"가 아닌, "나 설레"인 것이고요.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불안은 불안을 부르거든요. 긴장할 때 "긴장하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긴장되지?" 등의 생각을 하면 그 불안은 더 큰 불안으로 이끕니다. 하지만 제가 계속해서 말씀드리는 대로 긴장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당연하다고 인지하는 걸 조금 더 넘어서 "나는 지금 설레는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스피치 역시 긍정적으로 끝날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또 앞에서 제가 상황이 얼마나 중요하냐, 그리고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가 불안 정도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그 상황의 중요성이나 성공 가능성 역시 분명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크단 말이죠. 그렇기에 이 두 가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발표 불안의 그 정도 역시 낮출 수 있습니다.  
 
발표 불안증을 대하는 두 번째 원칙은 '솔직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사실 말로 먹고사는 소위 저 같은 '프로'가 아닌 이상 청중들 중 연사인 여러분이 긴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볼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떨리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아니 사실은 저같이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늘 떨린다니까요? "내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차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은 그래서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뭘 어떻게 솔직하라는 것일까요? 나의 불안감을 솔직하되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앞에서 제가 긴장감을 '설렌다'라고 스스로에게 표현하라는 것과도 연관되겠네요. 다만 이번엔 그걸 청중들에게 말하라는 게 다릅니다.  
 
아니, 청중들한테 내가 지금 긴장된다고 말하라고요?! 네,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본격적인 시작 전에 숨 한 번 크게 들이켜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후, 이렇게 멋진 분들 앞에서 감히 제가 말을 하려고 하니 좀... 설레네요."라고요. 그렇게 말했을 때 청중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아빠 미소와 엄마 미소를 띤 채 스피치를 들어줄 준비를 합니다. 스피처의 그러한 솔직함이 스피처에 대한 신뢰를 높이게 되는 거죠. 또 스피처는 신뢰를 더 갖게 된 청중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보며 긴장을 풀 수 있는 거고요.  
 
발표 불안증을 대하는 세 번째 원칙은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입니다. 불안감은 사실 굉장히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나요?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를 한 번 떠올려보죠. 처음 출발하고 서서히 경사를 올라가며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의 긴장은 극도로 커져만 갑니다. 그러다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점차 적응이 돼서 종료점에 올 때쯤엔 긴장감이 사라져 있죠. 스피치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이라는 건 '예감→직면→적응→해방'이라는 이 네 단계를 거치면서 사라지거든요. 발표하러 앞에 서셨을 때 긴장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 긴장이 곧 사라진다는 것까지 기억하신다면 발표 불안증은 더 이상 여러분을 괴롭히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발표 불안증을 대하는 세 가지 기본 원칙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렸지만 사실 그 기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발표하는 여러분 스스로를, 해야 할 스피치 상황을, 심지어 그 순간 느껴지는 불안감마저도 긍정적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죠. 당연한 이야기라고요? 그렇다면 그 당연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스피치 상황에서도 당연해지길 마음 다해 바라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발표 불안증을 극복하는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자칭 꼰대 교수의 강의 노트 1-2> 


#발표 불안증을 대하는 기본 원칙
 
1)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그 불안증까지도.
2) 긴장된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 청중들은 생각보다 따듯하다.  
3)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불안증은 곧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주 차. 발표 불안증 극복하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