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통해서
Keith Jarrett, 키스 자렛의 1984년 도쿄 콘서트 영상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키스 자렛하면 생각나는 피아노.
우선 곡 하나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Somewhere Over the Rainbow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q0EWNuR1H8
단풍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가을 어느 오후,
이어폰에서 스트리밍으로 그것도 셔플로 해서 듣는 음악 앱에서 키스 자렛의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단풍
키스 자렛
피아노
재즈
그리고 추억
그냥 이 세상 모든 것의 답이었습니다.
걷던 길을 멈추고
가까이 있는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다시 곡을 듣고 눈을 떴습니다.
오롯이 그 짧은 10분을 내 것으로 보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로 본 키스 자렛 트리오, 그리고 키스 자렛은 모든 신경을 온전히 음악에 집중했습니다.
관객에게 철저히 무관심하면서 그리고 또 곡이 끝날 때 박수가 집중을 깨뜨릴 정도의 느낌이 들었고 음악과 피아노 건반에 빠진 키스 자렛을 보면서 'It's Easy To Remember'가 듣고 싶어 졌습니다.
무뚝뚝하게 시작된 연주에서 어느새 허밍을 하고 춤을 추고 연주하는 키스 자렛에 더 빠지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왔고
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고 바로 키스 자렛의 공연을 찾아서 재생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YaVbTVMZtA
숨을 참게 되고
조용히 조용히 더 조용히 음에 집중하고
드럼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제 방을 키스 자렛의 피아노 연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키스 자렛이 숨을 쉬는 것과 비슷하게 호흡하기 시작했고
키스 자렛에 푹 빠지게 됩니다.
1. I Wish I knew
2. If I Should Lose You
3. Late Lament
4. Rider
5. It's Easy To Remember
6. So Tender
7. Prism
8. Stella By Starlight
9. God Bless The Child
10. Delaunay's Dilemma
이렇게 열 곡을 듣는 동안 사실 곡이 바뀌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중간에 가을 기분을 더 내고 싶어서
베란다 창문을 조금 더 열었습니다.
따뜻한 공기로 채워졌던 방은 차가운 공기가 섞이기 시작했고
눈을 다시 감고
올림픽공원을 생각했습니다.
쌀쌀해지고 있는 해 질 녘을 생각했고
잔디에 누워 키스 자렛의 피아노 소리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방에 큰 수건을 말리고 있었고 다 말랐기에
수건을 바닥에 펼쳐놓고 거기 누웠습니다.
그리고 계속 공연을 들었죠.
어느 가을밤, 키스 자렛의 콘서트 그 현장으로 간 것이죠.
내 모든 감정이 집중되고 조금씩 행복이라는 감정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키스 자렛을 듣고 있으면 듣기는 했는데 언제 들었는지 기억이 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스타일의 연주를 보여준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또 창작곡이 아니고 스탠더드 곡을 가장 많이 다룬 것이 키스 자렛하면 생각나는 부분이고요.
키스 자렛의 공연을 더 듣게 되고 찾아보게 되면 좀 더 반하게 됩니다.
어떤 곡을 연주할지 미리 정하지 않고 하나의 곡이 끝나면 키스 자렛이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면서 드럼과 베이스가 따라서 시작한다든지 아님 곡 이름을 말하고 시작되는 연주가 정말 많이 있거든요.
어떤 곡이 이쯤 나오겠다는 생각을 접고
내가 원하는 곡이 언제 나올지 기대를 하지 말고
키스 자렛이 이끄는 연주에 5초, 10초 뒤에 반응을 하면 정말 즐겁게 키스 자렛을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키스 자렛의 모든 것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가을의 절정이 다가올 다음 주에는 재즈 콘서트를 보러 가야겠어요.
키스 자렛의 피아노가 멈추는 그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과 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을까요.
05.11.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