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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Jan 20. 2021

말, 하나만 달라져도 많은 게 달라진다.

7주 차. 말의 강조와 변화 (2)


스피치에 대한 강의를 다니면서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의 하나는 'Variation', 즉 '말의 변화'입니다. 호흡, 발성, 발음 등은 아무리 잘 배워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어느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말의 변화는 배운 즉시 바로 적용해볼 수 있죠. 또 많은 걸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어디에서 쉴지, 힘을 줄지, 속도를 천천히 할지 정도만 고민하면 돼요. 할 건 많지 않은데 효과는 가장 드라마틱하기에 효율주의자인 제가 참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말의 변화를 어떻게 둘 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톤, 속도, 크기, 쉼 이렇게 크게 네 가지로 나눠서 이야기를 할텐데요.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는 건 하나하나 다 완벽하게 분리되지는 않는다는 것.  실제 말 생활에서는 톤과 속도, 속도와 쉼을 같이 쓰는 등 섞어서도 많이 쓰니까요. 본인에게 가장 편한, 그리고 내용상 가장 적합한 변화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말의 변화 첫 번째는 '톤'입니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톤이라면 무척 지루하겠죠. 말하기 상황에서 내가 말하는 내용과 가장 적합한 톤들이 사용이 돼야 해요. 우리의 말 안에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내용과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심지어 한 문장 안에서도 중요한 단어와 중요하지 않은 단어가 나눠져 있으니 그에 맞게 말하는 음도 조금씩 바뀌어야 합니다.  
 
아나운서들의 뉴스를 들으면 톤이 일정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정말 뉴스를 잘하는 아나운서들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뉴스 기사가 어떻게 구성이 돼있죠?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고 뒤로 갈수록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죠. 그렇기에 아나운서들은 흔히 '리드'라고 하는 첫 문장을 가장 힘 있게,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톤으로 읽습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조금씩 힘과 톤을 떨어트리죠. 그리고 한 문장 안에서도 주어나 목적어, 서술어 등 내용 상 중요한 부분은 더 잘 들리게 조금 더 높은 음으로, 조사나 어미 등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감추듯이 낮은 음으로 처리합니다.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다 보면, 평소에 귀엽게 말하는 친구들의 경우 "내가아~", 했는데에~" 이렇게 끝을 끌고 올리면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경우 주어나 서술어보다 조사가 더 높게 들려서 정말 중요한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반대로 "내가.",  "했는데." 식으로 끝을 내리면서 말을 하는 게 좋습니다.  
 
말의 변화를 줄 두 번째 요소는 '속도'입니다. 속도 역시 톤에서 말한 것과 똑같이 내용의 중요성으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말할 내용 중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 상대나 청중이 꼭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은 천천히, 반대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 지루함을 느낄 만한 부분이라면 빠르게 말을 하는 게 좋죠. 한 문장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조금 늘이면서, 조사나 어미 접미사 등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처리해준다면 훨씬 잘 들리게 되겠죠.
 
 세 번째는 '크기'입니다. 원리는 같아요. 내용 상 중요한 부분은 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작게 하면 되죠. 음, 그런데 저는 사실 크기 변화로 내용을 강조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계속해서 해온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스피치 트렌드는 자연스러운 스피치가 대세입니다. 그나마 정치인들의 대중 연설에서는 강조할 때 크기의 변화를 여전히 사용하긴 하지만 그것도 어느 이상을 넘어가면 부자연스러운, 웅변 같은 느낌을 주죠.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크기를 이용한 말의 변화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말의 변화 마지막이자,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쉼'입니다. 사실 '쉼'만 제대로 쓸 수 있어도 말을 강조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쉼을 쓰면 사실 자연스럽게 톤과 속도도 변화를 두게 돼요. 중요한 부분 앞에서 살짝 쉬니까 당연히 그다음 부분에 힘이 더 들어가게 되고 말의 속도도 살짝 느려지죠.  
 
 또 '쉼'은 편하기도 합니다.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의 원고가 있다면 그냥 'v'표시 하나씩만 해두면 되니까요. 의식적으로 "톤을 바꿔야 해!", "속도를 줄여야 해!" 할 것 없이 그 부분에서 한 번 쉬기만 하면 됩니다. 스피치 능력을 향상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Varitation'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게 바로 '쉼'이에요.
 
 앞에서부터 시작해서 7장은 말을 잘한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말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별 거 아닌 것 같지만요. 이 작은 요소들이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작지 않은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말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이 별 거 아니라는 건 생각해 보면 참 감사한 일이지 않나요? 그 별 거 아닌 걸 하면 되니까 말이죠.



<자칭꼰대교수의 강의 노트 7-2>


#말의 변화 네 가지 요소
 
1) 톤 : 내용 상 중요한 부분은 조금 더 높고 힘 있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낮게 힘을 빼고.
2) 속도 : 내용 상 중요한 부분은 천천히,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빠르게.
3) 크기 : 웬만하면 크기를 사용해서 내용을 강조하지는 말기
4) 쉼 : 가장 좋은 강조 방법. 중요한 부분 앞에서 살짝 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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