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먹는 아홉수, 서른 살

흑당 버블 밀크티 | 黑糖珍珠奶茶

by 강화

“저 올해 아홉수라 조심해야 된대요”

“오홍. 전 올해 서른 살이라 어른이 되어야 할 걸요?”

근데 아홉수와 서른은 만 나이로 말하는 것인가? 네0버 초록색 검색창에 “아홉수 만 나이”를 검색한 결과 역시 한국 나이로 대부분 계산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뭐 검증된 것 없구먼. 그럼 뭐 둘 다 미뤄도 되지 않을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는데.. 과연? 초반에 맞으면 더 아픈 것 아닐까? 늦게라도 맞으면 회초리를 든 그 누군가의 힘이 다 빠져서 귀찮아 더 때리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애먼 밀크티 펄만 쪽쪽 빨아들인다.



집으로 돌아하는 길 흘러가는 전철 유리벽에 비친 나의 서른 살 모습이 꽤나 멋있게 비쳐 있어서 흠칫 놀라 손에 든 텅 빈 밀크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버렸습니다. 나이 서른, 왜 어릴 땐 처량할 거라 비극적으로만 생각했을까요?


나이 스무 살 아직은 영유아도 아닌 난자에 불과했던 그 시절, 밀크티를 먹으면서 옆 테이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서른 살을 보며 부러움보단 먹구름이 깔려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긋이 한 곳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동공. 다리를 꼬아 발목을 흔들흔들거리는 매혹적인 섹시미, 당최 알아듣지 못하는 비즈니스 언어, 컵 데두리에 빨간 립스틱 자국을 남기는 일상. 이런 세상은 영영 나한테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난자 시절의 저는 밀크티를 힘차게 쪽쪽 빨아들이며 먼 테이블 저쪽 아메리카노를 쭉쭉 들이키는 어른들을 희망 없이 바라보았던 적이 있었답니다. (이렇게 말하면 왜인지 지난 생의 경험담을 줄줄이 늘어놓는 것 같지만 불과 10년 전 사실일 뿐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입안 한 가득 펄을 넣고 오물오물거리며 먹던 그 시간은 저에게 작은 천국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향긋한 홍차 향과 부드러운 우유의 뒤섞임이 목숨을 내놓을 만큼(이 놈의 과장!! 저의 목숨은 소중해서 내놓을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지만 그냥 이 정도로 좋았다는 느낌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좋았어서 밀크티 먹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귀여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영영 커피를 안 먹고 립스틱 안 바르고 가슴과 엉덩이에 쫘악 붙은 원피스는 옆 데이블의 몫이며, 펄럭이는 트렌치코트는 영웅본색 주윤발의 소유물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철 속 나의 모습은 스무 살에 영영 맞이 할 것 같지 않았던 서른 살의 모습이었습니다. 뭐 다행인지 불행인지 쫘-악 붙은 원피스는 아직 시도 못해봤지만 트렌치코트와 립스틱은 어김없이 나의 일상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 내가 꽤 멋있어 보였다는 겁니다.


조금은 덜 소심하고, 더 조신하고, 덜 집착하고 더 집중하고, 아직도 흔들리지만 중심은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의 선도 어느 정도 그을 수 있고, 그리고.. 조금 더 나를 알고. 의외로 멋있는 구석이 많다는 것이 이 서른 살 먹은 갓난아이가 느낀 신선한 공기입니다.


그러면서 흐뭇하게 집 가서 밀크티 한잔을 끓어보았습니다. 스무 살의 나와 서른 살의 내가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자연스레 주방에서 뚝딱뚝딱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흑당 밀크티 만들기]

재료: 타피오카 가루, 흑설탕, 우유, 차, 설탕


STEP1: 흑당 버블 만들기

1. 물 60g, 흑설탕 20g을 넣고 끓여줍니다.

2. 타피오카 가루 35g을 넣어 저어주다가 불을 끄고 다시 35g을 넣고 뒤섞어 줍니다.

3. 반죽을 도마에 올려두고 치대다가 조금씩 뜯어 원기둥 모양으로 만든 후 0.5cm 넓이로 잘라줍니다.

(새알 만드는 것처럼 만들고 타피오카 가루를 조금 뿌려 같이 들러붙지 않게 해 줍니다.)

4. 뜨거운 물에 3번을 넣어 10분간 끓인 후 체에 걸러 꺼내고 차가운 물에 펄을 담아두면 됩니다.

5. 물 80g, 흑설탕 30g 넣어 걸쭉하게 끓어주다가 펄을 섞어주면 흑당 버블 완성


STEP2: 밀크티 만들기

1. 설탕 15g, 차 5g을 넣고 볶아주다가 향이 올라오면 물 100g을 넣어줍니다.

2. 우유 300ml를 넣고 같이 끓어주다가 보글보글 올라오면 삼베 주머니로 걸러 밀크티를 내립니다


STEP3: 흑당 밀크티 만들기

1. 흑당 버블을 투명 컵에 넣은 후 숟가락으로 펄을 섞어주면서 유리컵 안쪽 벽면에 조금씩 묻혀줍니다.

2. 마지막으로 밀크티를 쭈욱 따르면 멋있는 흑당 밀크티 완성


온 방안에 밀크티의 향기가 가득 차올라 커피 향이 밴 손을 살포시 잡아줍니다. 그리고 천천히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 살이 된 손을 따뜻하게 녹여줍니다.





https://youtu.be/Z-Ve5NR_fxA

흑당버블밀크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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