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Vintage)라, 와인의 생산연도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비교적 일관된 기후를 자랑하는 신세계(미국, 칠레, 호주 등)와는 달리 구세계(프랑스, 이태리, 스페인)는 와인 생산연도(빈티지)마다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편차가 큰 편이다.
특히 프랑스는 세기의 빈티지로 알려진 생산연도로 일컬어지는 시기도 있지만, 반대로 품질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망작 생산연도가 다발적으로 존재한다. 즉, 올해 포도농사가 잘 되었다고 다음 해의 농사가 꼭 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해의 포도로 와인을 만드느냐에 대한 정보가 이미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흉작 해의 와인은 그만큼 홀대를 받기 마련이다. 와인 품질이 매년 둘쑥날쑥하다는 점은 와인 선택에 더욱 큰 어려움을 준다.
프랑스 와인의 평가는 누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와인의 역사가 깊고, 와인산업의 규모도 작지 않기 때문인지 수많은 와인 평론가들 또는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빈티지별 편차가 큰 와인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와인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 혹은 단체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고려할 수 있도록 수치화된 평가지표를 제공하기 때문에, 와인을 구매할 때는 면밀히 조사하고 공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당연한 사실이긴 하지만 포도재배에 불리한 기후가 형성된 연도인데도 와인의 품질이 좋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와인 재배에 적합한 기후인 연도에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들이 내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 파커(RP), 앨런 메도우즈, 와인 스펙테이터(WS) 등의 지표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프랑스산 와인들은 대부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85~92점 사이에 분포되어 있으므로 가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참고로 80점 이상이면 이미 충분히 괜찮은 와인에 속한다고 보면 큰 실수는 없다.
단, 같은 점수라면 칠레나 아르헨티나 와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가성비에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 가성비가 좋은 와인은 대체로 단일품종으로 양조된 것이 많아서 복합적인 풍미는 떨어지는 편이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자.
프랑스 와인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개념들이 있다구요?!
(1) 샤토(Château)
샤토(Château)란, ‘포도원’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일정 면적 이상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포도원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샤토(Château)’란 프랑스어로 ‘성채’라는 뜻이나, 와인에서는 특히 보르도(Bordeaux) 지역의 포도원이자 양조장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프랑스가 과거에는 봉건제도가 발달했던 나라답게 지방 영주들이 봉토와 더불어 거주지로 사용되었던 곳이 많이 남아있다.
예나 지금이나 고급 와인의 생산에는 자본력이 있어야 하고,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귀족들이 고급 와인을 취미 삼아 양조하여 그 문화를 즐겼다는 전통이 남게 된 것이다. 포도재배에 적합한 보르도(Bordeaux)에서는 이런 성채에서 포도재배 및 양조 등에 동원되었던 농노 노동력뿐만 아니라 기구들도 보유하다 보니 사회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와인 양조장의 용도로 활용된 것으로 이해하면 좋다.
현재 보르도(Bordeaux)에서 샤토(Château)라고 하면 자체 포도원을 보유한 양조공장을 의미한다. 몇 개의 포도원을 거느린 대규모의 샤토(Château)도 있지만 아주 작은 포도원을 가진 곳들도 많다.
보르도(Bordeaux)에만 수 천 개의 샤토(Château)가 존재하고 있으니 이루 헤아릴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포도재배에서 병입까지 한 포도원에서 일어나는 경우 라벨에 ‘샤토(Château)’라는 라벨을 붙일 수 있다. 와인 전문매장, 백화점, 대형마트 등지에서 ‘샤토 XXX’하는 와인 중에서 AOC가 명시되어 있다면, 보르도(Bordeaux)의 특정 포도원에서 재배부터 병입까지 완료한 와인이라고 보면 된다. 샤토(Château)는 대부분 보르도(Bordeaux)의 포도원들을 의미하나, 론(Rhône) 등에서도 쓰인다.
(2) 도멘(Domaine)
프랑스어로 ‘도멘(Domaine)’은 ‘소유지’ 혹은, ‘영지’라는 뜻인데, 주로 부르고뉴에서 포도원을 소유한 양조장을 말한다. 샤토(Château)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일반적으로 보르도(Bordeaux)에서는 양조장을 샤토(Château)라고 하나, 도멘(Domaine)은 부르고뉴의 양조장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도멘(Domaine)은 소유주가 여러 사람인 경우가 많이 있어, 가족 단위나 개인이 주로 소유하는 샤토(Château)와 차이가 있다. 따라서 네고시앙이 포도원을 분할 소유하는 특정 도멘(Domaine)으로부터 재배한 포도를 구입하여 와인을 양조하기도 한다.
(3) 네고시앙(Negociant)
프랑스의 와인 중개업자, 와인 상인을 의미하며, 샤토(Château)나 도멘(Domaine)이 재배한 포도를 구입하여 와인을 양조하거나, 양조된 와인을 유통시키는 업체를 일컫는다.
보르도(Bordeaux) 와인이 영국에서 크게 유행하였던 탓에 네고시앙(Negociant)은 영국인 출신이 많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이유로 보르도(Bordeaux)에서의 네고시앙(Negociant)은 주로 와인을 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오늘날의 샤토(Château)는 포도재배에서 양조, 병입의 모든 과정을 직접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르도(Bordeaux)는 중개인이 네고시앙(Negociant)의 요구에 적합한 품질을 갖춘 생산자를 네고시앙(Negociant)에게 소개하여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처럼 보르도(Bordeaux)에서는 주로 양조된 와인을 유통하지만, 부르고뉴(Bourgogne)에서는 와인 생산자의 개념도 가지고 있다.
부르고뉴(Bourgogne)에서는 와인을 생산하는 주체가 도멘(Domaine), 협동조합, 네고시앙(Negociant)으로 구분된다. 부르고뉴(Bourgogne)의 네고시앙(Negociant)은 포도원을 소유한 다수의 도멘(Domaine)으로부터 포도를 구입해 양조하기도 한다. 여기에 자체 포도원까지 보유한 네고시앙(Negociant)은 ‘메종(Maison)’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부르고뉴(Bourgogne)의 네고시앙(Négociant)은 완성품에 가까운 와인을 배럴채로 구매하여 숙성시킨 후 네고시앙(Negociant)의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였다. 최근에는 포도를 구매하거나 발효만 끝난 와인을 구입하여 숙성 후 병입 해서 판매하는 추세이다. 이 때문에 부르고뉴(Bourgogne)의 네고시앙(Negociant)은 크게 다음의 3가지로 구분된다.
• 네고시앙 엘르뵈르(Nogociant Eleveur)
배럴로 와인을 사서 개인 소유의 와이너리에서 블랜딩, 숙성, 병입까지 모두 다당해 유통시키는 와인도 생산도 하는 네고시앙.
• 네고시앙 엉부퇴이외르(Nogociant Embouteiller)
와인을 구입하여 자기 셀러에 저장해 숙성 후 병입하여 시장에 판매하는 네고시앙.
• 네고시앙 엑스페디퇴르(Negociant Expediteur)
완성품 와인을 구입하여 배럴로 판매하는 유통업자 개념으로 단순한 유통업무만을 담당하는 네고시앙을 가리키는 말이다.
생산지역으로 구분하는 프랑스 와인
위의 그림은 프랑스의 주요 산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데, 각 산지별 품종도 나와있으니 개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은 매우 많고 넓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샹파뉴(Champagne), 알자스(Alsace), 보졸레(Beaujolais), 론(Rhône)등으로 나뉘는데 세부적으로 각 지역별 와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1. 보르도(Bordeaux) 와인
보르도(Bordeaux) 지방은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고급 와인 생산지다. ‘보르도’라는 이름은 ‘Au bord de l'eau’(물 근처)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역적으로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갖추고 있다. 이곳의 와인은 가론강과 도르도뉴강이 합류하여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지롱드강 지역에서 대부분 출하된다. 포도 재배 면적이 총 11만 3천 ha로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출하한다.
보르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면적 49.36 km2의 작은 도시이지만, 와인 생산지로의 보르도는 서울시 면적(605.33 km2)의 약 2배 정도의 넓은 지역이다.
보르도의 와인 생산 비율은 레드와인 85%, 화이트 와인 13%, 스위트 와인 2%이다.
보르도에는 와인 산지로 ‘인가받은 지역’이 20군데나 있고, 재배되는 포도의 품종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즉, 와인의 맛도 서로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지롱드강을 기준으로 강의 왼편(좌안)과 오른편(우안)을 구분하기도 하며, 이 지역에 저마다의 특성을 가진 포도원들이 분포되어 와인이 출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의 왼편은 메독(Medoc), 그라브(Graves)로 구분되며, 강의 오른편(우안)은 포므롤(Pomerol), 생떼밀리옹(Saint-Emilion), 프롱삭(Fronsac)으로 구분된다. 각 산지 안에 수많은 영역별 구분과 그 안의 샤토(Chateau)들이 경쟁하고 있다.
보르도(Bordeaux)의 역사
보르도 와인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의 와인은 그리스와 로마로부터 발전했는데, 특히 로마인들은 열렬한 와인 애호가들이었다. 그들의 엄청난 와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지금의 이탈리아 반도는 물론 프랑스 전역에까지 포도밭이 확장되었다.
보르도는 1세기 무렵 로마로부터 포도 재배를 전수받았다고 전해진다. 4세기 집정관을 지낸 보르도 출신의 아우소니우스(Ausonius; 프랑스식 표기는 Ausone)가 기록한 것처럼, 생산된 와인은 대부분 그 지역에서 소비되는 분위기였다.
대서양과 맞닿아있는 보르도는 지롱드 강을 비롯해 크고 작은 강들이 있어 오래전부터 와인뿐만 아니라 각종 상품의 무역 요충지였다. 보르도가 와인 무역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13세기부터다. 이 시기에 보르도는 영국령에 속해있었다.
보르도 와인이 유럽에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상징적으로 1152년 5월 18일로 거슬러간다. 프랑스 서부를 차지하고 있던 아키텐 공국의 상속녀 엘레오노르는 프랑스 왕 루이 7세와 이혼하고 노르망디 공작이자 앙주의 백작인 앙리와 재혼했다. 2년 뒤 앙리가 영국의 국왕 헨리 2세로 등극하면서 당시 가론느 강을 중심으로 한 서남부 아키텐 지역의 엘레아노르(Eleanor of quitaine) 지역이 영국령에 속하게 된다.
그 후 아키텐에 속한 보르도는 영국이 프랑스와 벌인 전쟁에서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또 스페인의 침략에 맞서 싸우면서 영국 왕실의 신임을 얻었다. 영국 왕실은 보르도 와인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고 보르도 와인에 특혜를 베풀었다.
이때부터 보르도 와인은 13세기가 끝날 때까지 영국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영국 왕실에서 구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르도 와인은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보르도 인근 지방에 포도밭들이 빼곡하게 들어서게 된 것도 그 붐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포도밭은 지롱드 강과 그 지류들로 넓게 퍼져나갔고, 곧 유럽의 주요 와인 생산지로 자리를 잡았다. 이때부터 그곳에서 생산된 모든 와인이 영국으로 수출되었는데 영국인들은 이 포도주를 클라렛(claret)이라고 불렀다. 다른 지역에서 나는 포도주는 약간 노란색이 섞인 붉은빛이었는데 비해, 보르도의 포도주는 짙은 적색을 띠었기 때문이다. 라틴어의 ‘클라라 툼(claratum)’에서 유래한 클라렛은 '밝은(clear)'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