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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아론 Oct 03. 2016

사람을 믿기 힘든 당신에게

일단은 스스로가 믿을만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상대를 손에 쥐려고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품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짐작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진짜로 믿는 사람이라면, 상처를 준다 해도 놓아버릴 수 없고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는 거겠죠. 흔히들 말하죠. 누군가가 마음의 상처를 줬다는 건 그만큼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요. 


너, 나 믿니?


하지만 이제는 그게 과연 좋은 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깝다는 이유로 상대가 주지도 않은 상처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하잖아요.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주고받은 아픈 기억이 지워지거나 치유되기보다 자꾸 덧나게 되기도 하고요. 더더욱 어려운 건, 내가 생각한 상대와의 거리와 상대가 생각한 나와의 거리가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MIT의 연구원 알렉스 펜틀랜드가 쓴 논문 “‘친구의 친구’라는 개념과 우정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행동 변화를 불러오는 가능성을 차단하는지에 관한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친하다’고 대답할 확률이 5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네요. 후배가 그 논문에 대한 기사를 읽고 충격받는 걸 봤습니다. 내 친한 친구 10명 중에 5명은 나와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니! 물론 저는 순수한 아라 후배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연구 결과까지 읽어가며 확인 사살을 당하니 씁쓸하긴 하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친하고, 가깝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도 분명 저와 같지 않은 사람이 있겠죠. 괜찮습니다. 사실은 마음속으로 싫어하거나 미워하고 있지나 않으면 다행이죠. 인간관계로 힘들었던 때, 유시민 씨가 <성장 문답>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내 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비난와 오해를 받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답하시는 걸 봤어요. 긴 설명 끝에 그는 “누구에 대해서도 내 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군가 내 편이 되어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누구도 내 편이 되어주어야만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저는 이 말이 늘 관계의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상대편을 믿을 것인가. 그건 제 문제이고, 제가 결정할 일이겠죠. 그렇다면 관계에서 오는 이 상처들 또한, 제가 선택한 결과일 테고요. 일단은 스스로가 믿을만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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