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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14. 2022

그들은 아무렇지 않다며 그렇게 살아가려 든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와 자괴감에 휩싸여...

어제 빨간당 당대표라는 완장을 차고 있다가 팽 당한 젊은 친구가 눈물을 쏟으며 기자회견이라는 걸 했단다.


바로 '최순실의 딸'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한 아이 엄마가 박근혜 키드에서 배신을 했으니 너에게 좋은 끝은 없을 거라며 악어의 눈물을 비웃고 맹비난을 던졌다고 한다.

그녀의 논리나 행실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비유가 아주 적확했기에 인용한다.


"당신은 당신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을 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당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다가 당신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정의를 입에 담고 바로잡는데 도움을 달라며 눈물을 흘린다. 의미 없다. 이제 와서 자신이 어려워졌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런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정확한 워딩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비유는 이 맥락에서 이루어진 비난이었다.

국민의 선택이라고는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자가, 주변의 상황을 이용하고 방송에 드나들고 가볍고 자극적인 입놀림과 sns질로 잠깐 이용당하며 오른 지위를 빼앗겼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다.

잊혀지고 묻혀지고 생매장당하는 것이 끔찍하게 싫을 것이다.

반찬도 없는 거친 보리밥을 먹던 사람은 9첩 반상의 호화스러운 밥을 먹을 수 있지만, 9첩 반상의 호화스러운 밥을 먹다가 다시 반찬도 없는 거친 보리밥을 먹으라고 하면 죽음까지 생각한단다.


그것이 인간의 간사함이다.  


어제 너무도 산만하고 힘들어진 머릿속을 비우겠다고 길게 묶고 다니던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렇게 긴 머리를 모두 잘라버리는 것으로 상념들이 모두 잘려나간다면야 삭발하고 명상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주 문체부에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돈잔치를 하는 재단의 행사를 초청받아 다녀왔다. 4일간에 걸쳐 이루어진 그 행사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이미 참석하려는 이들의 목적성이 오염된 상태였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일비로 만 오천 원을 준다고 하며 세금으로 호객행위까지 하며 자신들이 준비한 허접한 행사의 흥행 참패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발버둥을 쳤기 때문이었다.


만약 대기업의 행사였다면, 그들은 행사가 텅 비어있는 것을 두려워하여, 혹은 그 홍보효과를 위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참석하는 이들에게 그 비싼 호텔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이사이 호텔의 케이터링 서비스로 간식과 차와 커피를 상시 대접했겠는가?

폭우에 더워 죽겠는데 추워서 가디건까지 챙겨 입어야 할 호텔 그랜드볼륨에서 고급 간식 케이터링 서비스와 비싼 호텔 도시락까지 준다며 그 소문을 들은 관련학과 대학생들과 할 일 없는 머리가 백발인 노년들과 아줌마들이 가득한 행사장에서 한숨을 넘어서 이렇게 나라를 좀먹는데 다들 공조하는구나 싶었다.


거액의 예산을 청구하고 그것만큼 소진하지 못하면 이듬해에 돈을 더 청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재단 측은 꾸역꾸역 그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다는 사진과 증거를 남기기 위해 혈세를 아르바이트비처럼 뿌려가며 호객행위를 했고, 강사라고 초청된 공무원이나 관계자라는 이들은 정말로 인터넷을 긁어 개론 수업을 하는 수준의 대학 1학년 교양수업만도 못한 파워포인트를 읽어대며 창피함도 모르며 당당했다.


그들이 국민의 혈세로 만들었다는 수많은 자료 개발비들은 또 그들만의 돈잔치였음을 자랑스럽게 버려지는 브로셔로 만들어졌다. 정작 예산지원과 교육자료 지원이 절실한 곳에서는 당장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않은 강사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은 고사하고 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아줌마들의 새로운 일자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그들과 돈을 나눠먹는 공무원과 대학교수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실상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그 공돈과 눈먼 나랏돈을 나눠먹는 것에 혈안이 되어 나라를 좀먹는 것이라는 자각도 없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 수고했다며, 성공적인 행사라며 공허한 공치사를 날려댔다.


한편, 100여 일이 다되도록 쓰고 있는 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을 자신들의 손으로 덮고 그 진실이 세상에 폭로되어 경찰이 쓰레기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을 두려워한 그 조직은 셀프로 검찰에 각하 의견서를 내서 사건을 덮고자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업이나 세금을 탈루한 비리 기업인들에게는 돈을 받고 세금을 줄여주거나 없애주는 세무공무원이 뜬금없이 합법적인 사안임에도 푼돈을 뜯겠다며 자신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일까지 직접 당하는 경험을 했다. 처음엔 관련 법령 위반으로 세금을 과징하겠다고 했다가 그 법령 적용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이젠 직접 관련되지도 않은 대법원 판례까지 눈앞에 들이대며 자기 말이 맞다고 우겨댔다.


직접 관련된 대법원 판례가 정말 짜 맞춘 듯이 나타나서 그것을 들고 코앞에 들이댔더니, 당황하며 사과는커녕, '법의 판단을 제대로 한 번 끝까지 받아봅시다.'라고 하더라.

마피아라고 불리고 외교부라고 읽는 기관에서 공고를 내는데, '공통자격기준'이라고 낸 전공 부적합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낙하산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 발각되어 감사실장에게 직접 연락하여 이런 비리를 진작에 바로잡아야 하지 않았느냐고 꾸짖자 그녀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건 공통자격기준이라고 썼지만, 우리가 낸 내용은 그냥 일반적으로 그것도 하나의 기준으로 지키면 좋은 거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영사가 버젓이 필리핀의 총영사로 발령받고 후안무치로 대응하다 뉴질랜드의 언론에 대서특필이 되고 총리까지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를 하며 언급하자, 나라 개망신을 전 세계적으로 하고 나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곳이니 그럴 수 있다고들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는 더 기가 막히다.

대형 건설사의 막노동판 지휘감독을 하는 대리 따위가 자신의 뒷배경을 믿고 공사 중에는 어떻게 해서든 민원을 내지 말아 달라고 간도 쓸개도 빼어놓을 듯이 살살 기다가 공사가 완공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법대로 절차대로 할 수 있는 거 다 하라고 큰소리치고, 환경부와 서울시 관련 위원들은 해당 문제가 잘못인 것은 알면서도 오랫동안 대형 건설사에서 쳐놓은 약발에 큰 문제가 아니니 적당히 넘어가자고 한다.


그 사이에 그런 문제를 전문으로 삼아 대형 건설사에게 돈을 받아내고 의뢰인에게 절반의 이익을 나누자고 하는 로펌이 상어처럼 제안을 한다.


한국에 돌아온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직접 목도하고 경험하며 너무 어이가 없어 다리에 힘이 풀려 길 위에 있음에도 길을 잃은 듯한 멍한 상태로 나를 만든 일들의 아주 지극히 일부분의 사례들이다.


내가 까칠해서, 혹은 내가 도저히 아닌 것에 대해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라 자꾸 분란을 일으킨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한심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내가 전화기에 일갈하며 소리를 지르고, 매번 뛰어다니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싸움을 즐기는 파이터라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묻곤 한다.


"나라고 이렇게 진 빠지는 네버엔딩 파이팅이 좋을 리가 있겠나?"


고급 호텔 도시락도 주고, 추워서 가디건을 꼭 챙겨가야 하는 공간을 제공해주며, 참석했다고 일비로 만 오천 원을 준다고 딸까지 데리고 온 나이 든 노인이 장성한 딸에게 자신이 인터넷을 통해 이 행사를 찾아낸 것이 개꿀이라며 당당히 말하는 것을 바로 뒤에서 들으며 나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글을 통해, 사람들의 양심을 건드려 조금이라고 남아 있는 당신들의 양심이 그 끈을 끊고, 잘못을 바로잡는 길로 가자고 외쳐도 당신들은 그저 이 공간은 적당히 재미있는 킬링타임용 글을 읽고 나는 선량한 소시민이라는 코스프레를 하며 글을 쓰고 댓글과 라이킷을 받는 즐거움에 찾는 것이라며 구독을 취소하고 도망가버렸다.

빨간당의 당대표였던 자가 눈물을 쏟는 것은 자기가 그런 꼴을 당할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그 눈먼 돈을 같이 좀 나누자고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하다가 정말로 당신의 목에 칼이 들어가고 당신이 슬쩍 피했던 길고 녹슨 못이 당신의 발을 파고들었을 때, 당신이 도와달라고 절규하고 눈물을 흘릴 때 그 모습을 보는 뻔뻔했던 또 다른 당신의 모습은 당신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꾸역꾸역 구름으로 채워져 가는 강남의 하늘을 창가 너머 본다.

빛이 보이지 않고, 답답함은 이제 갑갑함을 넘어섰다.

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이 총체적인 난국의 상황을.   

  





100여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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