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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09. 2022

너무 강직한 것은 스스로를 해할지도 모른다.

타고난 제자의 부족한 부분을 안타까워했던 스승의 마음

閔子侍側, 誾誾如也; 子路, 行行如也; 冉有·子貢, 侃侃如也. 子樂. “若由也, 不得其死然.”
閔子騫은 옆에서 모실 적에 誾誾(온화)하였고, 子路는 行行(굳셈)하였고, 冉有와 子貢은 侃侃(강직) 하니, 孔子께서 즐거워하시며 말씀하셨다. “由(子路)는 命대로 죽지 못할 듯 하구나.”

이 장은 스승 공자가 자신의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제자들과 함께 한 화목하고 즐거운 한 때를 묘사하며 그 제자들의 특징에 대해서 한 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형용사의 용법이 지금의 표현과 달라 적확하게 어떤 차이를 드러내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위의 해석에서 자로의 표현에도 굳세다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염유와 자공에 대해서도 강직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다소 겹칠 수 있겠으나 자로의 굳셈이 어떤 의미인지를 마지막 공자의 대사를 통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표현에 대해 주자는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아 해설하고 있다.


‘行行(항항)’은 굳세고 강한 모양이다. 공자께서 즐거워하심은 영재를 얻어 교육함을 즐거워하신 것이다.


굳이 발음을 넣은 것은 일반적으로 '行'의 독음은 '행'이라고 읽지만 '굳세다'라는 의미로 사용될 때는 '항'으로 읽어 그 의미를 다르게 구분한다.


이후에 이어지는 공자의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설명은 중간에 공자가 그 말을 했다는 표현이라던가 구체적인 묘사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데, 그 내용은 더욱 뜬금없기 그지없게 들린다.


갑자기 제자에게 제명에 죽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쉽게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예언과도 같이 섬뜩하게 들리는 이 말은 실제로 정말 예언처럼 적중하여 자로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전조를 보여준다.

자로(子路)의 죽음에 대해서는 앞에서 한번 간략하게 설명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 공자의 언급이 나온 김에 마지막으로 그 상황이 어떠하였는지를 정리하기 넘어가기로 한다.


공자가 14년간의 천하 주유를 마치고 노나라로 돌아온 이후, 자로는 공자 곁을 떠나 위(衛) 나라로 가서 대부(大夫)이던 공회(孔悝) 밑에서 읍재(邑宰)로 일하게 된다. 이때가 대략 안회(顔回)가 타계했을 즈음이라고 추정되므로 애공 13년, 공자의 나이가 70을 조금 넘었을 때였으니 자로(子路)의 나이 역시 예순을 훌쩍 넘긴 이후의 일이었다.


당시 자로(子路)가 갔던 위(衛) 나라의 사정을 살펴보자면, 영민하지 못했던 임금 영공(靈公)이 41년간의 장수 통치를 끝내고 세상을 뜨면서 그의 손자였던 출공(出公) 첩(輒)이 대를 이은 것이 벌써 10년이 지난 상황이었다.(이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논어>에서도 옹야(雍也) 편 26장과 술이(述而) 편 14장, 그리고 뒤에 배울 자로(子路) 편 3장에 부분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참고가 된다.)


그 10년 동안 출공은 국외로 도망가있던 아버지 외(蒯聵)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정권 다툼으로 벌이고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출공이 우세했던지라 자리를 보전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로(子路)가 모시고 있던 대부 공회가 바로 외(蒯聵)의 조카였다. 원래 영공에게는 ‘백희(伯姬)’라는 딸이 있었는데, 백희가 바로 과외의 누나였다.


백희는 대부 공문자(孔文子)에게 시집을 가서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이 바로 공회였던 것이다.(공문자에 대한 내용은 앞서 공부한 ‘공야장(公冶長) 편’ 14장과 ‘헌문(憲問) 편’ 20장에 나오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괴외는 공회의 외삼촌이었고, 출공과 공회는 사촌지간이 된다. 문제는 공문자가 살아 있을 때에는 특별히 문제랄 것이 없었는데 공문자가 죽고 나자 사태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백희가 혼자 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만 젊은 심부름꾼 혼양부(渾良夫)와 정을 통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안 괴외는 혼양부를 협박하고 꾀었다. 누이와의 불미스러운 일은 묵인해 줄 테니, 대신 누이를 시켜서 공회가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을 압박하고 부추긴 것이다.


일만 잘 성사되면 모든 죄를 감면해주고 벼슬자리도 마련해 줄뿐만 아니라 누이와 정식으로 결혼도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얹어주기까지 했으니 도저히 거부하지 못할 제안이자 협박인 셈이었다.

그렇게 결국 백희는 괴외를 공회의 집으로 불러들이고, 공회에게 압력을 가해 외삼촌 괴외를 도와 출공을 공격하게 만든다. 갑자기 습격을 당한 출공은 드디어 노나라로 도망을 갔고, 그토록 오랜 세월을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왕위에 오르기를 갈망했던 괴외가 즉위하게 되니 그가 바로 장공(莊公)이다. 모양새는 우습지만, 정작 아버지에게 바로 왕위를 이어받지 못하고 아들에게 빼앗겼던 왕위를 찬탈하는 결과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괴외와 공회, 그리고 그의 밑에 있던 자로와의 알력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고증할만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중니 제자 열전>의 기록에 의하면 괴외와 공회가 한 패가 되어 출공을 몰아내자, 그동안 출공의 녹을 받아온 자로(子路)가 공회를 죽이려고 하다가 괴외의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설명이 되어 있다.

한편, <공자가어(孔子家語)>의 ‘72 제자해’의 기록에는 괴외가 그 아들 첩과 나라를 놓고 다투게 되는데 그 난리통에 죽었다고 나와 있고, <곡례자하문(曲禮子夏問)>에는 괴외의 난리에 자로를 죽여 젓을 담가서 보내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다른 일설에는 괴외가 원래 공회를 인질로 한 것처럼 해서 출공의 내습을 방비하려 했던 까닭에 공회를 누각 위에 가두어 두고 내놓지 않았었는데 자로가 그것을 오해하고는 괴외를 공격하려다가 오히려 괴외의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설명하는 기록도 있다.


여러 가지 전후 사정을 살펴보건대, 공회가 자기 어머니가 젊은 심부름꾼인 혼양부와 눈이 맞아 외삼촌 괴외를 즉위시키려는 계획을 좋게 생각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자기 사욕을 차리겠다고 심부름꾼과 눈이 맞아 그것도 사랑이랍시고 추잡한 행태를 보인 어머니의 성화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 난리에 휘말려 들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던 끝에 거사에 성공한 괴외일당에게 사로잡혀 구금되었을 것이고, 어중간한 스탠스를 취하며 적극적으로 괴외를 지지하고 도왔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뭔가 결의에 찬 행동을 보인 것도 아니었으니 대개 역사에서 이런 캐릭터들은 개죽음을 당하며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것이 공회의 그릇 크기였고, 그렇게 공회는 제거되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리가 성립된다.


실제로 이 환란의 도가니 속에 나이가 꽉 찬 제자가 들어있음을 걱정하던 공자는 내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로와 함께 공회의 밑에 함께 들어갔던 제자 자고(子羔)까지 함께 두 제자의 안위를 걱정하며 이렇게 말한다.(자고(子羔)에 대한 내용은 뒤이어 17장과 24장에서 언급이 나오니 뒤에 상세히 다시 논하기로 하자.)


“자고(子羔)는 돌아올 것이나, 자로(子路)는 거기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 장에서 보인 마지막 대사와 똑같은 섬뜩한 예언을 연상시키는 톤에 다름 아닌 비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자로의 죽음에 대해 예언하듯 언급하는 공자의 어조가 비장하고 섬뜩한 것은 지극히 함축적인 한 마디로 자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스승이 걱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위나라에서 벌어졌던 저간의 사정을 꿰뚫고 있었던 공자의 데이터에 의거한 명확한 예측이었다.


내가 굳이 예언에 더해 그것이 걱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렇게 차가운 듯한 말을 하면서도 그 행간에 마음의 떨림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제자 안회를 잃은 지 얼마 안 되었을 공자의 입장에서 가장 오래 자신의 곁을 지켜왔던 그 우직한 자로의 모습이 얼마나 눈앞에 아른거렸으면 그런 단정적인 표현으로 자로에 대한 걱정을 대신했을까?


이미 칠순을 훌쩍 넘긴 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3년 전 자신의 친아들 백어를 보냈고, 그 이듬해 애제자 안회를 보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다소 부족하고 아둔하긴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 온몸을 바쳐 우직한 사랑과 존경을 보였던 그 나이 든 제자가 절체절명의 사지(死地)에 놓여 있는 것을 읽었으니 어찌 아니 마음이 흔들렸겠는가?

그렇게 공회가 괴외 일당에 의해 누각 위에 감금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자로는 공회가 있는 성(城)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성문으로 들어서려는데 함께 공회의 가신을 지내기 위해 왔던 동문 자고(子羔)를 만났다.


자고는 공회의 성을 나와 막 피신하려던 차였다. 자고는 이미 대세가 다 기울었으니 공연히 개입해서 화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그러니 자신과 함께 피신하자고 대선배인 자로에게 권유한다. 자고는 자로보다 31살이나 어렸고, 평소 대선배인 자로가 이것저것 챙겨주며 그 음덕을 보며 같이 공회의 아래에서 일하고 있던 입장이었다.


그런데 자로가 누구던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람이 아니던가? 자로는 공회의 녹을 먹고 있는 자가 공회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데 어찌 구하러 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자고를 보내고 혼자서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자로는 괴외가 공회를 붙잡고 있는 누각 밑에서 버티고 서서 공회를 풀어주라며 당당하게 호통을 친다.


이미 모든 세력을 장악한 괴외 일당이 그의 말을 들을 리 만무하였다. 그러자 자로는 누각에 불을 지르겠다며 특유의 우직함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인다. 괴외는 부하들을 시켜 자로를 제거하라고 명한다.

칼을 든 수많은 괴외의 부하들이 달려들자 63살의 늙은 자로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휘청거린다. 그들의 칼에 자로의 갓끈이 잘려 갓이 땅에 내뒹굴렀다. 이미 중과부적(衆寡不敵) 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겠다고 살수를 펼치는 무리 앞에서 자로는 손을 들어 그들의 동작을 제지하며 엄숙하게 말한다.


“군자는 죽어도 갓을 벗지 않는 법이다.”


칼끝 앞에서 삶과 죽음이 오가는 상황임에도 그는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겠다며 그렇게 말하고는 단정하게 다시 갓끈을 묵고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만다.


죽음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했을 텐데 그가 마지막으로 보인 행동은 스승 공자를 떠올리며 자신이 배운 대로 군자다운 모습으로 죽겠다는 결의였다. 그렇게 자로는 장렬한 최후를 맞고야 말았다. 그것이 이 장에서와 앞서 살펴본 공자의 예언과도 같은 걱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자식을 내몰아치고 공자의 제자 자로를 죽이고 임금 자리에 오른 괴외(蒯聵), 즉, 장공(莊公)은 고작 2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다시 아들 출공에 의해 밀려나고 만다. 이것이 한 편의 대하드라마 같은 장면을 연출한 자로의 죽음이다.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알고 공자의 언급을 읽게 되면, 그것이 갖는 생경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형식적으로도 어색하고 내용면에서도 다소 생경한 부분에 대해 윤씨(尹焞(윤돈))는 다음과 같이 짧게 주석을 달아 위의 긴 이야기를 요약한다.


“자로는 剛强(강강)하여 제대로 죽지 못할 이치가 있었다. 그러므로 인하여 경계하신 것인데, 그 뒤 자로는 마침내 위나라 공리의 난에 죽었다.”


사실 원문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공자의 마지막 대사 때문에 홍씨(洪興祖(홍흥조))는 다음과 같이 해설을 달아, 형식적인 부분에서 빠진 부분이 있음을 지적한다.


“《漢書(한서)》에 이 글귀를 인용하였는데, 위에 曰(왈) 자가 있다.”


주자는 원문에 보이는 ‘樂(락)’ 자가 바로 ‘曰(왈)’ 자의 오기라고 하는 의견도 주석에 덧붙였다.

이 장에서는 사실 공문십철에 해당하는 제자 중에서도 네 명의 제자를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로(子路)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것은 마지막 공자의 예언과도 같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안연의 죽음도 그러했지만, 공자는 안연이 그렇게 일찍 요절하게 될 것이라 여기지 못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더욱 슬픔이 컸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자로의 죽음에 대해서는 이 장을 비롯하여 여러 기록을 통해 스승 공자는 예언과 같은 말로 늘 그를 걱정하고 우려했다. 자로가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시체를 저몄다는 소식을 들은 공자는 이후 젓갈류를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고 기록에 전한다.


안연과는 또 달랐지만 자로가 얼마나 공자에게 아픈 손가락이었을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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