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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Oct 10. 2016

시를 어루만지다

가을은 시를 읽으며 진한 감성을 채우기 좋죠.

쌀쌀해지면서 가을이 이만큼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고 결국 고른 책.

바로 김사인 시인의 '시를 어루만지다.'입니다.


책꽂이 어딘가 이 책이 꽂혀있을 텐데 찾지 못해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빌려왔어요.


평소 1~3일에 한 권의 책은 읽는데 이번 10월에는 짧은 시간도 내기 힘들 정도로 입사지원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느라 이제 10월의 첫 책을 읽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해서 분량은 많지 않고 짧은 글을 읽고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책을 많이 찾습니다. 시 또한 그렇죠. 

하나의 시를 읽고 그 시인이 어떻게 이 글을 썼을까?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공간에 살았을까? 왜 이렇게 했을까? 무궁무진하게 시를 읽으며 시인에게 답변을 하고 저는 저 나름대로 상상해서 답변을 해봅니다.


이 책 '시를 어루만지다'는 시를 처음 제대로 읽어보려는 분, 그리고 가볍게 읽기 좋은 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인 한 분이 시 하나를 쓰기 위해 많은 집중을 쏟으셨을 것이고, 저는 이 책을 우리에게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렇게 좋은 시인과 시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가끔 추천해드리는 책입니다.


레전드 프로그램인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추천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많은 분들이 시를 읽게 해 준 책인데 갑자기 생각나네요.


56명의 시인들의 각 한 편의 시에 김사인의 시를 읽는 방법 해설이 함께하고 또 사진도 곳곳 배치되어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책은 5부로 나뉘었는데

김사인 시인은 책머리에 '분류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시를 고른 것이 아니고, 제각각 좋은 시들을 나누고 묶다 보니 저절로 생긴 분류임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분류에 너무 메이지 말고 시편들을 자유로이 즐기는 것이 우선이겠다.'라고 전합니다.


제가 시집을 읽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음악 앨범을 듣는 것과 같은 방법이에요.

음악 앨범을 듣기 전에 CD를 들어서 앞뒤를 살펴보고 비닐을 뜯고 CD를 플레이어에 넣는 것처럼 시집을 골라 표지를 살펴보고 디자인도 보고 시집 제목을 보면서 어떨지 기대감을 상승시켜둡니다.

우선, CD를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듣는 것처럼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습니다.

다음, 목차를 보며 제목만으로 끌리는 시를 찾아 읽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죠.

마지막, 셔플이 익숙해지면서 음악을 섞어 듣고 있는 분이 많은데, 시집도 처음에 페이지 생각 없이 펴서 읽습니다.


책 구성

제1부, 이끄는 글 '시에게 가는 길', 어떤 태도로 시를 대하고 읽은 지 밝힌 글이 담겼습니다.

제2부, '마음의 보석', 산문화 되어가는 시류에 가려진 서정 시편들을 담았습니다.

제3부, '인생의 맛', 삶의 애환이 담긴 서정시가 이어집니다.

제4부, '말의 결', 우리 한국어와 글의 독특한 모습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내 어휘가 풍부해지죠.

제5부, '말의 저편', 전위적 성향의 시들이 담겨있습니다.


시를 제대로 읽어 보려는 사람은 어떻게든 시 앞에서 일단 겸허하고 공경스러워야 마땅하다고 한 김사인 시인의 말을 잊지 않으면 마음을 열고 한 편의 시가 들려주는 이야기, 목소리와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이렇게 시를 교양 과목 수강하듯 읽어보기는 처음이에요.


10.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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