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하지만 하나의 진행을 가진 하나의 글, 그것도 한사람만의 글이니까요
편지 좋아하세요?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에게 보낼 편지를 끊임없이 써댔어요. 매일 쓰는 것도 모자라, 매 수업시간마다 쓰고 그걸 쉬는 시간에 전해주기도 했지요. 아마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그 맘 때는 다들 편지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었거든요. 뭐 그렇게나 전할 말이 많았을까요.
대개 그날의 날씨 얘기, 수업이 지루하다는 말, 선생님이나 친구들에 대한 감정… 그런 것들로 편지지를 채웠던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죠. 얼굴을 마주보고 말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이야기들을 쏟아놓기에는 편지가 제격이었습니다. 나의 고민, 나의 슬픔, 나의 외로움과 괴로움. 어쩌면 그 편지들은 친구들에게 읽히기 위해 쓰인 게 아니라, 생각을 밖으로 꺼내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쓴 걸지도 모른 생각이 듭니다. 편지가 아니라 자기 독백이더라고요. 하하.
이제는 메신저가 발달되어 생각나는 문장을 바로바로 전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SNS에 감상이나 정보, 감정을 적어 올리면 여러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하지요. 어쩌면 더 이상 편지라는 게 필요 없는 시대일지도 모르겠네요. 최근, 거리에 빨간 우체통이 자꾸만 자취를 감추는 것도 역시 그 이유 때문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시대야 말로 편지가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차곡차곡 머릿속 문장들을 꺼내는 순간이 귀해졌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편지를 더 자주 쓰려고 노력합니다. 종이 위에서 누군가를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분은 낯설기도 어쩐지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다정하고 단단해요.
심지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이라고 해도, 편지로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편지의 발단부터 전개, 결말까지. 미흡하지만 하나의 진행을 가진 하나의 글, 그것도 한사람만의 글이니까요. 그렇게 하나 둘 편지를 주고받다보면, 의미없이 흘러가는 것만 같던 우리의 일상이 한권 한권 쌓여가는 시리즈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밤엔 또 어떤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좋을까요?
일단 펜을 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