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어...

음은 생각나는데 가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있지

by AHN SIHYO


이런 날이 있어요.

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후부터 시작된 에피소드예요.



자주 들었던 곡이고

따라 부르기도 했던 곡이고

스쳐 지나가면서 들었던 곡인데


가사는 생각이 나지 않거나, 단어 한두 개만 떠오르는 그런 곡이 있잖아요.

그나마 음은 기억나서 음음음하면서 허밍은 할 수 있는 그런 곡.


머릿속에서 음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나는데

가사가 겨우 '밤', '볼까요'만 생각난 거예요.


볼까요 앞에

홍대인지,

합정인지,

상수인지,

그 근방인데 한강인지,

계속 고민하면서 있었죠.


허밍은 계속되었어요.


퇴근을 했고

압구정에서 가로수길로 걸어가는 길에도 허밍을 하면서 가사를 떠올렸고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계속 생각했어요.


지하철에서는 잠깐 Muse의 콘서트 영상을 봤지만

그래도 허밍은 했죠.


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집에 들어와서도

계속 생각합니다.


신나는 곡이 확실히 맞는데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금요일 밤에는 볼링을 치는데

볼링을 치면서도 생각을 합니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물을 마시면서

가사를 다시 생각해봤고


'홍대에서 볼까요'

'상수에서 볼까요'

'합정에서 볼까요'

'한강에서 볼까요'

이러다가

'여름밤~ 한강에서 놀아요'가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볼까요'는 '놀까요'였고

그리고 '놀아요'였어요.


여름날 듣기 좋은 상쾌한 곡인데

겨울날 갑자기 제 머릿속에 들어와서 힘들게 한 곡

바로

딕펑스의 '한강에서 놀아요'였습니다.


나란히 길을 걷고 싶고

나란히 겨울밤, 별도 같이 보고 싶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서 그랬나 봐요.


오늘 별 진짜 쏟아지는 밤이에요.



오늘은 딕펑스의 '한강에서 놀아요'를 같이 들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daljfyY0IE8

[BUGS TV] 딕펑스 - 한강에서놀아요



강바람은 시원하고 별은 쏟아지겠죠. One summer Night.


02.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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