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일이겠죠
머리색을 바꿨습니다. 카키색으로요. 왜 이런 결정을 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던 색이였어요. 어느 퇴근길,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덜컥 예약을 했습니다. 탈색을 두 번이나 해야 한다는 헤어 디자이너의 설명에 당황하긴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싶었죠. 무려 3시간이 넘게 머리를 탈색하고 샴푸하고 염색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탈색이 그렇게 괴로운 작업인지 몰랐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두피가 따끔거리고 눈이 아파서 울먹울먹했죠. 그렇게 정신없이 3시간을 보내고 나니 거울 속에 낯선 사람이 있었습니다. 두피는 여전히 얼얼했지만요.
내가 나를 낯설게 느끼는 게 왜 그렇게 기분 좋은지. 거울을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자주 쓰던 립스틱과 섀도 색도 바꾸고요. 핑계 삼아 새 옷도 좀 샀죠.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로 이렇게나 신이 나다니! 그동안 저는 스스로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나 봐요.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음먹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 있죠. ‘이제부터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굳게 다짐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제부터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이제부터 좀 더 자신감 있게 살아야지, 이제부터 더 자주 사람들을 칭찬해야지. 그런 생각들은 쉽게 무너지고 흩어집니다.
그런데 염색을 하면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나’의 모습이 표면으로 드러나니, 생각을 전환하기도 수월해졌습니다. 예전처럼 우울감과 괴로움에 발목을 잡혀 ‘아, 이제 안 되겠다’ 싶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낯선 제 모습과 마주치면 ‘그래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졌을 거야’하며 기운을 내려 노력합니다.
분명 저의 이 모습에도 곧 익숙해지겠지만, 그래도 달라지려고 노력했던 제 자신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을 겁니다. 사람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이렇게나 바뀔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어둠이 심하면 노력을 할 일이 아니라, 병원에 갈 일입니다. 그것도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이니까요. 모두 계절과 마음의 변화를 통증없이 잘 이겨내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