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일이 될 겁니다만 말입니다.
실제로 링크를 보면 1,530여 편이 넘었지만, 공식적인 발행글수에는 오늘로 1,500편이 되었다고 하네요.
2021년 5월 28일에 쓰기 시작한 브런치 글이 차곡차곡 쌓여 2년이 되지 않아 1500편이 넘었습니다.
하루하루 계산해서 600여 일 정도라고 치더라도 하루에 두 편이상은 매일 써야 할 분량인 셈이네요.
브런치에 매일같이 글을 쓰면서, 글로 많은 귀한 인연을 만났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소원해졌습니다.
발검무적 브런치에는 다른 브런치 작가들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구독하는 작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도 그 특징 중 하나이죠.
그 속에 감춰진 더 큰 특징은 제 글을 읽는 이들에 대한 글을 하나같이 정독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댓글을 통한 소통을 할 때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 나눌 수 없는 속 깊은(?) 대화들이 오가곤 하는 것을 아는 분들은 아신답니다.
요즘 가끔 통계에 들어가 보면, 발검무적의 브런치 글은 고정적으로 들어와 읽는 수보다 검색을 통해 들어와 읽고 가는 이들이 훨씬 많다는 특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에 있던 시기에 썼던 중량 치기 시리즈, <술 이야기>나 <천사와 악마이야기>를 검색하고 들어와 읽는 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마도 2년 전부터 글로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채 몇 편 글쓰기를 지속하지 못하고 브런치 자체와 소원해지는 이유와 비슷한 경향일 것이라 짐작만 해봅니다.
발검무적의 브런치 글이 갖는 특징 중 또 하나는 짧은 글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최근 옛 원고를 털어 밤연재로 풀기 시작한 <사랑의 기술> 시리즈를 제외하면, 최소 A4 4장 이상이 한 편의 최소 분량이니 지금 유일하게 유지하는 연재 <논어 읽기> 시리즈만도 한 달에 300페이지 두꺼운 단행본이 한 달에 한 편씩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지는 셈이지요.
제가 왜 브런치에 글을 왜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스스로에게 1500편의 글을 넘겨 쓰면서 조심스레 묻습니다.
중앙일간지에 돈 받고 쓰는 연재칼럼도 아니고
담당 기자가 있어 마감을 재촉하는 것도 아니고
원고지당 5만 원씩 하는 원고료가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글로 도 닦는 사람처럼 연재를 이어가는지 말입니다.
맞춤법조차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가벼운 글들
맞춤법과는 차원이 다른 비문투성이의 일기 축에도 끼지 못할 글들
한 꺼풀만 들춰봐도 별것 없는 쭉정이임에도 대단한 냥 스스로를 부풀리는 글들에 이르기까지
같은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내실 있는 글을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아침 글쓰기를 올리며 생각합니다.
나는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가면 그뿐이지,라고 말입니다.
댓글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댓글을 쓰지 않아 어디에 누구인지조차 짐작할 수 없지만
묵묵히 부족한 제 글을 따라 읽어준 분들이 있다는 것 잘 압니다.
혼자서 쓰고 읽히지 않을 글이었다면 굳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펜을 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내 글을 읽고 그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아직까지는 버리고 싶지 않은 맘이 남아 있나 봅니다.
약속했던 대로 <논어 읽기> 책거리를 하는 날까지는 꾸준히 달릴 생각입니다.
이제까지 함께했던,
그리고 계속해서 함께하진 못했지만 그 사이사이 인연을 맺었던
그 모든 이들에게 1,500여 편의 글을 넘겨 쓰는 동안
읽어주어서, 공감해 주어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한 번쯤은 쉼표처럼 찍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늘 내 글을 가장 먼저 읽는 무서운 독자
저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일지 모르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 나가고 있다고
조금만 더 기운 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스며들듯 차가운 밤공기에 봄이 묻어오는 어느 밤 한가운데,
발검무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