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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Sep 01. 2020

하나 둘 셋, 출발!

컨셉진 프로젝트 100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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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나는 늘 내 일기장에만 적고, 꽁꽁 감추곤 했다. 나의 글을 쓰는 일은, 서슴없이 나를 드러낼 용기와 지독한 꾸준함이 필요한 일이었다. 솔직하게 나를 돌아보자면, 나는 타인의 시선을 꽤 많이 의식했고, 실패를 두려워했으며, 게을렀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나의 글을 일기장에 감추었나 보다. 굳이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 글을 읽은 누군가의 반응에 내가 민감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루쯤은, 아니 길게 며칠 동안 쓰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그 모든 것들은 꾸준하게 이어가는 시간과 모든 걸 쏟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과감 없이 나를 던져야 하는 것임을.


몸을 사리고 나만의 공간 안에만 갇혀있던 나는 그렇게 일기장의 권 수만 늘어나고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이 시간만 보냈다. 아, 이 사실을 직면했을 때의 자괴감이란.  


올해 봄부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브런치라는 공간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나는 글감이 있으면 쓰고 또 써보았다. 자괴감이라는 감정을 보내고, 이제부터 해보는 거야! 하고 나를 격려했던 것이다. 쓰다 보니 글 쓰는 일이 내게 좀 이상한 일이 되었다. 왜 도대체 글감이 떠올라서 써야겠다! 고 마음을 먹으면 쓰는 동안은 그렇게 힘겨운 건지. 내가 좋아서 쓰기 시작한 글이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며 점점 쓰기 싫어지는 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진처럼 내 눈에 보이는 어떠한 것을 찰칵, 하고 찍는 순간의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글은 그 반대다. 글은 우직한 아이다. 아 우직한 아이를 꾸준하게 내 아이로 만드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다.  


그러다 이번 여름, 이런저런 핑계로 또 글 쓰는 일을 멈추고 말았다. 물론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핑계지만 엄연히 핑계는 핑계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내가 더 시간을 쪼개 썼다면 충분히 글을 쓸 수 있었다. 완전히 글이 쓰기 싫은 건 아니었다. 내내 마음 한 구석은 간지러웠으니까. 글이 쓰고 싶어서 말이다. 왜 또 멈추었냐고 자책만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허들을 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넘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스타그램을 열고 피드를 보던 와중에 이 공고가 내 시선을 빼앗았다.  


[프로젝트] 1일 1 글쓰기 100일 챌린지... (이하 생략)


그렇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프로젝트'였다. 한순간에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이거다. 이렇게 하면 매일 쓸 수 있겠다. 오케이 이거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아 질 좋은 글을 매일 쓰는 건 어려울 거 같은데.'


나의 가능성을 내가 믿고 밀어붙이냐, 아니면 나를 의심하고 다시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울타리 안에서 뱅뱅 돌 것이냐. 스쳐 지나간 두 가지의 생각은 바로 이 차이였다. 당연히 난 전자를 택했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 나를 더 믿어보자.'


바로 프로젝트 신청을 하고, 그 시작을 알리는 9월 1일이 다가왔다. 시간은 참 빠르기도 하지. 프로젝트 덕분에 심기일전하고 얼음물 한 모금씩 마셔가며 타자를 두드린다. 어떻게 해야 꾸준히 쓸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해결한 나는 새로운 고민을 만났다.


'100일 동안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흥미롭다. 다음날이면 나는 시작의 총을, 탕 하고 쏘겠지. 그 소리가 나면 100일 동안 꾸준히 걷고 때로는 달리고 어느 날은 허들도 넘어볼 심산이다. 이번에는 나를 더 믿어보기로 하자. 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운동화를 고쳐 신듯, 이 프롤로그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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