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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Jan 12. 2016

비자림을 살며시 걷는다.

고개를 살짝 들고 크게 숨을 마시며 걷기

비자림을 왔습니다.

비자림,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손길이 많이 안 간 원시림이죠.

갑자기 비자림? 제주? 

작년 9월 9일 갑자기 제주항공에서 서울-제주 항공권을 편도 9,900원에 판매를 해서 

갑작스럽게 동생과 같이 가려고 미리 예약했던 항공권이 있었어요.

시간이 좀 흐르고 오늘 1월 12일이 되었는데, 저 혼자 왔어요.

동생이 공부를 한다고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왔습니다.




제주, 

살면서 많이 왔던 곳이에요.

지인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실 분들도 많이 다녀오셨을 것이고, 저보다 더 많은 곳을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제 여행 스타일은 좀 남달라서 많이 안 돌아다니거든요.

그래서 제주 많이 왔어도 가본 곳이 적어요.


제주는 처음에 아빠와 같이 6살 때 낚시를 하러 왔던 것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때는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여름방학에 1달 동안 있다가 인천에 오고

중학교 때는 여름방학에 짧게 왔다 가고

고등학교 때는 3년 동안 한두 번?

그리고 대학교를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왔다 갔다. 심지어 당일치기도 했었고

회사 다니면서는 못 왔다가 이번에 왔네요.

여행 다녀온 것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노트를 봤는데 이번이 53번째 제주여행이에요.



다시 비자림 이야기를 해볼게요.


작년부터 좀 심하게 저를 괴롭히는 아토피 피부염이 이번 달에 많이 나았는데,

피톤치드와 맑은 공기 그리고 마음이 가벼워지면 확실하게 더 빨리 낫는 것을 경험했던지라

이번에도 왔어요.


평소에 생활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많이 길을 걷고, 이동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고개를 들고 쭉 걸었어요.


제 여행 일정에 1. 비자림, 2. 아라리오 미술관. 3. 호텔만 있어서

느긋하게 걸어봤습니다.


비자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늘을 바라봅니다. 빛이 들어와요.



고개를 돌려봅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풍경이 보이죠.



느릿하게 걸어요.



깊은 숲 속에서 저도 깊은 생각을 합니다.



제주는 하르방과 할망이 여행 온 분들을 지켜줘요.



잘 왔습니다. 제주.


숲 길을 걸으며 많은 분들을 만나게 돼요.

인사도 나눠봅니다.

수줍지만 부끄럽지만.

그리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진도 찍어드립니다.


다시 혼자 길을 걷습니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계속 걷습니다.

느리게 느리게

숨은 깊게 더 깊게 들이 마시며 제  온몸에 맑고 깨끗한 공기가 들어가 

아토피 피부염을 약하게 해줍니다.


비자림을 나왔습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요즘 초록 풀밭이 많은데, 당근이 한창 수확 중이에요.

당근 밭에서 어느 할머니가 당근 하나 주셔서 한입 베어 무니까 진짜 맛있네요.

당근과 사과 그리고 천혜향 하나 갈아서 먹기 딱 좋겠어요.


집살 때 사가야 하나.


이제 어디를 갈까요?

무엇을 먹어볼까요?


이따 호텔 체크인하고 밤에 돌아다녀야겠어요.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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