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바이올린 듀엣, 재즈. 그리고 탱고
며칠 전 제가 좋아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Astor Piazzolla의 탱고 역사가 담긴 연주회를 다녀왔어요.
작은 공간(생각보다 작지는 않았어요)에 30명 정도 되는 관객이 둘러 앉아 가타리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그런 연주회였어요.
기타리스트 서정실님과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님이 함께하고 있는 La Pasion의 공연이었어요.
15년을 넘게 함께 해 온 두 분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보면 매번 새롭게 느껴집니다.
곡을 연주하기 위해 깊게 분석하시고 연주로 감정을 표현해내시는 모습에 존경심이 커졌습니다.
탄탄한 기교에 즉흥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공간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고 연주하셨어요.
곡을 연주하기 전에 어떻게 들으면 좋겠다고.
곡은 어떤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시고
연주하면서 어떤 기법을 쓰는지 알려주시니까 곡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곡 연주가 끝나면 추가 설명도 해주시고요.
Astor Piazzolla의 탱고의 역사 Histoire du tango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Histoire du tango No.1. Bordel 1900
Histoire du tango No.2. Cafe 1930
Histoire du tango No.3. Night Club 1960
Histoire du tango No.4. Concert D'aujourd'hui
초등학교를 다닐 때 기타와 바이올린을 배웠던 적이 있는데
이 곡을 연습했거든요.
어쩜 제가 재즈와 탱고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악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같아요.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던 이민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문화입니다. 고향을 떠나 먼 나라에 살던 이민자들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항상 불안했고, 일을 많이 해서 삶이 힘들었고, 고향이 아닌 곳에서 설움도 있었겠죠.
그 때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던 것은 바로 음악, 그리고 춤입니다.
우리나라도 춤과 음악이 마음을 달래주던 친구잖아요.
탱고는 처음부터 감상을 위한 음악이 아니었어요.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었죠.
아스토르 피아졸라도 이민자 생활을 했습니다. 여인의 향기 OST인 Por Una Caveza를 만든 카를로스 가르델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옵니다.
반도네온만 연주한다고 스스로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러던 중 프랑스로 유학도 다녀옵니다.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던 피아졸라는 항상 마음에 드는 곡을 못하다가 어느 날 탱고를 연주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당시 스승이 그의 연주에 반했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돌아옵니다.
탱고를 다시 연구하면서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하면서 대중적인 탱고를 만들어내죠.
그 결과 '누에보 탱고'가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듣는 많은 탱고들이 누에보 탱고에요.
춤을 추기 위한 반주음악이던 탱고를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사람이 아스토르 피아졸라입니다.
피아졸라의 완벽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열정, 부드러움, 관능성 그 모두를 만날 수 있는 음반, 공연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연주회였어요.
오늘 소개하는 Histoire du tango는 처음에 풀룻과 기타 듀엣의 곡이었는데 풀룻이 바이올린으로 대체되는 연주도 경험할 수 있고 저도 그런 공연을 본거에요.
피아졸라의 음악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기법으로 만들어졌지만 탱고가 갖고 있던 정서는 그대로 가지고 갔습니다. 태생적으로 외롭고 슬픈 감성의 탱고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음악 시도가 되니까 생명력을 갖게 되고 이후 다른 장르에 깊은 영감을 주게 되었죠.
그럼
1900년부터 1960년까지 탱고 여행을 떠나볼까요?
1900년입니다.
Lilit Tonoyan와 Lilit Mardiyan이 연주한 Astor Piazzolla : History of the Tango - Bordel 1900
https://www.youtube.com/watch?v=v1JwMHt-xxw
1930년입니다.
Lilit Tonoyan와 Lilit Mardiyan이 연주한 Astor Piazzolla : History of the Tango - Cafe 1930
https://www.youtube.com/watch?v=Q-g5a7kIcxc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슬퍼지는 그런 곡이에요.
시간이 흘러
1960년입니다.
Lilit Tonoyan와 Lilit Mardiyan이 연주한 Astor Piazzolla : History of the Tango - Night Club 1960
https://www.youtube.com/watch?v=Wl62rsNar1U
1900년부터 1960년까지 탱고 여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Histoire du tango No.4. Concert D'aujourd'hui
이번 곡은 풀룻으로 연주하는 영상이에요.
AirString duo가 연주한 Astor Piazzolla: Histoire du tango - Concert d'aujourd'hui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PDi2JsTqUk
이렇게 탱고 여행을 했습니다.
저는 연주회에서 듣고 있는 내내 손가락이 가만히 있지 못하더라고요.
연주하고 싶어서 그랬나봐요.
일하고 공부하고 쌓인 피로, 스트레스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을 들으며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18.11.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