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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Sep 16. 2020

우당탕탕 라구 소스 만들기 1

나는 왜 파스타 순이가 되었는가


*지루한 일상 중에도 특별히 글자로 남기도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100일을 이어서 런던 이야기를 쓰기로 했지만 종종 남기고 싶은 귀국 일상을 올립니다.



1.

사건의 발달은 나의 파스타 욕구(?)였다.


모르겠다 도무지. 봄에 귀국을 한 후로 꾸준히 파스타가 먹고 싶었고 약속이 있을 때면 맛있는 파스타집을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이거 무슨 기간이 긴 증상(?)인지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파스타가 고프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런던에서 쉽게, 즐겨해 먹던 음식 중에 하나가 파스타여서 그런 것 같다. 그런 음식을 막상 한국에 와서 해 먹으려고 하니 쉽지도 않고 즐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느꼈나 보다.


귀국 후 처음으로 이마트를 간 날, 이미 알던 가격 같은데 몇 년 만에 다시 보고 꽤 놀랐다. 아니 왜 이렇게 비싼 거야!



손쉽게 구할 수 있던 치즈와 과일들.



특히 치즈, 버터, 과일같이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은 다 하나같이 비쌌다. 문제는 런던에서는 이것들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거다. 영국에서 1.5파운드(약 2천 원)를 주고 사던 루어팍 버터를 7,800원을 주고 사다니. 버터 한 조각 자르는 것도 조심스러워진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에서 파스타를 해 먹는 게. 생각해보면 시판 소스와 파스타면을 사고 재료만 잘 골라도 만들기 쉬운 음식인데 런던에서 얼마큼 살다왔다고 엄두가 안 난다니 웃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엄두를 내고 싶어 졌다. 자꾸만 파스타가 먹고 싶은데 매번 약속 때마다 파스타를 먹기도 애매하고 맛있는 집은 또 왜 그리 비싼지. 그리고 푸짐하게 먹고 싶어서. 1.5인분 정도로.


아 그냥 만들까. 이 가격이면 집에서 푸짐하게 만들어먹는 게 나을지도 몰라.



2.

기왕 만들어 먹을 거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메뉴는 바로 계속 만들어 먹고 싶었던 볼로네제. 그래 라구 소스를 만드는 거야!


“언니가 라구 소스 만들어서 볼로네제 해줄게. 같이 장 보러 가자, 콜?”


“뭐라고?? 라구 소스?? 여하튼 언니가 만들어준다는 거지? 콜.”


나와 동생은 장을 보러 가기로 결정하고 재료를 확인했다.


샐러리, 양파, 당근

다진 돼지고기, 다진 소고기

설탕, 레드와인, 월계수 잎

홀토마토 캔, 토마토 페이스트, 소금과 후추

파마산 치즈


“홀토마토? 토마토 페이스트는 뭐여. 이거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응응. 와인은 집에 있으니까 저거 사용하고 월계수 잎은 정육점에서 얻어오자.”


재료들이 생소한 동생은 나에게 확인을 하며 주문을 했고 조금 신나 보였다. 이럴 때 또 우리 자매는 죽이 잘 맞지.


라구 소스 한 솥 끓여 맛있는 볼로네제 해먹을 생각에 나도 신이 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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