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고 있었다

동양연립

by 모링가

동양연립이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 열린 문을 통해, 평소라면 엄두도 내지 않았을 남의 집 옥상까지 올라가 보았다. 하필이면 장난감 승용차와 빛바랜 빨래집게가 남아 있어 아련함을 더한다.


집에 ‘철거를 앞둔’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갑자기 쓸쓸해진다. 사람이 살았던 자취는 낡은 흔적으로 남고, 버리고 간 물건들은 쓰레기로 쌓여 있다. 하지만 집은 그저 비어 있는 구조물이 아니다. 크든 작든, 대궐 같든 움막 같든, 저마다의 삶을 견디고 살아낸 사람들이 머물던 자리다. 비극을 감내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소박한 행복을 가꿔가던 사람들.

2026.3월 동양연립

최소한의 짐을 꾸려 옥수동을 떠나 상계동에 정착했던 우리 가족은, 1986년에 다시 집을 장만하게 되었다. 한동안 면벽수도하듯 주저앉아 있다가 다시 생업을 찾아 묵묵히 일한 아버지가, 어느 일요일 삼 남매를 이끌고 “여기가 이제 우리 집이야!” 하고 보여주신 현대연립 마동 105호. 동양연립의 내부를, 결혼 전까지 살았던 그 집으로 미루어 짐작해 본다.


어느 동에 1층 창문을 가리고 2층까지 자라난 동백나무가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좁은 화단에 심은 세 그루가 자라며 서로 얽혀 거대한 한 그루가 되어 있었다. 연립을 분양하던 1978년 무렵, 처음 내 집을 갖게 된 어느 가장이 삼 남매 몫으로 이 동백을 심은 건 아닐까. 단단한 봉오리들이 부지런히 봄볕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마지막 꽃을 피우는 모습을, 나는 반드시 기억해둬야겠다.

2026.3월 동양연립
2013.11월 동양연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