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식 디저트-탕수이(糖水)
"어느 날 갑자기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그건 아마도 그 '날'이 그리워서 일 것입니다."
그날은 재택근무가 세 달이 넘는 시점, 아침 7시, 밖은 우중충하고 몸은 고단해 일어날 기미조차 없었으며 남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난 나 자신을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그 날 하루를 예언하듯이 하늘은 잿빛으로 깔려있었으며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지더니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은 마무리되지 않고 꼬이고 꼬여 어디서부터 풀어야 될지 모르는 실타래가 되어 그 속을 헤매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위장은 비우다 못해 신물이 나기 시작하고, 구강에서는 수분이 부족하여 혀와 입천장이 붙어버렸다지 뭡니까. 이때 저는 인간의 생명력과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하늘을 찌르는지 다시 한번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끼도 못 먹고, 한 마디도 못하고 종이 울려대는 정상적이지 않는 대뇌를 가지고도 의자와 물아일체 된 하체를 찌직 찌직 뜯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로 기어가 주말에 만들어 둔 홍콩식 디저트-파파야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를 퍼먹기 시작했습니다. 사막에서 사경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만난 동물? 같다고나 할까요?
냉장고 문을 열고 냉기를 들이마시며 똑-딱 뚜껑을 열고 '탁탁'한 나무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입속을 넣는 순간, 코코넛과 우유의 달콤 향긋한 향기가 입속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코끝에 와서 팡 터뜨리고 드디어 온몸에 코코넛 혈액을 공급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굳은 몸이 스르륵 풀리기 시작하더니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영혼까지 천국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천국? 의 형태를 모르나, 저는 그 순간 천국이라고 믿었습니다). 한입, 두입, 세입... 대학교 시절 ‘그 날’의 보잘것없던 평범했던 일상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스트레스들을 마구마구 내쫓아버리는 희한한 경험을 했더 랬습니다.
저의 영혼을 구해준? 이 음식은 바로 중국 남방지역에서 많이 먹는 중국식 디저트-티엔핀(甜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광둥 지역이나 홍콩에서는 탕수이(糖水)라고도 합니다. 이는 과일이나 야채, 곡물들을 기호에 맞게 달콤하게 끓여서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게 만든 디저트인데 몸에 한기가 많다고 느껴질 땐 따뜻하게 더울 때는 시원하게 음료수처럼 먹기도 합니다, 종류는 수백 가지나 되어 말하려면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으니 매주 1편, 하나씩 얘기해 보려 합니다.
광둥 지역은 사계절에서 3 계절 동안은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습한 기후에 온몸은 언제나 기름과 물을 섞어놓은 듯한 끈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아마도 가본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러한 기후로 광둥 지역은 건강과 양생(养生) 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걸 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하지요. ‘食在广东’-음식은 광둥이다, 광둥에서는 먹어야 한다. 그만큼 먹을 것이 많고 맛있는 것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런 행복과 행운의 순간을 겪고 사막 한복판에서 구사일생한 제가 어찌 그냥 모든 걸 무시하고 내 살길만 살까?라는 어이없는 생각에 이렇게 탕수이(糖水)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한 달 전부터 매주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면 직장동료분들께 나눔 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신기한 것이,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요리와는 벽을 쌓고 있던 제가 갑자기 양손에 주걱을 들기 시작했고 냄비를 세트로 사들이고 도마와 여러 식자재들을 전국 각지에서 문 앞까지 날아오는 날을 깨진 액정 아래 조그마하게 이동하는 택배차량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다가올 행복들을 하나 둘 세고 있는 것입니다.
탕수이는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미래가 아닐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조용히 마무리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