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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Nov 13. 2020

<댈러웨이 부인>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배경이 런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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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있다. 주로 지하철을 타는 동안 핸드폰을 쳐다보기 싫어서 그 얇은 책을 꺼내 들곤 하는데 읽을 때마다 그녀의 글과 생각에 살며시 빠져들곤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더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그녀의 다른 작품도 살펴보았는데 그러다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소설을 알게 되었다. 제법 흥미가 있겠다 싶어 나는 당장 나의 책장을 쳐다보았다. 내가 초등학생 때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들인 세계문학전집. 오 역시. 그 소설도 책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략 2000년 초반부터 우리 집에 꽂혀있던 이 전집은 소담 출판사에서 나온 'Best seller world book' 시리즈인데 이 책의 매력은 겉표지와 그다음 속표지에 소설을 대표하는 유명한 구절이 쓰여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는 독자는 책을 꺼내면서 그 구절부터 확인하고, 책의 내용을 한껏 기대하곤 했다. 지금도 그렇고.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오 이런 구절이 있다고? 재밌겠다, 하며.


'<댈러웨이 부인>의 구절은 뭘까?'

책을 꺼내자마자 당연한 설렘으로 겉표지와 속표지에 적힌 구절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보자마자 나는 이 소설을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끌어안은 삶은 점점 더 커지고 자라서 마침내 하나의 온전한 삶, 완전한 인생이 되었다.'


'인생 그 자체, 인생의 매 순간순간, 한 방울 한 방울, 여기 이곳, 지금 이 순간,

햇살 속 리젠트 공원에 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잠깐만, 리젠트 공원? 아, 이 소설의 배경이 런던이구나!

그렇다. 버지니아는 영국 작가이고, 그녀는 런던의 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 런던이 배경이라는 게 나는 바로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잠깐의 멈춤도 없이, 다음 페이지로 책장을 넘겼다. '리젠트 공원'이라는 단어가 나의 손을 잡고 재빠르게 소설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 것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 1차 세계 대전 직후의 런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설의 제목처럼 댈러웨이 부인인 '클러리서'.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은 그녀가 런던 거리로 나와 아침 산책을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 이리저리 터벅터벅 걷는 걸음 속에, 떠들썩하게 질러대는 고함 속에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이 있었다. 마차들, 자동차들, 버스들, 화물차들, 발을 질질 끌며 휘적휘적 지나가는 샌드위치맨들, 취주 악단들, 손잡이를 돌리는 휴대용 풍금들, 승리의 기쁨, 짤랑짤랑 울리는 소리와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이상한 굉음,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이었다. 삶, 런던, 6월의 이 순간.  11-12p
"아니, 이게 누구야, 클러리서 아냐! 약간 과장된 말투로 휴가 말했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서로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어딜 가는 거야?"
"나, 런던 거리 걷는 걸 좋아하잖아. 사실이지 시골을 걷는 것보다 더 좋아요."
댈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13p
6월이 되자 나무의 잎사귀들이 모두 피어났다. 핌리코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젖을 빨렸다. 플리트 강에서 해군 본부에 이르기까지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었다. 알링톤 거리와 피카딜리 거리는 마치 공원의 공기에 몸을 비벼대고, 클러 리서가 사랑했던 신성한 생명력의 파도에 태워 나무 이파리들을 열심히 들어 올리는 것 같았다. 춤추는 것, 말 타는 것,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사랑했다. 15p



1920년대의 런던 거리라니. 흑백사진으로 얼핏 보았던 그 모습들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들이 곧이어 내 눈에 읽히기 시작했다.



1927년 토트넘 코트 거리, 출처_위키피디아



웨스트민스터, 빅토리아, 핌리코, 세인트 제임스 공원, 피카딜리 거리, 본드 거리...


아 런던에 있는 이 이름들! 우연히 펼친 이 소설에서 내게는 너무 익숙한 이름들을 잔뜩 만나니 괜히 반가웠다. 그리고 1920년대 웨스트 민스터 사원 근처에 사는 클러리서가 밖으로 나와 런던 중심가를 걷는 모습은, 내가 런던에 있을 적에 혼자 열심히 걸었던 그 2010년대의 중심가를 떠오르게 했다. 클러리서가 걷는 길을 따라 내가 걷던 그 날의 장면들을. 그리고 또 지난날의 나처럼, 그 런던 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싶다고도.


어쩐지 자기 전,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또 런던을 떠올릴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매일 밤 자기 전,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겠구나. 오늘도 이만 하루를 끝내고 얼른 책을 열어 여행을 떠나고 싶다.




1900년대 웨스트민스터 사원, 출처_ 구글


내가 걷던 이 거리, 웨스트민스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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