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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Aug 08. 2016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태풍이 지나가고를 보고 왔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새로운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보고 왔습니다.

최근 '환상의 빛'을 보고 또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작품을 연이어서 보고 왔는데요.


이번 작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의 마지막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동네는 10년? 20년 뒤 우리나라처럼 느껴질 정도였고요.

일본에 유령도시가 많아지고 있고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젊은 사람들은 쏙 빠지고 노인들만 남은 동네가 많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영화에는 우리나라의 주공아파트 같은 연립 주택 단지가 나와요.

우리나라는 재건축을 하고 있지만 일본은 재건축을 해도 올 사람이 없어 자연스럽게 노인들만 남게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비슷한 동네가 조금씩 생기겠죠?


이 영화 조금씩 알게 될수록 놀라는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살았던 동네에서 촬영을 한 작품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을 껴안고, 꿈을 포기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2001년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게 된 어머니를 찾아간 그날 이 영화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해요.


15년 전 상을 받았던 기억을 잊지 못해 유명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료타'가 태풍이 부는 날 헤어진 가족과 우연히 만나 하루를 보내며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예요. 


감독은 이 영화에 모든 감정을 다 담아냈어요.

태풍이 지나가고에는 기쁨과 슬픔이 같이 있거든요.


료타는 웃기면서도 안타까운 사람인데요. 재미있는 사람인데 처한 상황은 비극적이라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경륜과 복권으로 힘들게 번 돈을 모두 걸지만 계속 꽝이 나오면서도 브레이크가 없는 경륜 자전거처럼 뭐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구나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죠.

영화를 보면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전부는 아니지만 몇 대사가 잊히지 않았어요.


"난 대기만성형이야"

"아빠도 너처럼 나한테 돈 빌려달라고 했어, 너도 아빠를 닮았구나"

"네가 심은 귤나무인데, 귤이 안 난다. 심은 사람 닮은 건지…. 쓸모가 없다"라고 폭소를 자아내더니 "그래도 그 귤나무 나뭇잎을 먹고 자란 애벌레가 나비로 태어났다. 그 나비가 꼭 네 아버지 같아 말을 걸었더니 나뭇잎에 앉더라"

클라이맥스가 없는 이 영화는 고요하면서도 지나쳐버릴지 모르는 장면 장면들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어요.

며칠 전 꿈에 대한 생각을 했던 날처럼 

내 과거를 한번 훑게 만드는 영화더라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봤기 때문에

이 끝없는 여전한 상실 속에서 지금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거든요.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료타는 상실이라는 것이 쌓여있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에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는 아들을 인정해주지 않고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때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히 어머니가 장례식 이후 모든 아버지 흔적을 없앴던 것에서 바로 알 수 있었죠.

그런데 부인과 이혼을 해서 아들에게서 상실의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죠.

또 이혼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이혼하고 나서 조금씩 생각나는 소중한 가족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소중하게 생각한 모든 것들이 사람들이 사라지면 마음이 크게 비어버리고 다시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저는 료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아버지에 대한 존재, 작아지고 더 작아지지만 가족의 관계

그러면서 쌓여가는 상실,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한 질문을 강하지 않게 작은 울림으로 하는 이 영화...


삶을 단순하게 살라고 합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하라는 메시지도 던집니다.


료타가 하나둘 잃어가는 것이 많아지지만 그런데도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잃어버림 뒤에는 새로운 무언가가 생긴다고 보여주었죠.


그건 바로 희망이겠죠.


매 순간 열심히 그리고 더 소중히 살아가야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모든 작품을 순서대로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07.08.2016

8월 8일에 밀린 7일의 글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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