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려는 자들에게 고함

공직에 임하려는 자의 자세에 대하여

by 발검무적
子張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자장이 녹봉을 구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많이 듣고서 의심스러운 것은 일단 빼버리고 그 나머지를 삼가서 말하면 허물이 적어질 것이며, 많이 보고서 위태로운 것을 빼버리고 그 나머지를 삼가서 행하면 후회할 일이 적어질 것이니, 말에 허물이 적으며 행실에 후회할 일이 적으면 녹봉은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

'녹봉'이라는 것을 벼슬아치가 받는 월급을 뜻한다.


주자의 해설에 따르면,

자장은 벼슬아치, 이른바 고위 공직자로 나가고 싶어 했고, 공자는 혹여 그가 '이록'에 동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위의 글로 경계해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록', 결국 공무원의 월급이 아닌 더 큰 부수적인 수익을 말한다.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그런 부수적인(?) 이상한 이익을 챙기지 말아야 한다고 정해준 행동지침에 대해서 조금 꼼꼼히 살펴보자.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것은 제껴두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呂氏의 주석에 따르면,

'의심스러운 것'이라는 의미는, '아직 스스로 자신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한다.

'이게 맞는 건가?'라고 의심이 되면서 확신이 들지 않으면 그냥 건드리지 말고 제껴두라는 것이다.

나는 잘 모르는데, 상사가 시키니까 그냥 해놓고 시켜서 했다고 하는 무뇌아 공무원들을 우리는 적지 않게 보아왔다.


그런데 좀 더 정확히 들여다보면,

윗사람이 시켜서 그냥 기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한 '짓'임을 나중에 확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에게 이익이 안되는데 그런 무뇌아 행동을 하는 공무원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긴, 최근에는 뇌물을 먹지 않아도 그냥 제대로 하기가 귀찮고 자신에게 특별한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에 대강 혹은 잘못 처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程子의 주석에 따르면,

'허물'은, 죄가 밖으로부터 이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후회'는 이치가 안(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적확한 해설이다.

내가 양심에 찔리면 '후회'일뿐이지만

(물론 그것도 양심이 있는 자에 한한 말이겠으나)

그게 형사처벌을 받거나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경우는 '허물'이라고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무게로 다룬 것에 방점이 있다.

즉, 걸리지 않아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건 했으면 안 되는 건데'라고 하는 것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와 동일한 무게의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자의 해설에 따르면 마지막 문구의,

'그 가운데에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

'모두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른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위 지침대로 하면, 원하지 않아도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어로 경고를 끝낸다.


고급 완곡어법.

한마디임에도 뒷돈 바라고, 애먼 짓 하지 마라는 경계는 없다.

마음가짐 제대로 하고 올바르게 직을 행하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저절로 따라온다는 강조에 다름 아니다.

그 옛날 조선일보 창간 기념호. 한가운데 보면 윗 장의 내용이 필사되어 있는 내용이 보인다.

程子의 해설에 따르면,

"혹자는 이렇게 하고서도 녹을 얻지 못하는 자가 있음을 의심했을 것이라 한다."며

공자가 한 말씀을 새겨 넣는다.

"농사를 지어도 굶주림이 그 가운데에 있다."


이 말을 하면서 설명인 듯 설명이지 않은 핵펀치 한 방으로 그 해설을 대신한다.

오직 이치상 할만한 것을 할 따름이다.

맞는 말이다.

자기 자리에서 도리에 맞게,

이치상 할만한 것을 하는 것일 뿐

특별한 것을 할 것 없다는 의미이다.


특별한 것,

녹봉 이외의 부수적인 엄청난 이익에 눈 돌리지 말라는 뜻이다.

노량진에 가면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을 하겠다는 이들이 흘러넘친다.

공무원을 왜 하고 싶냐는 질문에 언제나 부동의 1위는'철밥그릇'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중앙정부 공무원

이른바 행시, 사시, 외시가 있던 시대에는 그들이 고시를 패스하고 5급을 달고

고위직 공무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린 자들이 지금 차관까지 오르고

청문회를 통해 장관직을 노린다.

물론 갑툭튀로 교수 출신이 지명받고 청문회에서 영혼까지 털리고 개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위직으로 가게 되면 더 많은 공무원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경찰 공무원, 서울시 공무원, 준공공기관 공무원, 지차체 공무원까지.


공무원.

공적인 업무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공적인 업무를 다루는데 사적인 이익이 개입하면 안 된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의 공무는 사적인 이익과 불가분의 관계였고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한 자들은

작게는 감옥에 가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삼족을 멸하는 처벌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태는 줄어들기는커녕

더 지능적이고

더 획기적인 규모로

확대 재생산되어가고 있다.


역대 경찰청장의 절반이 감옥에 가고

땅값이 비싸다는 용인시장들의 절반 이상이 감옥에 가는 현실 속에서도

경찰이 돈 먹고 진실을 은폐하고

검사가 돈 먹고 사건을 무마하고

판사가 돈 먹고 죄인을 빼내 주는

일이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공자가 개탄하기 전에

현실을 사는 내가 답답해서 뒷목을 잡고

먼저 돌아가실 판이다.


당신들은 그렇지 않은가?

정치인들 욕하고, 비리 공무원들 욕하면서

당신들이 적당히 '이 정도는 다 하고 살아'라고 하거나 '우리 조직을 내가 지켜야지'하면서

진실을 덮고 왜곡하는 행위를 하면서

당신의 안에서는 '후회'가 나오지 않는가?

그것이 '허물'이 되어 꼭 죄수복을 입고 나서야

'후회'할 것인가?


당신이 공직에 있는 자라면,

그리고 공직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자라면

시험공부 이전에 당신이 정말로

'후회'없이 '허물'을 만들고 있지 않는지

아침에 단 5분이라도 눈감고

명상하며 되새겨보라.


당신의 이제까지의 비행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토악질이 올라올 정도라면

당신은 이제 준비가 되었다.


개과천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