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Jul 14. 2021

유키 구라모토, 유감

내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제대로 일을 하고 있을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이름으로 20여 년 전에 작업했던 그림책을 출간하려고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30여 년 전부터 책을 출간했던

내 경험으로 비춰보건대

시대가 변했기에 이제 시대에 맞는

포장과 작업이 새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애써 그린 그림이니 음악을 함께

넣어 배경음악을 깔고

그 위에 최근 유행하는 읽어주는 방식의 내레이션을 책과 함께 넣으면 어떨까 하는

기획을 하게 되었다.

내 책과 그림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일까?

처음엔 직접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조금 과하다 싶어, 기존 연주자들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다.

사카모토 류이치?

유키 구라모토?

이루마?


고민 끝에 유키 구라모토상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한국에 매년 나오기 때문에

직접적인 소통이 크게 어렵지 않다.

둘째, 일본 본토보다 한국인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단,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하는 것은

어렵지 싶었다.

관계자들에게 들은 바에 의해서도 그렇지만, 51년생이라는 나이를 생각해볼 때

인터넷이나 sns를 자신이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기에 직접 한국의 활동을 총괄 매니지먼트한다는 회사에 연락을 취했다.


6월이 되기 직전이었으니,

그의 한국 공연이 막 진행되고 그가 한국에 와서

체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즈음이었다.

직접 스케줄과 그의 한국 관련 업무를 모두 봐주고(?) 있다는 이에게

연락을 요청한다고 회사에 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여직원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내가 메시지를 전달한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서였다.


"한국 공연 이외의 여타의 콜라보 작업은 전혀 계획이 없으시답니다."


다시 요청했다.


"내 작품을 읽어보실 수 있게, 그냥 전달만 하는 것인데요?

전자책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전달만 해도 됩니다."


"담당하시는 이사님이 그럴 생각이 없으시답니다."


최근 언택트 프로젝트의 기획에 참여하면서 몇몇 연예기획사의 사장들과 접촉할 일이 있었다.

참 별소리를 다 들었기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내가 원하던 재주 많은 친구를 추천하여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성사시켰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자신들이 지금 메이저라고 생각하는

기획사 사장들의 대응을 보며

혹은 지금 그들의 측근이라며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들의

건방진 전화응대를 대하며

참 씁쓸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가장 치력해야 할 것은

이 프로젝트가 자신이 관리하는

연예인들의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작업인가 하는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대개 그들은 현재 담당하고 있는 한류스타급 연예인의 매니저 출신이다.

매니저 출신들을 폄하하거나

하대할 의도는 전혀 없다.

시류가 빠르게 변화하는 바닥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빠른 판단과 결정만이

그들이 관리하는 연예인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한창 드라마를 쓰고 만드는 일을 하던

90년대의 여의도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돌아가는 연예계나 그들의 행태는

제법 같은 듯 하지만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뭐, 기본적인 생리야 지극히 불변의 진리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싶긴 하지만.


문제는,

과연 그들이 그럴만한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과

그들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고

다른 많은 분야에 있는 전문가와의 접촉을 통한

경험 축적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냥 그 바닥에서

그 상황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늘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를 사외이사로 초빙해서

글로벌화를 진행시키겠다고 했던

극히 일부의 대형 회사들을 제외하고서 나는 제대로 된 미래를 준비하며 혜안을 갖춘 매니저나 기획사 사장을 만나보지 못하였다.


고만고만한 업계 관계자들이라며 형, 동생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룸살롱에서 언니들을 부여잡고 술을 퍼제끼며 질펀하게 노는 짓거리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에게 혜안은 고사하고

제정신이 박혀 있는지를 묻고 싶을 때가

너무 많았다.


클래식 공연을 전문으로 기획한다는 그들이

유키 구라모토 상의 한국 일정과 업무를 관리한다는 미명 하에

콜라보를 저지한 것은 어찌 보면

그들에게 있어 너무도 일상적인 일이었을 수도 있다.

 

위 사진처럼 10여 년 전의 일본 본토 공연이 그나마 있을 때도 그랬을 텐데,

이제 일본에서는 더 이상 공연 수익이나 지명도면에서 돈이 안 되는 이 아저씨를

계속 지명도가 유지되니, 한국 지방공연으로 꽉 채워 돈을 만들 수 있는 공연이나 하면 되지

자신들은 어차피 정식 매니지먼트사도 아닌데,

공연 이외의 콜라보 같은 기획을 그에게 전해줄 하등의 이유가,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더 부아가 났다.

따로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작품에 대해 검토를 할 수 있게 전해달라고 한 것뿐이다.

그런 접촉 시도사실조차 유키상은

알지 못한 채

이 해프닝은 막을 내렸다.


영화 시나리오가

배우에게까지 직접 들어가는 과정역시

이와 비슷하게 정치적인 흐름이 깔리는 경우가 많다.


연예계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위치가 되면

직접 민원인을 만나거나 사무실 밖의 소리를 접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름아름 인맥이 닿는 일만 듣는 것은

결국에는 탈이 나기 쉽다.

결국 내 곁에서, 나를 위해 일해주는 이들이

내가 일하는 것처럼 그렇게 일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한국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아이들의 커버송 언택트 심사를 해줄 심사위원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몇몇 가수들의 기획사 사장과 매니저들에게 연락해서 직접 통화를 해봤다.


그중에 별로 잘 나가지도 않아,

그의 SNS에 보면 코로나로 공연이 없어

근근이 먹고 산다고 징징거리는 글을

적은 이가 있었다.

그런데 개런티를 묻고 난 그 매니저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음, 우리는 아무래도 뮤지션이라는 의식이 강하시기 때문에 음악 작업 이외의 이런 여타의 작업에 대한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계십니다."


어이가 없어 내가 물었다.


"예능프로에 내레이션을 계속 하던데 그게 지금 당신이 말하는 뮤지션의 음악 작업인거로군요?"


그의 말문이 막힌 것을 20초간 확인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머리에 뇌가 장착된 이들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는 시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공중파 기레기 행태 분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