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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14. 2022

식사 순서에 따라 제공되는 와인(Wine) 분류법

와인(Wine) 이야기 - 4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013


(3) 로제 와인

약한 붉은빛(굳이 이름에 맞춰 표현하자면 장미빛)이 도는 와인. 블러쉬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은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완성되기 이전 상태의 레드 와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예컨대, 가장 많이 알려진 '화이트 진판델'의 경우 캘리포니아의 어떤 와인업자가 ‘진판델’이란 포도로 레드 와인을 만들던 중, 냉각장치가 고장 나서 효모가 전멸, 버리려고 열어보니 은은한 향과 옅은 장밋빛이 돌아서 마셔보니 맛있어서 팔았다는 약간 과장된 탄생 일화가 대표적인 로제 와인의 단계를 설명하는 일화이다.


미국 판매량 제3위인 대중적인 주류에 속하지만, 정작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드라이한 와인에 비해 밍밍하고 맛이 달아 과일주스처럼 단순하긴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매운 음식과는 궁합이 잘 맞는다. 아주 매운 동남아시아 요리를 먹으면서 화이트 진판델을 한 잔을 곁들이면 입안의 매운 기운이 금방 가라앉는 상쾌함을 느끼며 매운 맛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화이트 진판델 때문에 로제 와인은 무조건 단 맛을 가진 와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이트 진판델을 제외한 대부분의 로제 와인은 오히려 상당히 드라이해서 단맛이 거의 없다. 또한 레드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이 선사하는 복잡 미묘한 깊은 맛은 조금 부족해도 시원한 과일향과 맛, 그리고 그 단조로움 때문에 마치 샴페인처럼 차갑게 해서 마셔도 생각보다 괜찮은 맛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름철에 어울리는 와인으로도 추천된다.


화이트 진판델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혹평을 받는 이도 저도 아닌 와인 취급을 받는 편이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개 ‘입문용 와인’ 역할도 한다는 중평을 받고 있다. 자신의 와인 컬렉션을 지키기 위해서 실제 마셔버리는 소모품 용도로 구입하는 와인 마니아도 있다고 한다.


단, 스파클링 와인 쪽에서는 일반 화이트 스파클링보다 로제가 가격대도 조금 더 높고 좋은 품질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진홍빛 혹은 핏빛 수준으로 붉은 레드 와인, 채도가 낮은 황색 빛의 화이트 와인과 달리, 로제 와인은 아름다운 색감 때문인지 와인을 막 입문하려는 와인 초심자,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개인에 따라 취향이 갈리기 마련이지만,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보다는 특별한 날에 분위기를 내기 좋은 아이템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제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로제 와인을 만드는 제조방식에 대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분류로 나뉜다.


• 혼조법


화이트 + 레드, 가장 가격대가 낮은 로제 와인의 경우 화이트 와인 + 레드와인으로 적당히 색을 맞춰서 만든다. 스파클링 와인용을 제외하면 거의 하지 않는다. 독일의 ‘로트링’은 백포도와 검은 포도를 섞어서 양조하는 로제 와인이다.


• 직접압착법


색소 농도가 진한 검은 포도로만 가능한 양조방법으로 과즙에 과피를 담그는 것이 아니라 파쇄, 착즙 공정 때 과피에서 과즙에 섞여 나온 색소만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캘리포니아의 화이트 진판델이 전형적으로 아주 연한 분홍빛을 띤다.


• 마세레이션법


가끔 일반적인 로제 양조 방법으로 검은 포도를 파쇄한 후 과즙에 과피를 8~12시간 정도 담가 두어 과피에 함유된 색소를 추출한다. 과즙이 원하는 색으로 물들었을 때 과피를 분리하고 과즙만으로 알코올 발효를 시킨다.


이미 상술한 바와 같이,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어서 로제 와인을 만든다는 식의 괴상한 소문은 실제가 아니며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경우까지 있다. 다만,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는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섞어서 로제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 방식을 따라 만들되 핑크색이 도는 시점에서 껍질을 제거하고 과즙만을 가지고 양조를 한다. 그래서 빛깔은 레드 와인이면서 맛은 화이트 와인에 가까운,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2. 식사 순서에 따른 분류


와인의 종류는 당신이 막연히 상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종류와 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맛과 향도 천차만별이고, 일반 공식과 달리 고기에 화이트, 생선에 레드를 곁들여도 상당한 음식궁합을 발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단순 공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에 맞는 와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양의 코스음식(전채-스프-가금류-육류-후식)의 순서에 맞추어 와인을 분류하기도 한다.


• 식전주(Aperitif Wine)

식사를 하기 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해 한두 잔 마시는 와인으로 강화주나 향취가 강한 것을 많이 마신다. 강화주로는 스페인의 셰리, 향취가 강한 것으로는 이태리의 베르무트(Vermouth)종류를 주로 마신다. 알자스 또는 독일의 리슬링, 드라이한 샴페인 등이 이에 해당된다.


• 테이블 와인(Table Wine)


식사 중에 메인 음식과 함께 곁들이고, 14% 내외의 알코올 함량을 가진 와인을 의미하는데 이것도 화이트와 레드로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화이트 테이블 와인

일반적으로 닭고기 등의 가금류를 재료로 하는 요리나 생선류 등 흰 살 생선으로 만든 요리에 맞추어 제공되는 와인이다. 녹색이나 황갈색 계열의 포도를 사용한 것. 포도알에서 즙을 짜내어 만들었기에 적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닌, 투명함을 띤 황담색이나 황금색 등의 색을 낸다. 청포도 계열로 담그는 것도 있다.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으로는 샤르도네, 리슬링, 소비뇽 블랑 등이 있다.


◦레드 테이블 와인

일반적으로 붉은 살의 고기를 먹을 때에 맞추어 제공되는 와인이다. 잘 익은 흑색 계열 포도를 이용하여 껍질의 색소를 그대로 우러나게 만든 술. 색이 고우며 따로 ‘클라레(Claret)’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통은 달콤하기보다는 쌉쌀하고 떫은 드라이 계열이며 향기가 몹시 좋다. 세간에는 고기를 먹을 때 곁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으로는 피노 누아르,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쉬라즈) 등이 있다.


• 디저트 와인(Dessert Wine)

후식에 맞추어 제공되는 주로 Sweet 한 와인(포르투갈 포트, 헝가리 토카이 등)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셰리

색에 따른 구분으로는 화이트 와인의 일종이며, 디저트 와인 또는 식전주로 활용된다. 주정 강화 와인으로, 일단 1차적인 숙성이 종료된 이후 브랜디와 섞어서 알코올 도수를 맞추고 오크통에서 3년간의 2차 숙성을 거친다. 그 후 병입 해서 판매하게 된다.


오크통에서 숙성된 기간이 아닌, 병입 후부터 숙성 연도를 세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특유의 향 때문에 제과가 아닌 일반적인 조리용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주로 식전주나 식후주로 소비된다. 당도에 따라 크게 드라이 셰리 / 미디엄 셰리 / 크림 셰리(Cream Sherry)로 구별하며 보통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건 드라이 셰리와 미디엄 셰리가 대부분이다. 감칠맛이 뛰어나지만, 워낙 알고서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터라, 구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포트 와인(port wine)

주정 강화 와인으로 브랜디를 넣어 18~20%의 알코올을 갖도록 강화한 포도주, 되시겠다. 역시 구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이름의 도시가 어원이다. 코냑처럼 포르투 인근에서 만든 것에만 이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귀부(貴腐) 와인(botrytized wines, Noble rot wine)

헝가리 토카이 지방, 독일 라인가우 지방, 프랑스 소테르느지방에서 만들어지는 달콤한 맛의 스위트 와인을 통칭한다. 원료용 포도 과실에 botrytis cinerea가 번식하여 귀부 포도가 된 것을 사용한다. 귀부와인에는 3-octanol, 1-octen-3-ol, benzaldehyde, furfural, γ-nonalactone 등 향기에 기여하는 성분과, glucose, fructose, glycerol, gluconic acid, glucuronic acid, citric acid 등 맛에 기여하는 성분이 일반 와인보다 많다.

- 프랑스의 소테른 와인

- 헝가리의 토카이 어수

- 루마니아 코트 나리 지역의 그라서 데 코트나리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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