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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13. 2022

색으로 구별하는 와인(Wine) 분류법

와인(Wine) 이야기 - 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009



                         와인의 종류

미국은 기후가 고르기 때문에 빈티지나 지역의 의미가 거의 없어 포도의 품종 위주로 부르고, 유럽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커 재배/생산 지역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남아있는 유물을 보면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제조법, 산지와 연도를 구분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는 제조법마다, 산지마다, 생산된 연도마다 다른 와인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산지에 위치한 포도원이라도 각자 밭의 토질, 포도나무의 수령, 취급법 등이 다르다. 게다가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기후나 상황 등에 따라서 생산되는 포도의 품질에 차이가 발생한다. 유명한 포도 생산지(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우수한 연도의 와인의 가격이 대체로 비싼 이유이다.


좋은 품질의 와인은 오래된 것일수록 숙성 기간이 길기 때문에 가격은 더욱 비싸지지만, 너무 오래되면 또 산화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포도주로서의 가치는 떨어져 버리게 된다.


1. 색에 따른 분류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로제 와인 등 와인의 색으로 구분하는 분류법으로 포도주로 완성된 상태의 색을 가지고 구분한다.


(1) 화이트 와인

빛이 맑고 투명한 와인을 통칭한다. 주로 청포도로 만들기 때문에 청포도 특유의 은은한 연둣빛을 내는 것이 대부분이나 숙성 과정과 품종에 따라서 황금빛을 띠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적포도주보다 과일맛이 강해 맛이 가볍고 청량하기 때문에 와인 초심자들에게도 편한 와인이다.


특히 당도가 높은 제품의 대부분이 화이트 와인이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달달한 맛에 즐기기 편하다. 특히 귀부 와인(보튀리스, 베렌아우스레제)이나 아이스 와인 같은 고급품은 사탕을 마시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달콤하다. 다만 와인은 가장 숙취가 심한 술에 속하는데, 화이트 와인의 경우는 앞서 말한 대로 맛이 가벼워 술자리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자주 사용된다.


화이트 와인의 역사

그리스에서는 ‘레치나(Ρετσίνα)’라는 화이트 와인이 그리스의 국민 술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와인은 기원전부터 제조된 유서 깊은 것으로 송진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본래 고대 그리스에서 와인을 보관할 때, 항아리에 싣고 송진을 발라 항아리를 밀봉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장기간 항해를 마치고 도착해보니 와인에서 송진향이 났다고 한다. 피로 해소에 탁월한 기능을 한다고 현지인들에게 여겨지며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에 그리스 사람들은 조금만 목이 텁텁하다고 하면 레치나를 찾는다. 아테네 근교의 아티키 지방에서 생산된 레치나가 특히 유명하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와인은 미사에 사용되기 때문에 가톨릭과의 인연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데, 카롤루스 대제(샤를마뉴)에게서 와인과 관련된 일화가 전한다.


수염을 기르던 그는 레드 와인을 즐겨마셨는데, 마시고 난 후 마치 피가 묻은 것 같아서 주종을 화이트 와인으로 바꿨다고. 실제로 ‘샤를마뉴’라는 그의 이름을 딴 화이트 와인이 있다. 물론 검증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나 그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다 알고 있다. 이 옛날이야기 같은 일화에 따르면 “카롤루스의 풍성한 흰 턱수염에 떨어진 붉은 와인”이라고 언급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중세에 유행하던 카롤루스 전설에만 나오는 것으로 실제 역사상의 카롤루스는 콧수염만 짧게 기르고 턱수염은 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트 와인은 어떤 품종으로 만드나요?

주로 사용되는 품종은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블랑(Sauvignon Blanc), 리슬링(Riesling)등이다. 이들 품종은 기후에 덜 민감해서 레드 와인에는 약한 독일 같은 나라에서도 좋은 화이트 와인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청포도로 담그거나 적포도로 담가 껍질을 빠른 시간 내에 빼내어 만든다.


껍질을 빼내는 시간이 늦어지면 로제 와인이 된다. 이탈리아의 경우 모스카토(Moscato)[6] 품종으로 양조한 스위트 와인이 유명한데, 아스티 지방에서 생산된 모스카토 와인은 모스카도 다스티로 특별히 분류되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화이트 와인은 어떻게 만드나요?

화이트 와인은 주로 청포도를 사용하지만 껍질을 제거한 적포도를 사용해 만들기도 한다. 포도껍질에만 색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껍질을 제거하면 어떤 품종이든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화이트 포도 품종, 즉 청포도를 분쇄기에 넣어 포도껍질과 씨를 분리해 과즙을 낸다. 껍질과 씨를 분리했기 때문에 빛깔이 투명하고 탄닌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포도껍질과 줄기를 모두 버리는 것은 아니고 여기서도 일정 부분 포도즙을 짜낸다. 와인에 탄닌과 색깔을 덧입히기 위해서이다. 분쇄기를 거친 과즙은 압착기를 통과해 모두 짜내어져 양조통에서 발효에 들어간다.


화이트 와인 생선요리랑 상극이라구요?!

식사에 곁들일 때는 주로 생선요리에 쓰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익히지 않은 해산물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익히지 않은 날생선 요리에는 비린내가 오히려 더 배가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해산물을 즐겨먹는 이탈리아 남부라든가 그리스 같은 나라에서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사실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와인은 술의 특성상 해산물과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와인에 들어 있는 철분이 해산물과 만나 비린내를 더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유럽 식문화에서 와인의 위상이 워낙 높다 보니 궁여지책 수준으로 그나마 덜한 화이트 와인이 해산물에 곁들여지지만 사실 그냥 포도주 자체가 해산물 하고는 잘 안 어울린다는 것이 주류계의 상식이다. 그래서 캐비어에는 와인이 아닌, 별 특징을 보이지 않는 술인 보드카를 곁들이게 된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프랑스 요리나 이탈리아식으로 요리하여 충분히 익힌 생선 요리들의 경우 비린내도 많이 죽은 편이고 다른 재료의 풍미도 강하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을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이유로, 싱싱한 굴은 와인과 별로 어울리지 않으며, 특히 고급 샤블리일수록 굴과 어울리지 않고 비린내가 강하게 나는 편인데, 싱싱한 굴은 화이트 와인과 같이 먹으면 비린내가 나기 이전에 화이트 와인에 굴 맛과 냄새가 씻겨져 나가 버려 역시 음식 궁합으로서는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고급 샤블리와 마리아주에서 비린내가 증폭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굴의 맛과 향이 사라지는 것도 좋지 않으니 굴을 먹을 때 와인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미스매칭일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참고로 생굴은 그냥 피트 향 위스키를 곁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식도락가들에게 상식으로 통하니 참고할 것.


결국 해산물과 와인은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어울릴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2) 레드 와인

이름 그대로 붉은색을 띤 와인을 지칭하며, 한국어로는 적포도주. 영국에서는 보르도의 레드와인을 Claret이라 호칭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그냥 적색이라는 뜻의 Rouge 후즈를 사용. Vin rouge를 줄여서 그냥 Rouge만 쓴다.


일반적으로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레드 와인이 특히 유명하다. 신대륙 와인이라 하여 유럽 이외의 대륙에서도 많이들 생산하고 있는 듯. 여기엔 아르헨티나, 칠레,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이 포함된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유럽에 뒤지지 않는 조건과 압도적인 생산량으로 와인 산업계를 뒤흔들기도 했다.


그리스도교의 경우 성체성사 또는 성만찬에 쓰이는 포도주는 대부분 레드 와인에 속한다. 여러 와인 중에서 레드 와인의 색깔이 피의 색과 가장 가깝기 때문인데,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 가톨릭에서는 딱히 종류는 가리지 않으나 화이트 와인을 주로 애용한다. 성작(성찬식 포도주 잔)을 덮는 성작 수건이 보통 하얗다 보니, 붉게 물들지 않는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1%~5% 25% 정도의 77-80% 알코올 용량의 브랜디를 첨가하여 주정 강화를 하면 주정 강화 와인이 된다. 이때, 숙성 중에 넣느냐, 숙성 후에 넣느냐에 따라 포트 와인과 셰리로 나뉜다. 포트 와인의 경우 숙성 중에 넣기 때문에 당도가 더 높아 디저트로 많이 쓰인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와인이고, 포르투갈 산은 Porto라고 표기한다. 포르투갈의 포르투 시에서 이름이 유래되었고, 역으로 그 인근에서 제조돼야만 이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마데이라 섬에서 만드는 독특한 포트 와인은 ‘마데이라 와인’이라고 한다. 이 쪽은 주조 과정 중 와인을 한 번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탄닌 및 폴리페놀 성분들이 항암 및 활성산소 제거에 좋다는 연구들이 있다.


레드와인은 어떻게 만드나요?

백포도주와는 달리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발효시키며, 통 안에서 숙성시킴에 따라 특유의 검붉은색이 나오게 된다. 맛은 기본적으로 약간 떫은 편이다.


레드 와인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껍질로, 껍질을 제거하느냐 마느냐로 레드 와인이냐 화이트 와인이냐가 결정된다. 포도껍질에서 최대한 많은 빛깔과 맛을 우려내야 하기 때문에 레드 와인을 발효할 때는 화이트 와인을 발효할 때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발효를 진행한다. 양조통을 휘젓고 밑에 침전되어 있는 포도즙을 퍼 올리거나 자연스럽게 포도껍질에서 색이 배어 나오도록 지켜보기도 한다.


어느 정도 원하는 색깔이 나오면 고형물을 분리시키는 압착 작업에 들어간다. 발효조의 중간층의 액부터 먼저 뽑아내는데, 힘을 가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유출되는 이 중간층 액을 ‘프리 런 와인(Free run wine)’이라 부르며 고급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그다음 남아있는 고형물을 완전히 압착시켜 나오는 액을 ‘프레스 와인(Press wine)’이라 부르는데 이 와인에는 탄닌 함량이 많다. 탄닌을 어느 정도 분리해 프리런 와인에 혼합하거나 혹은 저급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레드 와인을 만들기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물론 아니다. 2차 발효가 기다리고 있다. 2차 발효는 와인의 맛을 좀 더 부드럽고 세련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포도에 들어있는 사과산이 박테리아에 의해 젖산으로 변하도록 만들어 맛을 보강하는 과정이다.

2차 발효까지 끝나면 여과를 시작하는데, 보통 13중 필터를 사용해 여과한 다음 병에 담는다. 와인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와인은 병입 순간부터 숙성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병에 들어가 있는 동안 탄닌과 신맛이 약해지거나 부드러워지고 빛깔도 연해진다. 몇 달이 지나야 제대로 된 맛을 내는 와인도 있고, 몇 년이 지나야 참 맛을 내는 와인도 있다. 와인 제조업자는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해 와인을 생산해야 한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는 와인 생산 공정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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