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이(糖水)"에게 정의를

by 강화



"탕수이(糖水)"에게 정의를..
그건 순수한 행복이었습니다."



낯선 그 이름-"탕수이(糖水)"가 나에게 다가온 건 10년 전 일,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이후 나는 또다시 '그'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고 '그'를 행복이라 정의를 내렸습니다. 무엇인가 마음속에 자리를 잡을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 이것에 대한 나의 기억들은 한 층 한 층 쌓인 망고 크레이프 케이크 같다고나 할까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우선 빌리엔젤(카페)의 크레이프 케이크를 떠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한 층 한 층 겹겹이 쌓인 크레페 사이사이에 달콤한 우유 생크림이 1센티 정도로 가득, 그리고 그 속에 과육들이 쏙쏙 박혀있는 그런 크레이프 케이크 떠올리셨나요? 그럼 이런 크레이프 케이크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허리를 쭈욱 펴고 시선을 위쪽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손에 든 케익칼로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슥슥 다트 판을 연상하며 12조각으로 잘라봅니다. 그리고 무릎을 구부리고 시선을 테이블과 평행되도록 유지하고 그중 한 조각을 엄선하여 옆면을 바라봅니다. 어떤가요?


꾸덕꾸덕한 시간 덩어리-생크림 한 층이 뽀얀 속살을 내보이고요. 상큼 달달한 추억-망고 큐브들이 하얀 시간 속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콕콕 박혀있죠? 그리고 그 위에 노오란 색 크레페 한 장이 살포시 얹혀 시간을 분리시킨답니다. 그런 것들이 한 층 한 층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탑을 만든 걸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쌓아 둔 탑을 지긋이 멍 때리면서 바라봅니다.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 덩어리들 속에 박힌 망고, 레몬, 딸기 같은 추억들을 회상하기도 하고, 과육들 사이에 빼곡히 들어앉은 생크림 시간들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선 초점 잃은 눈동자를 한 인간 동물이 포크 하나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두고 삼각형 모양을 한 케이크의 제일 뾰족한 끝을 골라 잘라 보는 것입니다. 포크에 달라붙은 케이크는 아마도 그 동물의 구강 속으로 들어가는 운명인데 이때 그 동물은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그 탑 모양을 한 모든 '것'이 행복이었음을.

또 너무 멀리 와버렸..? 그렇지만 뭐 어떻습니까? 다시 시작하면 그만인걸요. 10년 만에 다시 꺼낸 탕수이(糖水)처럼 말입니다.

탕수이는 중국어로 설탕을 뜻하는 “糖”, 물을 뜻하는 “水”로 조합된 단어인데 참으로 심플하고 '무미(無味) 건조'한 단어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설탕물이라... “식후 설탕물 한잔 드실래 유?”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ㅇ_ㅇ? 하지만 이걸 먹어본 사람만이 아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단순한 설탕물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지, 어떻게 수많은 시간 덩어리 속에서 추억이라는 깃발을 당당하게 꽂아두는지.

바로 이런 획기적인 맛을 만들어 가는 것, 정성으로 담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 그들의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바라보는 것, 그들의 하루 속에 나와 탕수이가 잠깐 들르는 것, 발자국이 그리 깊지 않아도 곧 지워져도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스쳐간 오늘의 모든 것이 내일의 내가 되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어딘가에는 탕수이가 스며들다가 지나가는 것, 이 모든 것은 순수한 행복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저는 탕수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들이 모르게 나 혼자, 달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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