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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Sep 18. 2020

4주 차. 말을 잘하는 사람?(2)

적을 알기 전에 나를 먼저 알자.


때는 20대 초반, 제가 한참 열심히 연애를 할 때였죠. 그런데요. 누구를 만나도 제 연애가 늘 비슷한 패턴으로 끝나는 거예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봤는데(?!) 연애 초반만 조금 다를 뿐, 중반부터는 연애 양상이 그 전과 비슷해지기 시작하면서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연애가 끝났죠.  
 
이유를 정말 열심히 고민해봤습니다. 그래서 늘 상대에 대해서 잘 분석하고, 그녀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고 또 저 자신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나 스타일에도 더더 신경을 썼죠. '결과가 달라지려면 과정이 달라져야 한다!'라는 신념 아래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리 많은 과정을 바꿔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저의 연애는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휴, 지금은 이 말을 할 때마다 제 친구들 입에서 욕이 나오지만 사실 당시에 저는 제가 정말 '착한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착한 남자 매력 없어'라는 말을 들으면 진심으로 기분 나빠할 정도로요. 하지만 저는 스스로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죠. 연애에 있어서 저는 착한 남자보다는 나쁜 남자에 더 가까웠거든요(!).
 
아무리 상대에 대해서 잘 알아도, 또 나아지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산출되는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스피치도 마찬가지고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스피처인 자신에 대해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할 것은 왜 스피치를 하는지 그 '이유'입니다. 물론 교수님이 과제로 내줘서, 부장님이 시켜서 등 내 의지가 아닐 경우가 많겠죠. 하지만 하기로 했다면 이제 이 스피치를 해야 하는 '나의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스피치를 통해 청중들에게 어떠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다, 또는 청중들을 설득하고 싶다, 아니면 청중들에게 흥미나 감동을 주고 싶다 등의 스피치 자체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요. 이 스피치를 함으로써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보여주겠다, 또는 나의 능력과 지식을 인정받겠다 등까지. 내가 이 스피치를 해야 하는, 하고 싶은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바로 앞 장에서 말했던 '공신력' 기억하시나요? 제가 강의하는 내내 "이거 기말 시험에 꼭 낸다!"라고 대놓고 말했을 정도로 강조하는 게 공신력인데요. 그렇기에 자신의 공신력을 파악하는 것 역시 너무나 중요합니다. 내가 이 스피치 주제에 대한 능력, 즉 지식이나 전문성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있는지, 마지막으로는 내 말을 들을 청중들에게 나는 과연 선의를 갖고 있는지, 그래서 그들이 나에게 신뢰감을 느낄지 말이죠.  
 
공신력에 대해서는 자신을 분석하는 데서만 끝나면 안 됩니다. 부족한 부분들은 최대한 노력해서 조금이라도 더 채워야 해요. 능력이 부족하다면 앞에서도 말했듯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겠죠. 능력 자체를 높일 수 없어도 조금 더 세련되고 정제된 언어를 쓰거나 단정한 복장을 챙겨 입는 것도 보조적인 수단이 됩니다. 나머지 두 가지는 마음가짐의 문제잖아요. 주제에 대한 열정이 없고, 청중에게 선의가 없어서 신뢰성을 못 얻을 것 같을 때 스피치를 안 할 수 있다면 물론 제일 좋겠죠.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조금 더 몰입해보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해 봐요. 내가 스피치를 하는 그 시간은 나만의 것은 아니니까요. 열정 없고, 하기 싫은 표정으로 하는 내 말을 듣는 청중들은 무슨 죄예요. 이왕이면 잘해서 청중들은 진심으로 박수 쳐주고 나는 어깨 한 번 으쓱-할 수 있으면 모두가 좋지 않을까요. 칭찬받고 인정받는 거 싫어하시는 분은 없으시죠?  
 
스피치 스킬 면에서 자신이 가진 장단점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것에 맞춰서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스피치를 해야겠죠. 제일 좋은 방법은 저 같은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 한 번 하고 장단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거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잖아요. 본인이 스피치를 하는 모습을 한 번 촬영해서 보고 셀프 피드백이라도 꼭 해보세요. 물론 처음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 겁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방송을 했던 저도 지금도 힘들어요.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스스로를 보지 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러면서 조금은 너그럽게 봐줄 필요도 있어요. 제가 중간중간 쓰는 '자칭꼰대교수의 단짠단짠 피드백'도 참고해보시면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스피치 하나 하면서 이렇게까지 분석을 해야 해?"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조금 더 단적으로 말하면 사람들 앞에서 말을 더 잘하고 싶어서, 또는 스피치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조금 귀찮아도 스피처로서의 자신을 한 번 분석해 보세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던 생각이 "이렇게 하니 스피치하기 쉬워지네"로 바뀔 거라고 저는 확신하거든요. 왜냐고요? 이 말이 제 말이 아닌, 저의 수업을 들은 제자의 말이었으니까요.

  
 


<자칭꼰대교수의 강의 노트 4-2>


#스피처의 자기 분석
 
1) 스피치를 해야 하는, 또는 하고 싶은 이유
2) 스피처로서 나의 공신력
3) 스피치 스킬 면에서의 나의 장,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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