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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Sep 01. 2020

1주 차. 발표 불안증 극복하기(3)

1-3.
'무대 체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가 체질이 되게 하는 것이다.
 
'무대 체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연습 때보다 무대에서 더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서 "쟤는 무대 체질이네."라는 말을 하고는 하죠. 근데 저는 이 생각을 이렇게 반박하고 싶습니다. "연습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무대에서는 연습 때보다 더 잘하는 거예요."라고 말이죠.  
 
대학생 때 저랑 같은 조가 되는 친구들은 조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꽤나 좋아했습니다. 제가 아나운서 준비하는 것을 많이들 알았기에 '발표자'라는, 너도나도 서로에게 양보하는 그 역할을 마음 편히 저에게 시킬 수 있어서였죠. "광훈이한테 발표는 껌이잖아.", "너한테도 제일 쉬운 게 발표 아니야."라는 말들로 저에게 발표를 떠맡겼지만 친구들은 몰랐을 것입니다. 어떤 발표든, 그게 5분 짜리든, 한 시간 수업을 다 써야 하는 발표든 저는 리허설을 최소한 세 번 이상 했다는 것을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정말 재밌는 사실이에요. 발표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발표문을 써와서는 대본처럼 강대상 위에 놓고 그대로 읽는 식으로 발표를 합니다. 그런데 저는 말에 꽤나 자신이 있다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발표 전에 리허설을 세 번 이상은 했다는 거죠. 집에서 노트북에 PPT 띄워놓고 레이저 포인터까지 들고 실제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리허설이 세 번이었다면 연습은 얼마나 더 많이 했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압니다. 그 연습들이 결국 실제 발표 때 저로 하여금 굉장히 자신감 넘쳐 보이게 했다는 걸요. 실제로 연습을 엄청 많이 했기에 당연히 그 발표에 자신 있었을 수밖에 없었고요.  

자랑 아닌 제 자랑을 한 것 같은데요. 이게 바로 발표 불안증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자신감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첫 번째이자 가장 좋은 방법은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한 번 돌이켜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떠한 발표나 면접을 앞두고 얼마나 준비하고 연습했는지 말이죠. '준비'라 함은 PPT나 스피치 대본 구성 등을 말할 거고 '연습'은 그걸 실제 발표 상황에서 어떤 목소리 톤, 제스처 등으로 구현할 것인지를 말할텐데요. 아마 대부분 '준비'는 열심히 하실 겁니다. 근데 '연습'은요...? 연습도 많이 하셨나요? 자신감은 '준비'와 '연습'이라는 두 축이 균형 있게 갖춰져야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신감을 갖게 하는 다른 방법들도 있습니다. 주제와 내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면 여러분이 좋아하는, 잘 아는 주제와 내용을 선택하면 돼요. 사람이 그렇잖아요. 여러분에게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에 대해서 저에게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여러분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어요. 자유로운 스피치라면 주제부터 본인이 좋아하는 걸 선택하면 좋고요. 주제가 정해져 있다면 중간 내용이나 예시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말하면 됩니다. 당연히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긴장도 사라지겠죠?
 
청중들과 친숙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건 별로 안 떨리겠죠? 그렇다면 모르는 청중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단에 섰지만 본격적인 오프닝에 들어가기 전에 청중들과 한, 두 마디라도 나눠보면 좋습니다. 저는 아예 강의 시작하면서 청중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해요. "오늘 강의 끝나고 맛있는 것 좀 먹고 싶은데 근처 맛집 좀 추천해주세요!" 하면 '저 강사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눈으로 보시던 분들이 갑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본인의 맛집들을 소개해주시더라고요. 어떠한 '스킬'이라기 보다 정말 '대화'라고 생각하고 청중들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듣다 보면 어느새 긴장이 사라져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무대에 섰을 때 갑자기 '멍-' 해지는 경험들도 한 번씩 있지 않으신가요? 많이 준비했는데도 머릿속이 백지가 됐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때요. 그러면 보통은 다들 패닉에 빠지고 맙니다. 사실은 몇 초 되지 않는 시간인데 머릿속이 하얘진 스피처에게는 정말 영겁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죠. 근데 포인트는 이미 나왔습니다. 그게 정말 몇 초 안 되는 시간이라는 거예요. 말하는 사람에게는 유독 길게 느껴지지만 사실 청중들에게는 별로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방송할 때, 라디오 방송에는 룰이 하나 있었어요. 묵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시간이 5초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죠. 라디오에서 정말 5초 동안 아무 소리도 안 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마 다들 바로 방송사고라고 생각하실걸요.
 
그런데 하루는 제가 생방송 뉴스를 하다가 끝낼 시간이 다가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은 거예요. 이미 저는 마무리 멘트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원래는 "CBS 뉴스 안광훈입니다. CBS" 이렇게 마무리하던 걸 "CBS뉴스를 마칩니다....안광훈입니다....CBS...." 이렇게 겨우 끝낸 적이 있어요. 정말 저 사이사이를 계속해서 시계를 보며 딱 4초씩 새면서 했는데 그 4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끝나자마자 선배들한테 되게 혼날 각오를 하고 뉴스룸을 나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더라고요? 나중에 제 뉴스를 직접 모니터링해보고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막상 들으니까 듣기에는 저 4초가 별로 안 긴 것 있죠?  
 
그래서 결론은요. 멍 때려도 됩니다. 청중들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어요. 오히려 그 순간적인 망각 상황에서 패닉에 빠져 불안이 불안을 낳게 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멍 때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 제가 잠깐 잊었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솔직히 말하면 청중들은 이해하고 충분히 기다려줄 거예요.
 
쓰고 나니 길어졌지만 이것 하나만! 누군가 앞에서 말하기 전에 이렇게 한 번 읊조리고라도 시작해보세요. "긴장해도 된다. 당연한 거다. 이 긴장은 곧 사라질 거고 난 잘 끝낼 수 있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분명 그 말에는 힘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자칭 꼰대 교수의 강의 노트 1-3>


#발표 불안증 극복 방법
 
1) 자신감은 '준비'와 '연습' 두 가지 축이 모두 갖춰져야 생긴다.  
2) 자신이 좋아하는, 잘 아는 주제나 내용을 선택한다.   
3)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청중들과 조금이라도 친숙해진다.  
4) 멍 때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청중들에게는 결코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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