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열흘 정도가 지나고 전부터 생각하던 고전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풀어주는 이야기를 쓰려고 일간지에 연재를 준비 중이던 ‘채근담 이야기’를 만지작거리던 차에 연습 삼아 <논어>의 구절을 한번 풀어서 A4 1장이 조금 될까 말까 하는 분량으로 짧게 썼다. 그것이 매일 같은 글쓰기로 본격적인 <논어>를 매일 새벽 한 장씩 풀어주는 연재 시리즈가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면서 여름 가족 휴가에 매일같이 연재하던 두 시리즈의 글을 휴재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휴가 전에 휴가일의 연재분까지 미리 써서 연재하는 지극정성(?)까지 보이는 보이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빨간날만 빼고는 연재를 펑크 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왔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연재하던 두 시리즈는 들어가는 사진까지 내가 편집해서 넣느라 점점 형식과 분량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법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며 안데르센 동화 이벤트를 브런치에서 한다길래 그 이벤트에도 전 작품을 응모한 몇 안 되는 작가로 등록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주말, 1편부터 정주행을 시작하는 마니아 팬(?)들이 하나둘 생겨나더니 왜 20편에서 끝났냐고 물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두어 명뿐인 요청이었지만 그 두어 명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연재를 재개하여, 300페이지짜리 두꺼운 단행본 소설 5권 분량을 매일같이 연재하여 마무리를 지었다.
본래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지라, 5권 연재가 끝나고 매일 밤마다 소설을 읽던 독자들의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 완전히 장르가 다른, 깔끔한 순수 소설 <마녀의 조건>을 연재하였다. 매일 조금씩 연재한다고는 하지만, 매일같이 A4 4장 정도를 연재하니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권 분량은 끝이 났다.
여름이 지나면서 지금 있는 나라에 와서 강의와 일정을 소화하며 본래 연재하던 두 시리즈를 그대로 연재하고 밤에 소설을 연재하였고, 주말에는 심리분석 시리즈를연재하는 것으로 일상 루틴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강의 및 회의 등의 공식적인 내 본캐(?) 업무 외에 매끼를 직접 해 먹는 홀아비 식생활 빼고는 모든 시간과 정력이 브런치의 글쓰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구? 이 나라에 오면서 한국의 지저분한 잡무를 하지 않는 대신에 이른바 <중량 치기 시리즈>를 하나 더 매일같이 쓰기 시작하는 루틴에 넣고 나니, 하루에 A4 20장 분량의 글쓰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독자의 고백(?)처럼, 매일같이 하루 4편이 꼬박꼬박 알림에 울리는 것은, 게다가 신변잡기 잡문도 아니고, 분량도가장 짧은 것이 A4 4장 분량인 글은 읽는 이에게도 버거울 정도의 압박(?)이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매일같이 그 분량을 읽는 것도 어렵다고 토로하는 판에, 그걸 구상하고, 준비하고 쓰는 일이 만만한 것일 리 없었다.
그렇게 브런치 글쓰기는 어느새 내 생활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
<중량 치기 시리즈>(‘중량 치기’란 헬스장에서 무게를 턱턱 올리기 시작하는 트레이닝의 방법을 풍자한 용어이다.)로 처음 연재했던 것은 언젠가 한번 제대로 풀어봐야지 했던, <중국 10대 명차 이야기>였다.
새벽에 일어나 논어를 한 장씩 풀어쓰는 것이 ‘아침 연재’,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쓰는 중량 치기 시리즈가 ‘점심 연재’, 그리고 오후 업무를 마치고 저녁시간에 다시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가 ‘저녁 연재’ 마지막 밤 시간에 연재소설이 ‘밤 연재’로 마무리되었다.
겨울이 되면서 코로나 사태로 너무 오래 쉬었던 운동 탓에 체력이 떨어져 매일 3KM의 수영을 시작했고, 그즈음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며 지자체와 테마파크 사업까지 기획한 <방상씨의 탈>이 밤 연재소설로 등장했다. 4권의 중간에 휴재가 되기까지 겨울밤 많은 독자들은 하회탈과 함께 판타지의 새로운 세계를 맛보았다며 즐거워해 주었다.
그리고 그즈음 대망의 중량 치기 시리즈의 백미(白眉), <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의 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망라해보겠다는 메모를 실행에 옮긴 것이었는데, 마지막 와인 편에서 이탈리아 와인 편을 매듭짓지 않고 휴재하게 된 것이 이미 100일간의 연재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새벽을 <논어>로 열고, 꾸준히 하루에 A4 20장을 뽑아내면서(?) 연재를 펑크 낼까 싶어 다른 개인적인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았고, 공식적인 강의와 업무 외에 일주일에 한 번 장 보러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노트북 앞에서 글 쓰는 것에 쏟아부었으니, 대부분의 독자들은 전업작가려니 막연히 생각했다고들 했다.
일주일에 단행본이 한 권씩 컨베이어 벨트에서 툭툭 떨어져 나오는 격이었으니 한 달에 두꺼운 300페이지 단행본이 무려 4권씩이나 한 사람의 손에서 쏟아져 나온 셈이다.
이렇게 지나고 보니 날짜와 시간이 온라인에 기록된 그 365일의 브런치는 말 그대로 나의 생활을 오롯이 담아낸 것들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서 수도자의 생활처럼, 본업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모든 시간에 허튼 시간(?) 하나 없이 그것을 해온 것이다.
4월 말에 발행 글이 1000편이 넘어가면서 내가 보여온 글에 담긴 진정성에 수긍했을 것이라 생각하여 ‘글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바람을 담아 캠페인을 시작했고,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도 무책임한 이들에게 실망하여 재미와 정보를 주겠다는 글인 중량 치기 시리즈, <술 이야기>의 연재를 과감하게 중단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