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N SIHYO Sep 28. 2016

아빠와 이야기를 하다.

아빠와 둘이 오랜만에 밥을 먹었습니다.

가족과는 밥을 매일 먹고 있지만 

아빠와 둘이 먹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같이 어딜 가거나 둘이 같이 앉아 있는 적은 많아요.


"요즘 준비는 잘 하고 있냐?"

"응 잘하고 있지, 아침에 일어나서 입사지원할 곳들 찾아보고 지원서 작성하고, 브런치에 글 쓰고 있고, 읽지 못한 책 읽고 있어."


"어디 어디 지원하고 있는데?"

"가리지 않고 내가 조금이라도 해본 것이 있는 직무, 그리고 해보면서 나 스스로 빛나고 있는 것을 느꼈던 직무를 찾아서 지원하고 있어."


"목요일 면접 준비는 잘 되고 있어?"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르던 게 있어서 하루 종일 찾아보고 영업장 가서 둘러보고 왔고 다행히 우리가 매년 가는 곳이라 관심이 더 가더라고, 그리고 담당 업무가 심사 쪽인데 채권 심사 이런 것 하고는 조금 다르더라고 자료 모아서 분석하고 답을 전하는 역할 같아. 그런데 아빠는 여기 갔을 때 어땠어?"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아빠 회사에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의 이야기도 듣고 아빠는 어떤 후배가 들어왔으면 좋겠는지 또 지금 있는 후배들이 어떤 후배가 되길 바라는지 그리고 아빠는 앞으로 1~2년 안에 하고 싶은 게 어떤 건지 들었습니다.


아빠 = 또 다른 친구

제게 아빠는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오래 아팠을 때, 병원을 가야 하는 날에 매번 같이 갔고, 치료받을 때에 손 잡아주고 

'이겨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다 끝나간다고' 응원해주셨던 분이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부모님이 공부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셨다는 말이었죠. 

간섭이 심하다는 말도 있었고요.


음.

저는 좀 달랐어요.

공부하라는 말,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할 정도로 아빠, 엄마에게서 공부하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어요.

대신 학교 선생님한테 들었죠.


공부하라는 말 대신 오늘은 학교에서 어떤 것 배우고 왔는지,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이 있었는지, 친구랑 어떤 일 있었는지, 어떤 발표를 했는지를 이야기했고

집에서 레고 갖고 뭐 만들었는지, 오늘은 뭘 그렸는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주말에 뭐 만들러 가자, 어디 가자 이런 말을 더 하셨고요.


해봐

항상 제가 뭐 하고 싶다고 하면 아빠와 엄마는 해보라고 했습니다.

영어가 재미있어서 윤선생 영어교실을 시작했을 때도,

수학이 재미있어져서 구몬 수학을 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하루는 동인천에 있는 화방에 가서 스케치북, 붓, 물감을 사주시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인도 갔다 오고 싶다고 했더니 가보라고 하셨고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사관후보생 준비를 포기하고 일반 병으로 입대한 것도

그리고 회사를 선택하는 것


창업을 하게 되는 그 순간에도 해보라고 했습니다.


대신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야 했습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셨고 왜 그런지 더 들어주셨어요.


인도를 갔을 때도 비행기 티켓 발권만 도와주셨지 여행비용은 다 제가 모은 용돈으로 다녀온 것이었어요.

인도 다녀온 이야기는 언젠가 하겠지만 제 인생의 엄청난 전환점이 되었죠.


창업을 했을 때도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지켜보셨기에 힘든 일이 생기면 말하라는 말만 하셨죠.


묵묵함

묵묵하게 지켜보신 거예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 해내는지 말이죠.

제 생각을 최대한 들어주셨고요.


사업을 접고 회사를 찾아다니고 잠깐 인턴을 하고 다시 회사를 찾아다니는 지금

아빠가 창업한 것 후회하지 않냐는 말을 하셨습니다.

후회, 사실합니다. 하지만 이미 다 정리한 것이고 저는 만약 그 상황이 또 같은 나이에 왔다면 창업을 선택할 거예요.

기회가 있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거든요.


"빨리 포기하지 않고 보여줬고 

비즈니스 플랜 다하고 정리하고 많이 배웠을 텐데 

이젠 더 악착같이 하겠는데?"

"당연하지"


시간을 때우려고 뭘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어릴 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다시 잡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선택한 것이 힘들어도 계속하고 부딪치면서 저도 모르게 행복했고 즐기고 제가 그것을 하는 과정을 지켜본 분들은 진짜 빛날 정도로 잘하고 있고 크는 것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두고 묵묵히 지지해준 아빠와 엄마가 있었기에 스트레스가 거의 가득 차오르고 있는 지금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저는 아빠가 왜 그렇게 제게 스스로 선택하게 한 이유를 알고 있죠. 그래서 더 집요 해지는 것 같아요.


출처: http://www.crafthubs.com/father-and-son-photos/9856


이번 주말에는 아빠와 같이 여행을 다녀와야겠어요.


28.09.2016

작가의 이전글 풀리지 않을 강한 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