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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Feb 02. 2019

매일 매일이 쉬는 날

日日是休日


2018년 11월부터 2월 1일 금요일까지

바쁘게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언제 푹 쉬었는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난 3개월은

프로젝트도 많고

집안 일도 있고

그동안 제가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많아

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

생각을 해도

언제 푹 쉬었는지 떠오르지가 않더라고요.


여행을 갔다왔고

잠만 오래 자기도 했는데 말이죠.



2월 1일 금요일 오후

설 연휴가 시작된다는 설렘때문인지

3시가 넘어가자마자

시간이 정말 흐르지 않았습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모니터에 보이는 숫자들은 

머릿 속에 들어오지도 않았고요.

책상 위에 놓여진 노트와 리포트는 

계속 2페이지에서 넘어가지를 않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최근에 광화문에 언제 갔다왔지?'



광화문, 2주 전에도 갔고

매달 한 두번은 가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혼자 언제 갔더라?'로 이어졌습니다.


광화문에 혼자 간다는 것은

제가 쉬러 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아지트가 있고

좋아하는 카페

좋아하는 식당

좋아하는 미술관

좋아하는 궁

좋아하는 길

좋아하는 영화관까지 있으니


좋아하는 곳에 가서 있기만 해도 

저는 쉬는 것이더라고요.


오랜만에 자주가던 영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평소 영화보던대로

여러 영화를 한 번에 예약을 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광화문 영화관

머릿 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좀 그렇고

그냥 좋든 나쁘든 

제게 광화문 영화관은 가서 마음과 몸을 정리하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키키 기린 선생님도 보고 싶었고

그 분의 작품도 안본지 오래 되었는데

키키 기린 선생님의 작품이 상영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일시호일 日日是好日 Every Day A Good Day 매일매일이 좋은 날

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 일일시호일은 

모리시타 노리코라는 분이 다도를 25년 배우면서 보고 해보고 느끼면서 깨달은 것들을 담은 에세이 '일일시호일'을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간단하게 줄거리만 이야기하고 돌아올건데요.

노리코(주인공)은 엄마가 다도를 배우면 좋겠다해서 

우연히 다도를 배우게 됩니다.

손수건을 접는 것을 시작으로 

다도의 하나하나를 다케타 선생님(키키 기린)에게 배우면서

머리가 아닌 몸으로 다도를 배우고

매주 토요일, 다도를 배우러 가고, 배우면서 

다도가 그녀에겐 하루를 정리하고 쉬는 것이고

조금씩 조금씩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 일일시호일

제가 이래서 키키기린 선생님이 나오는 영화를 안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물 하나하나 담아내는 것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숫자가 아닌 24절기로 보여주면서

빠르지 않고

느리게 생각하고 

그 생각이 기억 속에 남을 수 있게 하고 있었습니다.


다케다 선생님이 노리코에게 보여주는 하나하나는

노리코에게도 작은 가르침을 모아 나중에 

日日是好日 

일일시호일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데요.

저도

다케다 선생님과 노리코를 보며 

가르침을 얻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제가

지난 3개월 동안 점심시간에 10분이라도

그리고 잠시 5분만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도

잘 쉬었고 좋다~했는데


짧은 순간 잊고 있던 것이죠.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쉬는 시간이라는 것을


영화를 다 보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나 광화문이야.'

'왜? 뭔일 있어?'

'그냥 요즘 좀 그래서 바람도 쐬고 영화도 보고 싶어서 나왔지.'

'그래서 좀 풀렸어?'

'응, 그냥 예민했나봐.'

'오랜만이니까 좀 더 바람 쐬고 들어와'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제게 편하고 익숙했던 곳이 아닌

조금은 낯선 곳에서 

겉으로는 긴장하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조금은 긴장하면서

피로가 잘 안풀리는 느낌이었는데


영화 일일시호일을 보는 내내

그리고 다 보고나서 


무엇을 하든

잠시라도 하지 않고 있는 그 순간이

제가 쉬는 시간이고

저는 그래도 잘 쉬고 금방 살아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영화를 본 것 같았습니다.


다케다 선생님이 대놓고 다도를 가르치지 않고

하나하나 느끼면서

살면서 단 한번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하는데요.

지금 하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면

허투루 보낼 수 없고

진정한 행복, 나는 지금 이 순간 존재한다고

어릴 때 할아버지가 말해줬던 一期一會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좋아하는 것

바로 매일 매일 좋은 나를 만드는 방법이고

또 그 사이사이 

저는 쉬고 있는 것이죠.



키키 기린 선생님의

유작이 된 일일시호일을 보고 나니

마음이 다시 따뜻해졌습니다.


일일시호일

나, 내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따뜻한 영상

따뜻한 음악

따뜻한 배우들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따뜻한 차로 전달하는 영화였습니다.



02.02.2019





.

2019년 2월 작작의 주제였습니다.


..

쉼, 쉬다.

: 하고 있던 것을 잠시 그만 둠

: 몸을 편하게 해 줌


...

작작

be the clouds에서 하고 있는 소소한 프로젝트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주제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 하나를 해내는 프로젝트 입니다.


....

be the clouds

이런 저런 분야에 관심이 있고,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모여 

새로움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떻게 쉬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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