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 루(漏), 우유 奶를 써서 러우-나이-화(漏奶华), 이름까지도 맛있어
진푸른 색이 감싼 하늘이 좋다. 시간의 발걸음 따라 흰색 물감을 덛붙히는 이 하늘의 작업을 보는 건 더더욱 좋다. 잠에서 깨어난 몽롱한 공기와 이웃집 주방의 노란색 불빛이 탁 맞닿는 순간만을 기다린다.
“탁”
동트지 않은 푸르고 고요한 세상이 “탁” 소리에 깨어 난다. 나도 함께 깨어난다. 전날의 연속극 같은 악몽 속에서..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방울에 알람 소리도 없이 일어나는 이 집주인입니다. 역시 빗방울을 기다렸다지요, 애타게. 한낱 평범한 이 빗방울이 뭐가 그리도 그리웠는지 피곤에 쩌든 몸은 벌떡 강시처럼 일어나버렸습니다. 이 집주인에게 이 빗방울은 새해의 첫눈 같기도 새해의 일출 같기도 이젠 쉽게 볼 수 없는 귀하디 귀한 무지개와도 같은 것입니다. ‘왜 첫눈을 기다리고, 새해 첫 일출도 기다리는데 새해 첫 빗방울은 안 기다리는 걸까?’ 구시렁대며 혼자 애태우는 외눈박이 집주인입니다.
“탁”
앞집 주방의 전등이 꺼집니다. 환해진 새하얀 세상을 쳐다보며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가 못다 꾼 연속극을 다시 꾸어보는 외눈박이. 그의 꿈속에는 무엇이 왔다 갔을까요? 멀리서 콩콩거리며 강시가 지나가는데 곧게 뻗은 팔에 바구니를 달고 달랑달랑 거리며 산기슭을 건너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흠~? 흡??”
“하~향기롭다”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온몸의 후각을 동원하여 냄새를 맡기 시작합니다. 향긋한 버터와 토스트 향이 코끝을 간질거리며 쌉쌀한 밀크티의 향연이 온 방안을 감싸 이불속까지 슬그머니 들어옵니다.
“번쩍”
놀란 두 눈동자는 말을 합니다.
“오!! 홍콩 토스트다!”
촉촉해진 세상에 지글지글 버터 놓고 구운 토스트 한 장을 선물해 봅니다.
[홍콩식 토스트 만들기]
재료: 두꺼운 토스트 두 장, 연유, 설탕, 계란 2개, 코코넛가루, 우유
1. 계란 2개를 풀어 토스트에 골고루 적셔준다.
2. 프라이팬에 버터 20g을 넣고 계란물에 적신 토스트를 구워준다.
3. 구운 토스트 한 장을 그릇에 먼저 놓고 연유를 뿌린 후 나머지 한 장도 얹어준다.
4. 숟가락으로 토스트 가장자리를 뺀 중간자리만 조심스럽게 꾹꾹 눌러 움푹 파이게 해 준다.
5. 새 프라이팬 하나를 준비하고 연유 20g, 설탕 1스푼을 넣고 녹여주다가 우유 10~20g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 준다.
6. 5번을 4번 토스트 위 홈에 부어준다. (꾹꾹 눌렀으니 홈이 있겠죠?)
7. 마지막으로 코코아 가루를 솔솔솔 뿌려주면 완성
샐 루(漏), 우유 奶를 써서 러우-나이-화(漏奶华), 이름마저도 맛있어 보이는 이 미친 조합, 역시 비 오는 날과의 궁합도 찰떡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드르륵"
외눈박이 집주인은 창문을 열더니 빗방울을 더 크게 틀어 배경음악을 웅장하게 바꿔놓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조용히 신사같이 앉아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끄덕이며 토스트를 한 입 두 입 조금씩 다 먹어치웁니다.
“드르륵, 탁”
배경음악은 다시 자장가로 교체되고 외눈박이 집주인은 다시 스르륵 꿈속으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