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설치에 반대한다며 일선 경찰들이 머리를 삭발하고, 천막을 치고 단식투쟁을 한다고 드러눕고,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 삼보일배를 한다고 뉴스에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경찰대 출신임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일선 경찰서장이자 총경이라는 사람이 주가 되어 경찰의 존재에 심각한 위기를 느낀다며 전국 서장급 회의를 열었다가 철퇴를 맞고 당장 대기발령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며 나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차게 되었다.
사법고시를 패스한 대단한(?) 검사님들은 웅장한 회의실에 모여 검사장급 회의를 하며 '검수완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항명성 회의를 열어도 괜찮지만, 그 밑에서 수사명령을 받아 수사를 하던 하찮은(?) 경찰들이 그 흉내를 내는 것은 쿠데타라며 예끼 이놈을 연발하는 현 정부를 대변하는 장관을 지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양측 모두가 꼴불견인 것은 마찬가지이고, 어느 한쪽 제대로 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구석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을'이고, '피해자'이며, 정의를 지키려는 쪽이라는 코스프레를 하는 가증스러운 경찰 조직에 대해서는 도저히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주말에 펜을 든다.
내가 400여 일간 매일같이 브런치에 다양한 글을 연재하며 목이 터져라 외쳤던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썩어 들어가는 것은 단순히 몇몇 정치를 한다는 이들의 부정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바로 브런치에 있는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이 그 공범이고 방조범이니 그것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바뀌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후 세 번에 걸친 재수사로, 정인이가 죽고 나서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만들어진 '서울경찰청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이라는 곳에서 사건이 벌어진 지 무려 2년 여가 넘어서야 심각한 아동학대라며 검찰에 송치하였다.
반전은, 경찰측에서 송치할 때 법적 하자를 의도적으로 구멍으로 만들어 검찰에서 해당 사건을 각하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까지 서울경찰청 감찰계와 수사 심의계의 수많은 경찰들은 해당 사실관계에 대해 초동 수사관이 수사를 잘못한 부분이 없다고 우겼다. 심지어 한 여자 경위는 처음 고소할 때 아기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 아동학대가 아닌 협박죄로 고소했지만, 아기를 던지려고 한 범죄행위를 인지하고서도 아동학대에 대해 수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잘못을 감찰해달라고 하자,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감찰을 덮으며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고소하실 때 협박죄로 고소를 하셨는데, 아동학대죄를 어떻게 인지합니까?"
통화 녹취가 되고 있으니 말을 조심히 하라고 일러줬음에도 그녀는 당당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들이, 지금 정의로운 경찰의 입을 틀어막고 자신들의 입지를 좁히려 든다며 으르렁거리며 머리를 밀고, 거리에 뛰쳐나와 시위 집회를 하고, 서장급들이 모여 항의성 회의를 한단다.
아동학대 사건을 덮은 수사관에 대해 고민 고민 끝에 결국 직무유기로 고소장을 접수하여 해당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사실관계만에 입각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관련 사건을 검토한 모든 법조인들의 동일한 결론이다.
고소장이 접수되고 수사가 진행된 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그들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경찰 조직에서 수사 감찰계나 수사 심의계는 '자정(스스로 바로잡겠다)'의 기능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그들은 자신의 조직을 감싸거나 증거를 없애고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는 특수임무(?)를 진행해왔다.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혹은 자신의 조직 내의 비리에 대해 바른 목소리를 냈더라면 그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행동이 자기네 밥그릇을 빼앗을까 봐 다가서는 사람에게 으르렁거리듯 머리를 밀고 퍼포먼스를 하던 국회의원들과 닮아 있기에 사람들에게 그들의 퍼포먼스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자신들이 가진 그 쪼그만 힘을 권력이랍시고 휘두르고 민원인들에게 힘을 행사하던 경찰이라는 조직에, 당신의 형제가, 자매가, 아버지가, 아들이, 딸이 일하고 있다. 브런치에만 해도 전현직 경찰임을 밝힌 수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묻는다, 자아, 말해보라. 당신들이 현직에 있을 때이건 아니면 지금 현직에 있으면서 잘못된 수사로 범죄를 덮어주는 일에 단 한 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궐기해본 적이 있는가?
대기발령을 받은 전 서장이자 총경은 당당하게(?) 언론의 앞에서 자신의 소신(?)이랍시며 경찰 존재의 독립성이 경찰국의 설립으로 심각하게 저하되고 조종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언행이 지지를 받기보다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가 서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혹은 서장직을 유지하고 그 회의를 주재하기까지 그는 수많은 그 진실들을 덮는 부하직원과 동료와 선후배들의 부정을 그저 '우리 편'이라며 덮어오는데 동조하거나 방조해왔다.
경찰서마다 있는 청문 심의관실도 그렇고, 경찰청마다 있는 수사 감찰계나 수사 심의계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부정에 대해 바로잡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사욕과 연관되어 감찰이라는 빌미하에 힘없는 엄마 경찰을 자살하게 만들었고, 부정을 폭로한 경찰 새내기를 길들이고 본보기를 보이는 데에 사용했다.
그런 부정에 어떤 경찰서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니 바로잡겠다고, 조직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바로잡아주지 않았다.
나는 늘 글을 통해 강조했다.
지금까지당신은 수많은 내 글에 '멋지십니다.', '공감합니다', '역시 그렇게 살아야 하지요.' 따위로 동조하다가, 정작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공유하고 알리자는 작은 실천을 행하자는 목소리에 바로,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댓글로만 응원할게요.', '라이킷 누르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합니다.'따위의 한심한 민낯을 드러내 보이고 말았었다.
그런 당신이 지금의 경찰들이 하는 짓거리처럼, 자신의 밥그릇을 건드리려는 위협에 으르렁거리며 자신들에게 동조해달라고,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달라고 한다면 그게 가당키나하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사욕을 위해 온갖 부정이란 부정은 다 저지르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거들먹거리던 자들이 선거철만 되면 지하철역에 굽신거리고 나타나고 매연이 그득한 삼거리에 고개를 숙이며 목이 터져라 자기를 다시 한번 거들먹거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소리치는 것과 지금 경찰들이 온갖 부정과 비리로 범죄행위를 덮어주고 범죄자들과 결탁하면서 자신들이 정의를 수호하는 민중의 지팡이라는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나는 도무지 알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