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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Sep 25. 2020

5주 차. 스피치의 진정한 주인공(2)

백종원 대표가 골목식당을 분석하듯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하는데요. 보다 보면 출연자가 아닌 저까지도 긴장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백종원 대표님이  음식을 혼자 드신 후에 (총으로 종종 오해받기도 하는) 작은 카메라를 들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시는 순간이요. 거기서 백 대표님은 정말 디테일한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점검합니다. 재료는 어떤 걸 쓰는지, 보관 방식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식기구 관리는 잘 되어 있는지, 구석구석 청소가 덜 된 부분은 없는지 말이죠.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주방을 봐야 하나 싶었어요. 괜히 군대에서 군기 잡기 위해 점검받던 시간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단순히 생각하면 사실 사장님의 음식 하나만 먹고 평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백 대표님은 음식 자체는 기본이고 주방 상태, 가게의 구조, 주변 상권, 손님층, 심지어 사장님의 성향까지 분석을 하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사실은 그렇게까지 해야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스피치도 마찬가지예요. 앞 장의 '자기 분석'부터 계속 강조해오고 있는 거지만 스피치가 단순히 나 혼자 내용 잘 준비해서 잘 말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식당 한 곳이 성공하기 위해 분석해야 할 요소가 저렇게 많은 것처럼 우리의 스피치 하나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나부터 시작해서 청중까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청중에 대해서는 대체 무엇을 분석해야 할까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청중의 구성'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일단 내 스피치를 들을 청중이 몇 명 정도 되는지, 즉 청중의 크기는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알아봐야겠죠. 청중의 크기가 작으면 대화하듯이 편한 스타일의 스피치를 해야 할 거고 청중의 크기가 크면 연설하듯이 소리도, 제스처도 크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중들의 동질성, 즉 성별이나 연령대, 관심분야가 얼마나 비슷한지나 혹은 다른 지도 분석해야 해요. 또 이들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지 전혀 모르는 관계인지도요. 이를 통해 내가 전할 메시지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그 메시지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례를 찾게 될 수는 있겠죠. 청중이 전반적으로 20대인데 '육아'를 예로 들면 공감이 잘 안 될 거고요. 반대로 50대 이상에게 '쇼미더머니'를 예로 들어도 효과가 떨어지겠죠. 또 청중이 서로 친밀한 관계라면 리액션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올 확률이 크고, 그렇지 않다면 스피치 초반에 분위기 형성하는 데 힘을 좀 더 써야 할 겁니다.   
 
청중들이 어떤 상태로 배치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에 따라서 스피치를 실행할 때 시선처리와 동선 등이 달라져야 하거든요. 청중들의 배치 상태를 미리 알 수 있고 그걸 바꿀 수도 있다면 자신이 편한 형태로 청중의 배치를 바꾸는 것도 무척 좋은 방법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청중들이 서로를 볼 수 있는, 모둠형으로 배치되어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청중들끼리 토의나 토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는 모든 청중이 저를 향해 있는 배치가 더 편하더라고요. 또 말을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기에 세로로 긴 배치보다 가로로 긴 배치를 선호합니다. 이렇듯 자기 스타일에 맞게 청중의 배치를 바꾸면 편해져요. 그럴 수 없다면 반대로 청중의 배치 상태에 맞게 자신의 스피치 스타일을 바꿔야겠죠. 
 
청중들의 기본 구성이 파악됐다고 끝이 아닙니다. 위에 열거한 게 '기본'이에요. 이제는 조금 더 높은 차원으로 청중들을 분석해 봐야 합니다. 청중들의 지식수준 역시 스피처가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요. 정확하게는 스피치 주제에 대해서 청중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피처가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청중들이 주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면 최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쉬운 설명과 사례들로 스피치를 풀어가야겠죠. 하지만 반대로 청중들이 스피치 주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앞과 같이 하는 건 시간 낭비만 될 겁니다. 
 
청중의 욕구 또한 파악해야 합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청중들은 어떠한 욕구, 필요, 흥미, 동기 등을 갖고 스피치를 듣습니다. 절대 아무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앉아 있지 않아요. 제 이야기로 끌고 가볼까요.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어떠한 욕구를 갖고 강의 시간에 앉아 있을까요. 누군가는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누군가는 교수인 저의 예쁨을 받고 싶어서(?!), 또 누군가는 강의 시간에 친구랑 수다 떨려고, 그리고 누군가는 학교에 나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등 참 다양한 이유를 갖고 앉아 있겠죠. 각자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는 없지만 "공신력 이거 진짜 중요하니까 시험에 꼭 낼 거예요"라고 말하면 성적을 잘 받고 싶은 친구들의 눈빛이 반짝일 거고요. 제 수업을 이미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듣고 있는 친구들은 사례를 들거나 할 때 괜히 이름 한 번 더 불러주고요. 친구랑 수다 떨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친구들을 위해서는 조금 더 수업을 잘 듣도록 재미있는 사례를 든다면 제 강의를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더 잘 듣게 되겠죠? 청중들의 욕구와 필요, 동기 등을 파악하면 내 말을 훨씬 더 잘 듣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청중의 감정 상태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거죠. 면접 상황이라고 한다면 면접관이 내 말을 듣는 청중이 되겠죠. 근데 면접관들이 기분이 좋아 보여요. 그렇다면 답변을 할 때 조금 가벼운 농담도 하면서 편하게 말을 해도 괜찮겠죠. 그런데 면접관들이 무척이나 예민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면요? 그런 때 어쭙잖은 농담 하나는 분위기를 더 급속도로 냉각시킬 겁니다. 
 
스피치는 우리가 하고 싶은, 또는 해야 하는 말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아무리 잘 준비했다고 해도 청중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거나,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의 스피치는 '전송 실패'가 될 거예요. 물론 그렇다고 청중을 너무 고려해서 A부터 Z까지 청중에게 다 맞춘, 청중이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스피치도 하면 안 되겠죠. 스피치를 위한 준비와 연습은 기본이고요. '스피처'인 나에 대한 분석, 그리고 '청중'에 대한 분석까지가 모두 갖춰졌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스피치'를 할 수 있다고 최종적으로 정리하며 오늘의 강의를 마칩니다. 



<자칭꼰대교수의 강의 노트 5-2>


#청중 분석의 세부 요소 
 
1) 청중의 구성(크기, 동질성, 배치 등)  
2) 스피치 주제에 대한 청중의 지식수준 
3) 스피치에 대한 청중의 욕구, 필요, 동기 
4) 청중의 감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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