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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당동붓다 Nov 28. 2016

불량엄마 일기 #10

영어공부

바야흐로, 내년이면 딸이 5살이 된다.


하, 고생했다 내자신.

잘 했어, 과거의 나야.


억겁의 시간을 건너 만 48개월을 바라보고 있구나.

이제 동아는 스스로 옷도 입고,

( 겨울인데 늘 여름옷을 입고 나오고 코디를

정말 창의적으로 함)

밥도 혼자서 잘 먹으며,

치카치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간 중의 인간, 휴먼 오브 휴먼이 되었다.

이제, 내년에 샤워를 스스로 하게 된다면 이제

정말 독립이다



암튼,  이제 바야흐로 유치원을 보내는 시기가 다가와서 저번주부터 동네친구엄마와 팀을 이뤄 주말마다 유치원 설명회에 다니고 있다.

뭐, 대단한 유치원을 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예의바르고, 자존감이 강한 아이로 컸으면 하는 마음이어서,

개개인의 개성을 잘 이해해주지만 예의범절을 잘 알려주는 유치원으로 고르고 있다.

그리고 어줍잖은 영어를 안가르쳐 주는 곳이면 더 좋겠다는 기준으로 유치원을 살펴보고 있다.



하, 영어.

이 영어가 할말이 정말 많은데,

아 진짜 한국의 사교육 중에 특히 영어는 진짜 쉣더퍽인거 같다.

특히, 요새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유아기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게 가르치려고 노력하는데, 그 '자연스러움'이 진짜 부자연스럽다.


사실, 나는 '언어'라는 것이 문화의 일부라, 그 나라, 그 문화권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본인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 산다거나, 부모 중 한사람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그 나라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 그 나라 사람에게 배운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언어' 를 '배우는 것'이라면, 기본적으로 본인의 모국어 개념이 확립된 이후에 비교하고 대조하며 이해해야 비로소 '배움'으로 언어를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말은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아무리 빨라도 8-9살은 지난 나이어야 교육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언어라는 것이 발음이 무척 중요하고 뉘앙스라는 것도 중요해서, 꼭 그 나라 말을 모국어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배워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발음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뉘앙스는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삼지 않는 사람이라면 알아채기도, 알려주기는 더더욱 힘들다.

외국사람이 노랗다와 누렇다의 차이를 물었을 때 내가 영어로 바로 설명 못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같은 Yellow 지만, 미묘하게 다르니까.

심지어 내가 안다고 해도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받지 않은 나로서는 설명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영어를 배우려면 꼭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받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발음도 알려주고, '뉘앙스'에 대해서도 알려줄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은 오로지 빈도만을 고집한다.  

내가 딱 들어도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3-4살짜리 아이들에게 '익숙함' 을 핑계로 되먹지 않은 영어를 가르쳐준다.

단적인 예로, 동아의 어린이집 영어선생님을 two 를 "튜~"로 발음한다.

그래서 처음 저 영어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운 동아는 two는  "튜"가 맞다고 계속 우긴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이 쓰지도 않을법한 어려운 단어를 알려준다.

그거 동아는 한국말로도 몰라요.


하....


처음이 정말 중요하다.

세상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모든 걸 스펀지처럼 습득해서 '처음'이 너무도 중요한데, 그 처음을 망쳐버린거다.

게다가 잘 모르는 단어를 알려주니, 한글과 연관성도 잘 모르는 듯 하다.

처음에 동아는 신문명에 신기해하면서 나에게 영어를 알려주더니 요새는 별로 영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래서 어린이집 영어수업에 참여하지 않길 원했는데, 참여하지 않으면 왕따처럼 혼자 앉아있어야 한다는 말에, 참여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유치원은 더 가관이라는 거다.

한 유치원에서는, 한 반에 한명씩 영어로만 말하는 선생님을 둔단다. 그 선생님은 영어교육을 받지도, 자격증이 있지도 않으면서, 그저 '익숙함' 만을 위해 유아교육 '관련인' 으로 그 자리에 있는거라고 한다.


대체 이게 뭐하는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무수한 '우리애만 빠질 수 없지' 의 난관과, '남들처럼은 해야한다' 의 늪에 빠지지 않게 잘 살아남으려면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하지 싶다.


결국, 아이에게 '교육' 이라는 이름으로, 대리만족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려면 나부터 잘 알아보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

그러니까 내일 영어수업이 없고 예절 교육을 하는 근화유치원에 붙어야 할텐데


경쟁률이 무려 40:1


지금 와보니..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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