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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Apr 18. 2022

"왜 꼭 그래야 해요?"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울지 못한 나에게.

2년 전, 엄마가 돌아가셨다. 예상을 했냐는 질문에 무척이나 역설적인 답을 했는데 “예상은 오래 해왔는데 갑작스러웠어.”라는 말이었다. 예상을 오래 했던 건 사실 어떤 큰 병이 있으셨던 건 아니지만 엄마의 건강은 20년 전부터 꽤나 좋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늦둥이 외아들이었기에 당신은 늘 나에게 “네 친구 부모님들보다 우리가 훨씬 더 빨리 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너는 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라는 말 등으로 어려서부터 어느 정도 내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셨다.     


그럼에도 엄마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며칠 유독 몸 상태가 평소보다 좀 더 안 좋다고, 좀 오래 누워 계신다 싶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가 집에 없었다. 새벽에 아버지가 119를 불러서 입원을 시키셨다고. 코로나 19가 한참 심한 때라 아버지도 따라가지 못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그때도 엄마가 돌아가실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수술을 받으셨고 수술의 경과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돌아가시기 전날에 아버지가 병원에 다녀오셨을 때는 “중간에 위험할 뻔했는데 이제 고비를 넘겼다.”는 말까지 들으셨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안심하자마자 다음 날에 엄마는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깊은 슬픔에 빠지셨지만 상주인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장례식장을 어디로 할지부터 시작해서 화장 예약을 하고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 이성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나는 무척이나 이성적인 사람이고 그렇게 사흘의 장례식을 아무 문제없이 잘 마쳤다.     


하지만 그 사흘 동안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모두가 오열을 하는 입관의 순간에도 나는 울지 못했고 해양장으로 엄마의 유해를 뿌릴 때만 조금 터졌을 뿐, 그 이후에도 울지 못 했다.     


모두가 그런 나를 걱정했다. “터져야 하는데...” 다들 나를 걱정하니 나 역시도 나 스스로가 너무 이상하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했지만 아기들이 잠깐 울려다가 그치는 것처럼 한 5초 울다가 그치는 정도만을 반복했다. 이러다가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나부터 시작해서 내 주위 모두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걱정이 되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갔다. 아무래도 내게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의사 선생님은 딱 한 마디로 내 걱정을 싹 날려 줬다.


“왜 꼭 그래야 해요?”     


터지지 않아도 된다고. 그 감정들이 터져야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사람마다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은 다르다고. 오히려 그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큰 스트레스가 될 거라고. 그저 자연스레 두면 된다고.      

2년이 지난 지금 그 터지지 않은 울음이 내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 하면 모르겠다. 당연히 엄마가 그립고 내게 ‘엄마’라는 존재가 없다는 게 슬프긴 하지만 그 그리움과 슬픔이 나의 일상을 침해하거나 나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이런 감정뿐만 아니겠지. 많은 사람들이 괜스레 의무적으로 “이런 때는 이래야 해!”, “이 나이에는 이걸 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들.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해야 하고, 30대가 넘으면 바로 결혼을 해야 하고, 돈을 벌면 재테크를 꼭 해야 하고,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 등 가뜩이나 쉽지 않은 삶에서 우리를 압박하는 수많은 것들. 그래서 우리가 그러지 않고 있으면 뭔가 불안해지고 또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끼게 하는 것들. 그런 것들 때문에 힘들거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나 역시 이렇게 말을 돌려주고 싶다.     


“왜 꼭 그래야 해요?”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맞는 우리만의 길과 방법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래야 한다.”라는 말에 너무 마음 쓰거나 무너지지들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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