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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Apr 24. 2017

용기가 필요한 순간. 나의 사랑, 그리스


오랜만에 연출력이 엄청난 영화를 봤습니다.

그 영화는 바로

나의 사랑, 그리스(Worlds Apart, 2017)입니다.


[주의, 이 글은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리뷰입니다. 영화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중년의 남자가 들려주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오랜만에 그리스가 배경인 영화라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줄거리, 시놉시스, 그리고 누가 나오는지 찾아보지도 않고

평소에 영화를 보던 것처럼

제목만 보고 영화를 예매하고 봤습니다.


영어 제목은 'Worlds Apart'인데 

한글 제목은 '나의 사랑, 그리스'예요.

영어 제목은 현실적으로 분열되고 위기감이 있게 느껴지는데

한글 제목에서는 로맨틱해서 영화가 어떨지 정말 궁금했어요.

영어 제목처럼 사회가 분열이 되고, 가정이 분열되는 가운데 그 속에 있는 사랑 이야기 영화여서 우리말 제목에 소름이 돋았어요.


세 커플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사랑에 빠지고 그러면서 수많은 힘든 날들을 이겨내고 사랑을 하게 된 그리스 신화인 '에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오랜 경제 위기로 모든 국민이 지쳐버리고, 시리아, 아프리카 난민 사태로 혼란스러운 그리스를 보여주면서 알게 모르게 분열되고 있는 사랑이 시작되는 그리스를 보여주면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아픔을 봉합해주고 싶은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연출, 주연, 제작, 각본을 맡은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가 영화에 녹여낸 톤 앤 매너는 영화가 끝나고 자리를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감동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그리스가 배경이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세 커플의 사랑을 그리스의 대내외적인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소름 돋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끝내 사랑하기 위해서 이겨내야 할 것들이 그리스에 있는 사회적인 위기라고 말해줍니다.


세 커플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세 개로 나눠서 보여줍니다.

나눠졌던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옴니버스 영화인 줄로 알았는데 감독인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의 천재적인 스토리 전개가 돋보였어요.

앞에 있던 명확하지 않던 이야기들을 뒤에서 밝혀주는데 

뭔가 저는 혼자서 퍼즐을 맞춰보려고 했는데, 같이 퍼즐을 맞추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BOOMERANG]

Boomerang에서는 대학생인 다프네와 시리아에서 온 파리스의 만남에 주목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괴한에게 당하는 다프네를 지나가다 우연히 본 파리스가 구해주고

자연스럽게 서로 가까워지고 빠져들게 됩니다.

서로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언어 속에서 살았지만 서로 알아가면서 깊어지죠.

현실이 어떻게 달라질지 무섭지만 그래도 이겨낼 용기를 가진 둘입니다.

하지만 이민자에게 일자리도 빼앗기고, 생활 터전도 빼앗기고 삶이 힘들어진 그리스인들은 이 둘 사이를 갈라놓아버립니다.


"혹시, 내일도 거기 있으면?...."

"좋아, 거기 있을게"


[LOSEFT 50mg]

LOSEFT 50mg는 항우울제입니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삶과 인생이 무너지고 있던 지오르고는 우연히 스웨덴에서 온 엘리제를 만났고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엘리제는 지오 그로가 일하고 있는 회사 구조조정을 위해서 출장을 왔죠.

빈틈도 없고 냉정한 엘리제가 사랑에 빠진 지오르고를 해고해야 한다는 사실과 자신이 한 프로젝트로 사람들이 슬퍼하고 적개심을 갖게 되고 또 아끼던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갈등에 빠지는 엘리제를 조명합니다.

뭔가 Boomerang의 커플은 꿈을 꾸는 사랑이고

Loseft 50mg의 커플은 현실적인 사랑이에요.


"사랑이 모든 걸 바꿀 순 없어."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SECOND CHANCE]

마트에서 우연히 친해진 마리아와 독일에서 온 세바스찬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영화의 모든 내레이션을 하는 세바스찬의 이야기죠.

매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만나면서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서로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면서 둘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영어가 약한 마리아는 그리스어를 섞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 에피소드가 정말 재미있고 깊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국가 재정 위기에 가족 문제들이 둘러싸여 혼자 정신력으로 버티고 버티던 마리아는 세바스찬을 만나고 소박한 데이트를 하고 세바스찬이 책을 보여주며 새로운 세상을 그리게 하고 꿈을 갖게 되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 꿈이에요.

서로 현실에 아픔을 갖고 있지만 의지하고 다음번 기회, 다음 사랑을 꿈꾸는 노년의 커플 이야기입니다.


"너무 늦었으면 어쩌죠?"

"사랑에 너무 늦은 건 없어요."



생활이 힘들고 안전한 세상에서 편하게 살지 못하는 그리스 사람들의 힘든 그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면서 각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촛불 행렬인지 장례식 행렬은 이 현실을 어떻게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편집에서 놀랄 정도였어요.


그리스의 수많은 신화처럼 사랑이 갖고 있는 의미를 

용기로 커지는 사랑, 

둥둥 떠다니는 사랑,

깨우치는 사랑,

죽고 나서 알게 되는 사랑 그리고 다양한 사랑을 영화를 통해서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사랑을 중심으로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MBC, 친절한영화씨, 온 On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 3가지 사랑이야기 # 나의 사랑 그리스

https://www.youtube.com/watch?v=CcbLbPUZ2g4


서울신문,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메인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hIYqGX8Xvm0&feature=youtu.be


나의 사랑, 그리스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그리스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내일도 불안할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랑을 하고 싶고, 그 사랑으로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놀라고 

배경음악에도 놀랬는데요.


그 이유는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배경음악에서 그 깊은 감정을 느껴서 놀랬나 봐요.

따뜻했던 감정이 사라지고 그 감정이 차가워진 이 현실에서 그래도 꿈을 갖으라고 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현실적인 배경에 실제로 있을 이야기 그리고 밀도 있는 로맨틱 이야기는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사랑을 그리스 신화 에로스와 프시케를 예로 들려주면서 사랑의 시작인 그리스가 배경이라니.

이야기는 분명히 20대, 40대, 60대의 이야기로 분리되어있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 한 가족의 이야기, 한 지역의 이야기,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너무 현실적이었어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시작했고 성장했지만

지금 이 순간, 함께하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면 서로 이해하고 서로 용기를 내고 사랑하라고 해준 전 연령대에서 공감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감독의 연출력, 곳곳에서 돋보이는 장치, 미숙하기도 하지만 또 훌륭한 연기를 잘 컨트롤해서 2015년 그리고 2017년을 깊게 생각하게 하고 영화를 보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이 영화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J.K. 시몬스의 다정다감한 변신이 매력적인 '나의 사랑, 그리스'입니다.

 
 23.0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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