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N SIHYO Sep 12. 2017

은유의 힘

오랜만에 시집을 사왔습니다.

문장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다듬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집이 너무 읽고 싶었나봅니다.


월간 시와 표현에 연재되었던 장석주의 권두시론 24편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장석주 시인은 시가 생성되는 비밀의 핵심을 은유라고 봤고, 깊은 생각과 영감이 가득한 문장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외국 시인들,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를 보여주면서 동양과 서양의 생각을 공유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동양과 서양 철학의 만남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그림자들의 노래 

은유의 깊이

은유의 광휘 시인

다양성의 중재자 

우주가 열리는 파동! 

거울의 시

거울의 제국 

‘소녀’라는 문화적 코드 

최후의 인간들이 부르는 노래들 

말은 감각들의 통역관 

물의 노래 

‘이름들’의 세계에서 산다는 것 

“처남들과 처제들”의 슬하에서 동물의 시간

인간의 시간 

예언자 없는 시대의 시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은유들의 보석상자 

지금 누군가 울고 있다 

목소리들은 먼 곳에서 온다 

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기울여봐 

시가 “망치질”이 되는 방식 

시의 육체

육체의 시 

시는 어디서 오는가? 

검정의 노래 

시인은 견자(見者)다 

얼굴-가면의 시


시에 은유가 없었다면 우리가 시를 탐독하고 있을까?

은유가 만들어내는 당김, 끌림의 힘에 대해서 너무 궁금해서 이 시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지치고 집중력을 잃어가는 요즘, 누군가가 가슴으로 쓴 이 은유, 은유가 모여 만들어진 시를 읽으면 삶을 지켜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를 읽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천천히 눈으로 읽거나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읽거나

조용한 공간에서 명상을 하듯 읽거나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내게 맞는 방법으로 은유의 힘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계속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왜 학교에서 시를 가르쳤을까?

왜 시를 구조적으로 파해쳤을까?

그냥 시를 있는 그대로 온 몸으로 받아들이게 했으면 어땠을까?

왜 시는 은유에서 시작해서 은유로 끝나는 걸까?

내가 쓰는 것은 왜 시로 인정을 받지 못할까? 이런 다양한 생각들을 했습니다.


서문을 읽다보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은유는 시의 숨결이고 심장 박동, 시의 알파이고 오메가다. 시는 항성 시 너머인데, 그 도약과 비밀의 원소를 품고 있는 게 바로 은유다. 상상력의 내적 지평을 무한으로 확장하는 은유에 대해 사유하며 그 내부로 깊이 파고 들수록 놀라웠다."

이 문장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시를 읽더거나, 소설을 읽거나, 또 잡지를 읽을 때,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그리고 단어와 문장을 게속 파고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낯선 작가와 낯선 문체, 낯선 책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은유, 뭔가 암시하고 있기도 하고,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의미를 갖고 있어 파헤치고 싶은 것입니다.

은유로 만들어낸 글의 이미지, 시인과 밀당을 해야하는데 단어, 그리고 내 상황과 또 이 시 전체와 밀당을 하고 있으니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은유의 힘, 시를 사랑하는 마음과 믿음 그리고 간절함이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은유가 아니더라도 아니 그것이 은유라고 해도, 놓쳐버릴 수가 많습니다. 이럴 때, 

지금을 살고있는 나, 그리고 지금을 살고 있는 시인, 작가

과거를 살았던 시인과 작가 그리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분들과 재미있게 은유를 갖고 대화를 하라고 시를 준비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면이 무너져도 이겨내려고 했던 시인들

시대를 글로 담아냈던 통찰력, 실행력

대상을 온전히 담고 있는 시



“횔덜린이나 휘트먼이 그렇듯이 가장 좋은 시인들은 자기 분열과 싸우고, 제 안에 숨은 샤먼과 의사를 숨긴 심연의 철학자들이다. 좋은 시인들은 시대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철학자들이다. 거꾸로 훌륭한 철학자들은 영감(靈感)의 노를 저어 심연에로 가지 않고 의미와 분석의 길로 들어선 시인들이다.” _본문 15쪽 


“시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는데 그것이 

어떻게 하나같이 ‘사랑의 방법’으로 읽히는가“


가난한 영혼에 유복한 풍요를 주는,

기어코 살도록 돕는 은유의 힘!


오랜만에 시를 모은 책을 읽고

한 편의 시가 끝나면 눈을 감고 잠깐 집중의 시간을 갖고

이것을 반복하고

단어를 읽고

문장을 파헤치면 

내게 힘이 되어주는 은유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글에서 은유를 찾아내는 연습을 하면서

지금 이 삶에서 은유를 찾아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가난을 유복하게 하고 영혼에 풍요를 주며, 상상력의 내적 지평을 무한으로 확장하는 ‘은유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메마르고 이상한 세상에서, 그 환멸과 지리멸렬 속에서 우리가 자진(自盡)하지 않고 기어코 살도록 돕는 은유의 힘을 찾아보세요.


그러다보면 세상의 중심에서 살짝 빗겨간 내가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와있을 것 입니다.


12.08.2017

작가의 이전글 사랑의 마음을 따라가는 이야기, 송 투 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