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파파야를 울렷어!?

비오는 날엔 파파야 코코넛밀크 푸딩 | 木瓜椰奶凍

by 강화

“요즘 어때? 잘 지내?”

파파야는 와앙-하고 울어버렸다. 뭐가 그리도 슬펐던 것일까? 뭐가 그리 행복했던 것 일까? 누가 파파야를 울린 것일까? 째깍째깍 소리를 조용히 삼키며 시계는 한 참을 기다려 주었다.


토도독 토독 소리를 내며 처마며 밭고랑이며 야채의 잎사귀에다 빗방울을 걸어놓는 이 작업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눈동자가 빛이 나고 있습니다. 전날 아팠었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빗소리에 머리를 갸우뚱- 손가락을 창문 틈 사이로 삐쭉- 내밀어 봅니다.

“에잉! 그럼 안돼~ 감기도 안 나았는데 또 찬바람 맞으면 아야 할 거야~”

그러면서 열린 창문을 슬쩍 닫아버리는 어느 어른, 눈치를 보면서 또다시 창문을 슬쩍 여는 아이. 역시 어른은 아이를 못 이기는 존재임이 확실합니다. 입맛이 없어진 아이를 위해 주방에서 뛰어다니는 어른의 손과 발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는 타종 시계,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쨍-----


어른도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비 냄새를 맡아봅니다. 시멘트 바닥에 축축하게 스며든 비린내. 어른도 창문밖에 펼쳐진 비 오는 오늘을 바라봅니다. 우중충한 하늘 아래 온기가 농축되어 있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들. 어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찔끔 한 방울 톡 떨어집니다.

비란 이런 존재일까요? 커다란 품을 활짝 열어주는 존재. (와락 안겨버릴까 보다) 어른의 감수성이 100을 채울 때쯤!!

"앗 하~ 어떠케~ 또 넘쳤네!"

넘쳐버린 우유를 부어버리고 또다시 디저트를 만들어 봅니다. 백번을 해봤어도 실수란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물고 늘어집니다.


[파파야 코코넛 밀크 푸딩 만드는 방법]

https://brunch.co.kr/@ahua/11

한 참을 분주하게 만들었더니 디저트의 자태가 영롱하게 빛이 납니다. 이를 본 아이는 창문을 닫고 어느새 식탁 지정석에 앉아 발을 동동, 콧방울을 벌렁이며 숟가락을 만지작 거립니다.

"자! 먹어볼까?"

"음!"

양볼에 가득 넣고 오물오물거리며 먹는 이 모습을 보는 맛에 어른은 오늘도 실수가 두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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