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쯤은 찾아봐야겠습니다
아침의 한강을 걷습니다. 매일은 아니고, 눈이 떠질 때만요. 집 문을 나서서 5분이면 한강에 도착합니다. 아침 7시의 한강은 늘 한산해요. 몇몇 사람들만이 빠르게 걷거나 느리게 뛰며 저를 지나칩니다.
오랫동안 합정, 연남동 등 홍대 인근에 살던 저에게 한강이란 ‘복작거리는 도시의 변두리’였어요. 그곳의 잔디밭, 거의 닳아 없어진 풀들과 뛰어다니는 애완견과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의 풍경. 강 가까이 계단에 앉아 바라봤던 짙푸른 물결의 기억이 선명합니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뚝섬 너머의 한강은 푸르름이 무성하고 자연에 더 가까워요. 키 큰 나무들과 아무렇게나 핀 꽃들이 잔뜩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는 보랏빛이 도는 파란색 나팔꽃이 마구 피어있어요. 어떤 날에는 두 뼘 길이의 얇은 뱀도 보았고요. 머리가 아주 작은 도마뱀도 봤지요.
오늘 발견한 건 지렁이였습니다. 한쪽 풀숲에서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보행로를 지나는 지렁이들이 사람들의 발에, 자전거의 바퀴에 치여 바닥을 뒹굴고 있었죠. 해가 더 높이 뜨면 이 생명들은 말라버리겠구나, 그런 상념에 젖어가며 잰 걸음으로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어떤 사람이 한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빈 바닥에서 뭔가를 줍는 게 보이더군요. 가만 보니 죽어가는 지렁이들을 구해 풀숲으로 던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지렁이를 구하러 한강에 나오는 사내라니. 마치 단편소설에 등장할 것 같은 인물이죠. 그 장면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매우 하찮게 보이겠지만, 선한 의도를 가진 일. 실용성이나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 아주 가끔씩 마주치는 그런 일들이 세상을 살만하다고 믿게 해줍니다.
저도 가끔은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스스로에게 필요하고 이익이 되는 일을 좇기에도 바쁜 저이지만, 가능할까요? 내일 아침에도 한강을 돌아보며, 별 것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쯤은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렇게 헤매는 길 위에서, 가끔 마주치기도 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