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성공의 단적인 예는 수출량에서 알 수 있다. 1305년부터 1308년까지 보르도 항에서 내보낸 와인 양은 무려 9만 8,000배럴이나 된다. 그 후 보르도가 프랑스에 귀속되면서 영국으로의 수출은 잠시 주춤했지만, 이미 보르도 와인은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고급 와인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후였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근현대에 들어서 보르도 와인은 필록세라와 1, 2차 세계대전이란 악재를 만나기도 했지만 이미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위시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고, 그 흐름은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1855년 파리 엑스포 이후부터 보르도는 지명만이 아니라 와인색을 나타내는 것으로 클라렛을 대체하여 쓰고 있다. 오늘날 짙은 붉은색을 나타내는 용어로는 클라렛보다는 보르도가 일반적이 되었고, 보르도는 색을 나타내는 용어로도 널리 쓰인다.
한편, 최초의 ‘농약’의 발명도 보르도 지방과 관련이 있다는 일설이 있다. ‘보르도액’이라는 이름이 붙은 초기 농약은 오늘날처럼 벌레를 막는 데 쓰는 용도가 아닌, 몰래 포도밭에 들어와 포도를 훔쳐먹는 도둑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주민들이 석회수에 유산동(황산구리)을 섞어서 포도에 발라 도둑을 방지했던 것이 시초로, 1885년에 이 ‘보르도액’이 병충해를 막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방범용으로써의 역할을 넘어서, 병충해 방지용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보르도(Bordeaux) 와인은 어떻게 고르는 게 좋은가요?
보르도 와인은 지롱드강 유역에서 대부분 레드 와인을 출하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소테른-바르삭)에서만 귀부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물론 화이트 와인도 생산되고 있지만 보르도 와인의 80% 정도는 레드와인이다.
1855년 메독지구의 레드와인과 소테른-바르삭 지구의 귀부와인에 순위를 부여하면서 시작된 서열화 작업의 결과로 그랑 크뤼(Gran Cru) 등급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1855년 개최된 파리박람회에서 나폴레옹 3세는 보르도 와인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자 하였고, 17세기부터 비공식적으로 유지되었던 샤토의 명성에 따라 61개를 5개의 등급으로 분류하게 된 것이다.
빈티지별 품질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빈티지별 품질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 구매할 때 좋다. 장기 보관으로 적합한 빈티지(1982, 1988, 1989, 1990, 1996, 1998, 2000, 2005, 2006, 2009 등)와 빠른 소비가 가능한 빈티지(대표적으로 2007, 2011 등)를 구분해 두면 나중에 구매하려고 할 때 최적의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와인 라벨에 보르도(Bordeaux)만 표기되어 있다면, 광활한 보르도 지역에서 포도를 수확해 양조한 것임을 나타낸다. 당연히 특정 마을 단위보다는 품질 관리가 어려울 것이므로 대부분은 저렴하게 판매되는 편이지만, 반드시 저렴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또 보르도(Bordeaux) 산 화이트 와인의 경우, 소테른-바르삭(Sauternes-Barsac)에서 생산하는 귀부 와인을 제외하면 보르도(Bordeaux)만을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무통 카데(Mouton Cadet)
대중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포도 수확 영역이 점점 넓어져 현재 보르도에 이르고 있다. 와인 전문점,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중적 와인.
- 지롤라트(Girolate)
샤토 몽페라(Chateau Mont-Perat)로 유명한 데스파뉴(Despagne) 가문에서 출시하는 와인이다. AOC Bordeaux이지만 10헥타르(25 에이커)의 작은 규모의 포도원에서 메를로(Merlot)만 재배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적으로 보르도(Bordeaux)로 표기된 와인보다 뛰어난 품질이라고 평가받는다.
- 샤토 몽페라(Château Mont-Perat) 블랑(화이트)
화이트 와인이고 보르도만 표기하고 있다. 보르도의 데일리급 화이트 와인 중에서는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평.
보르도(Bordeaux)의 샤또(Château)
앞에서 배운 용어인데, 주로 보르도(Bordeaux) 지방에서 생산된 최상급 와인에 붙는 레이블을 뜻한다. 이 단어가 와이너리에 붙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보르도가 최초다.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에 빛나는 샤또 마고와 샤또 오브리옹도 18세기에는 그냥 마고와 오브리옹으로 불렸다. 여기에 ‘샤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들의 포도밭 한가운데 성에 준하는 대저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는 와인의 가치를 ‘샤또’라는 이름을 붙여 더욱 차별화하려고 하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1855년 보르도 메독 와인에 대한 등급 분류가 이루어질 때까지 ‘샤또’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은 오브리옹, 마고, 라피트, 라뚜르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20세기에는 등급 분류의 대상이 되는 모든 와인 앞에 ‘샤또’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 후 샤또라는 명칭은 보르도를 넘어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유럽 전역에서 유행하게 된다.
샤또의 카게무샤(?) 역할을 자처하는 ‘세컨 와인’?!
세컨 와인이란 다른 말로 틈새 와인, 혹은 '부산물'이라고도 부른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주로 세컨 와인이 탄생하는데, 프랑스의 엄격한 등급제 때문에 만들어진 독특한 별칭과도 같은 것이다.
프랑스는 주요 유명 샤토에 등급이 매겨져 있다. 이 중에서 유명한 1등급 샤토의 경우 차별화된 테루아르를 갖추고 와인을 생산해낸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능력을 겸비한 샤토라 하더라도 해마다 똑같은 수준의 와인을 대량 생산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포도의 수확량이나 기후에 따른 품질의 차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한 샤토에서 생산업자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와인이 만들어졌을 경우,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 보르도의 샤또는 그 규모에 비해 와인의 가짓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제한된 수확량 중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보이는 포도만을 골라서 양조한 뒤에 샤또의 이름을 적어서 레드나 화이트 혹은 스위트 와인까지 많아야 세 종류의 와인을 만든다. 그럼 최고 품질의 포도만을 쓴다면 나머지 포도는 모두 폐기 처분해버릴 수밖에 없을까?
1등급 샤토로 인정받는 입장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을 시중에 내놓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그렇다고 그것을 모두 폐기하고 와인을 내놓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샤또의 그림자 무사 역할을 하는 ‘세컨 와인(Second Wine)’인 것이다.
세컨 와인은 메인 와인에 쓰이지 못한 포도나 수령이 어려서 최고 상태에 이르지 못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이 와인들은 포도만 다를 뿐 그들의 대표 와인을 만드는 방식과 완전히 동일하게 같은 와인 메이커가 만들어낸다. 그래서 세컨드 와인은 샤또의 대표 와인의 특징을 띤다.
다만, 약간 거칠고 세련미가 떨어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성격이 다른 혹은, 품질이 다소 미흡한 와인이 나오면 본래의 샤토 와인에 포함시키지 않고 그 차이를 인정해 별개의 브랜드를 달아 세컨 와인으로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1등급 샤토와 근접해 테루아가 거의 비슷한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이나 같은 생산업자가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성질의 와인을 만들었을 경우에도 세컨 와인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세컨 와인은 퍼스트 라벨이라 부르는 본래의 샤토 와인보다 값은 싸면서 퍼스트 라벨에 필적하는 와인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평소에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장인의 솜씨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세컨 와인을 마시는 것은 일종의 특별한 취미활동으로 여겨 흥미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소규모의 와인 산지가 모여있는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퍼스트 라벨이라는 개념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세컨 와인 역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보르도 와인의 특징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보르도 지방에서도 쌩떼스테프, 뽀이약, 쌩줄리엥, 마고, 오-메독, 무리스 앙 메독, 페삭-레오앙, 소테른, 쌩떼밀리옹, 포메롤, 코트 드 카스티용 등지에서 각지의 세컨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보르도(Bordeaux)는 어떤 품종의 포도를 사용하는가?
보르도 와인의 특징이라면 블렌딩이라고 할 수 있다. 포도 품종에 따라 익는 시기가 다른 점을 이용해 병충해나 흉작에 대비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각 포도원의 토양에 적합한 2~3종류의 포도를 재배하고,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일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보다 복합적이고 풍부한 특징이 있다. 샤토마다 다른 포도의 발육 상태와 토양과 기후의 특징, 저마다 다른 배합 비율 때문에 실질적으로 완벽하게 같은 와인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다.
레드와인을 위한 포도 품종으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를 주품종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보조 품종으로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말벡(Malbec) 등이 널리 재배되고 있다.
한편 화이트 와인으로는 귀부와인에 쓰이는 세미용(Semillon)이 있으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등이 주품종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위니 블랑(Ugni Blanc), 뮈스카델(Muscadelle) 등이 보조 품종으로 재배되고 있다.
보르도(Bordeaux) 와인의 산지별 분석
1. 좌안(左岸)
5대 샤토로 잘 알려진 지롱드 강 서쪽에 펼쳐져 있는 유명 지구들로 ‘좌안(左岸)’이라 총칭한다. 이들 좌안의 와인은 강 상류 쪽이며 자갈이 많아 ‘카베르네 소비뇽’종을 중심으로 만들며, 맛은 농후하고 신맛, ‘카시스’이라는 독특한 향이 있으며 떫은 맛과 신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1) 메도크(Médoc)
메도크 지역은 보르도(Bordeaux) 와인 산지 내에서도 세계 최고라고 불리고 있으며, 토양의 성질과 포도 품종의 조화가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메도크 지역은 북쪽의 바-메독(Bas-Médoc)과 남쪽의 오-메독(Haut-Médoc)으로 구분되며, 메도크 지역에서는 레드와인을 생산한다.
메도크 지역의 토양은 잔자갈, 점토질, 석회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메독(Haut-Médoc)의 경우에는 세부지역마다 토양의 성격이 좀 다르다. 마고(Margaux) 지역은 흰자갈, 뽀이약(Pauillac)지역은 자갈과 모래, 생-떼스테프(Saint-Estèhe)지역과 뮬리(Moulis) 지역은 자갈과 모래, 점토질을 가지고 있다. 생-쥘리엥(Saint-Julien)은 자갈, 리스트락(Listrac) 지역은 석회석의 토양을 가지고 있다.
바-메독(Bas-Médoc)은 메를로(Merlot)가 주품종으로 재배되고 있으나, 오-메독(Haut-Médoc)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주품종으로 재배되고 있다. 이 외에도 보조 품종으로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말벡(Malbe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등도 재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