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취업포털 사이트
시차 적응이란 목적으로 일주일은 관광과 런던 지리를 익히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낮밤이 바뀐 것도 있었지만 숨 쉬는 활동 빼고는 모든 것이 돈 쓰는 것과 결부된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히 온전히 런던을 즐길 수 없었다. 집도 구해야 하고, 합법적으로 런던에서 일할 수 있음을 증명할 서류도 필요하고 나는 모든 것이 불안정한 이방인의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관광하러 온 관광객의 입장처럼 마냥 신나게만 놀 수는 없었다.
주어진 2년의 시간은 짹각 짹각 성실히 흘러가고 있었다. 사무직을 지원하는 데 있어 전문직이 아닌 비유럽권(NON-EU) 외국인의 입지는 매우 좁았다. 그렇기에 돈보다 더 귀한 것이 금 같은 시간.
볼 일을 보러 나간다 해도 온라인 구인 사이트에서 어딘가를 지원하고 나가야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일이 있는지 혹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지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열 페이지... 나와있는 지원 공고의 내용들이 닳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보곤 했었다.
인디드는 일반적으로 제일 많은 구직·구인 광고가 올라오는 곳이다. 한국의 취업 포털 사이트로 비교하자면 사람인의 규모와 비슷할 것 같다. 닷컴 도메인을 사용하면 USA에 위치한 회사들이 많은데, UK 도메인을 사용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위치를 영국에 타겟팅하여 사용할 수 있다.
'UK의 넘버원 취업 포털 사이트'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리드. 인디드가 아마 미국 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지레짐작해본다. 공고 인터페이스는 사람인보다 더 깔끔하고 보기 좋게 되어있다.
몬스터도 미국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취업 포털 사이트이기 때문에 UK 도메인을 사용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타율이 제일 좋아서 당시에 지인들에게도 이 사이트를 추천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잡코리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고 개인적인 선호도가 좋았던 취업 포털 사이트가 잡코리아여서 그런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https://www.totaljobs.com/jobs/in-uk
다른 구직 사이트와 견주어 봤을 때 중요도가 높은 사이트는 아닌 것 같다. 여기저기 넣다 보니, 이런 사이트도 있구나 하고 발견하게 돼서 마구잡이식으로 넣었던 곳이다.
CV-Library는 버스나 튜브에서 광고하는 걸 많이 보고 여기도 구직 사이트이구나 하고 알게 됐던 곳이다. 밑져야 본 전이라는 마음으로 그때부터 여기서도 이력서를 넣었던 것 같다. 역시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한국에서 일반 사무직 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인, 잡코리아, 인크루트나 미디어 계열 등의 전문 분야 취업 포털 사이트가 따로 있듯이 영국에도 직종에 따른 취업 포털 사이트가 따로 있다.
한국에는 웹사이트보다 카페나 커뮤니티의 크기가 더 큰 반면, 영국의 경우엔 취업 포털 사이트가 전문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듯하다.
리테일 분야의 사무직 관련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이다. 한국에서 MD나 VMD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경력을 어필해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VMD Assistant 일자리 비슷하게라도 구하고 싶어서 관련된 직종의 구인광고에 1년 관련 경험(1 year experience requirement) 지원자만 지원이라고 해도 자신감 있게 다 지원했었다. 당연히(?!) 추후 팔로우 업(follow-up) 연락은 오지 않았었다.
Caterer는 호텔, 외식 분야에 특화된 직종을 구할 수 있는 전문화된 웹사이트다. 나중에 호텔에서 일을 구하게 되고, 비슷한 분야에서 또 일을 구할까 싶을 때 직장 동료가 알려줬던 사이트였다. 런던에서 호텔이나 외식 쪽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면 요 사이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검트리는 물건도 사고팔고 방도 구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걸로 더 유명한 사이트다. 우리가 중고나라 이용하는 것처럼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사이트인데, 사기 치는 사람들도 많아서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여기서 JOBS 카테고리를 통해 공고를 올리는 작은 회사들이 있다. 인디드나 몬스터에는 광고 내기가 부담스러운 느낌의 조금 규모가 더 작은 회사들은 이런 곳을 통해서도 내는 것 같다. 검트리의 잡 카테고리란을 통해 공고를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실제로 여기서 지원한 회사 중에 연락 와서 면접도 보고 근무도 했던 곳이 있었다. (이 회사와 관련된 새드 스토리는 나중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다뤄보기로...)
헤드헌터 회사를 통해 사무직을 지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별다른 경력이 없다면 해외에서 내세울 것은 나의 모국어뿐이겠지만, 거기서 잔가지를 통해 면접에서 한국에서 했던 자잘한 경험에 살을 부풀려 얘기할 수 있는 법이니까.
영국이란 곳에서 발 딛고 서있는 누군가라면 본사가 영국인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래서 영국에서 탄생한 의류, 문구, 아트, 향수 등의 웹사이트 채용 공고란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곤 했었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이 있는지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경력이 안 되어도 혹시라도 연락이 올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하곤 했었다.
사무직을 지원하다 보면 질문의 마지막쯤에 항상 내 인종에 대한 질문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맨 처음엔 이것이 영국의 계급 클라스를 간접적으로 질문 속에 녹아낸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라 해놓고 제출되는 수많은 서류를 어느 한 기준에 의해 필터링하는 것처럼, 면접으로 가기 전부터 이미 내 인종으로 서류에서 한 번 걸러지는 느낌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이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뉴욕처럼 다인종이 사는 대표적인 멜팅팟의 도시중 하나인 런던이니 자연스레 이런 질문도 직장을 구할 때 나올 수 있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다. 비슷하게는 성을 물어보는 질문의 항목에는 남성, 여성, 혹은 말하지 않기를 희망이라는 식의 선택지가 있다. 불편하다면 대답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선택지까지 배려하는 곳도 있으니 꼭 안 좋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나는 초반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던 것 같다.
궁한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다. 내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경력이 짧다고 해서 안 될 것도 아니고, 그것이 영국에서 한 경력이 아니니까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해서 포기하는 것도 아닌 한 사람이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뭐든지 해봐도 후회, 안 해봐도 후회라고 한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