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다는 것.
저는 사라진다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어떻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공간이 사라진다.
사람이 사라진다.
생각이 사라진다. 이런 것들 정말 무서워요.
경희궁 주변을 걷다가
3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가던 장소가 사라져서
가던 길에 멈춰 서서 한동안 그곳에 대한 기억을 꺼냈습니다.
음악 듣기 좋았고
친구들과 함께 있기 좋았고
음식도 좋았던 그곳인데
사라지다니.
어떤 공간으로 다시 생겨날지 궁금하지만
그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 제 추억도 같이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나 봐요.
요즘 정말 그런 공간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앞으로 추억이 담길 공간이 늘어날 것이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이라 더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그런 가을이네요.
31.10.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