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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09. 2021

'요즘' 공중파 기레기 행태 분석

현직 목사 아동학대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중심으로

일반인 부부와 말다툼을 하던 현직 목사가 갑자기 상대에게 저주의 기도를 내뱉고,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해 집안으로 갑자기 달려들어가 무기를 꺼내오듯

자신의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들고 나와 던지려는 행위를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황당한 일을 당한 부부가

언론사에 제보라는 것을 하였다.

케이블은 깜냥도 되지 않겠지 싶어 아예 논외로 하고 공중파 뉴스에 제보를 하였다.

연락이 오기 시작했단다.


그 황당한 과정을 간략이 정리해본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요즘' 공중파 기레기들의 행태 분석되시겠다.


가장 황당한 공영방송사부터.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처럼 예의를 갖춘 젊은 여기자라 연락을 했더란다.

이제 30대도 되지 않았을 사회부 기자 막내.

자기 딴에는 온갖 예의를 갖추는 척 자료를 달라고 낮은 포복을 유지했단다.

부부가 법률전문가에게 코치받은 대로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고 했다.


"기사가 킬 당해서 나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관계자들을
전화 취재해도 좋으니 사실관계는 끝까지 확실하게 밝히는 취재를 완료해주세요."


통화 녹취를 들어보면, 이 생기발랄한 여기자는 공영방송사 사회부 기자의 명함을 메시지로 떡하니 보내며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약속할 거리도 안됩니다. 기사를 내기 위해 당연히 취재를 하는 거고,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킬 당했으니 뭐 어쩌고 그런 이유로 취재를 접지 않습니다. 그게 저희가 케이블이나 허접한 일간지 기자와 다른 거죠. 필요하다면 카메라 기자와 대동하여 제보자분의 취재도 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미덥지 않았지만,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했던가,

연락이 없었다.

부러 명함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더니 처음의 예의와는 거리가 먼 목소리로 받더란다.

"어떻게 된 거죠? 연락이 없어서 확인차 전화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은 다 끝나셨나요?"


여기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취재를 좀 해봤는데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통화 녹취를 몇 번이나 들어봤지만 이 부분이 압권이었다.


"제가 해당 경찰서에 전화를 했더니 그 초동 수사관이 연락을 피하다가 해당 서 수사과장이 전화를 해오셨어요. 자기 방에 스피커폰으로 켜고 옆에 초동 수사관을 불러서 세워놨으니까 얘기하자고요. 그런데 결론은, 이미 녹취 파일을 다 받아서 분석했다는데요? 게다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는 어차피 cctv 같은 게 없어서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다고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어하던 제보자가 물었다.


"내가 해당 녹취를 준 적이 없다는 메일도 다 보내줬잖아요? 정작 당사자가 준 적이 없는 걸 어디서 받아서 분석까지 했다는 거죠? 그리고 감찰을 맡은 서울 경찰청의 헛소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셨나요? 끝까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약속한 게 있잖아요?"


여기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냥 통화에서 수사과장이랑 초동 수사관한테 물어보니까, 자기네들이 확보했다고 그러면서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접었어요. 저도 중간보고했는데, 위에서 그만하라고 해서 그냥 접는 거고요."


제보자의 언성이 높아졌다.


"약속이 다르잖아요? 사회부 기자가 경찰이 그렇게 말한다고 사실관계 크로스 체크도 하지 않고 '그렇습니까?'라고 말하고 취재를 접나요? 요즘 사회부 기자는 그래요? 제가 사회부 데스크에 직접 물어볼게요."


여기자는 거침이 없었다. 말 그대로 요즘 애들의 당당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는 사회부 데스크라고 말씀드린 적 없고요. 그냥 제 위에 사수가 저한테 이런 제보 한번 알아보라고 던져준 거 확인하고 별거 아니니 접으라고 해서 접은 게 답니다."


데스크도 아닌 그저 4,5년 차 기자가 이제 수습딱지를 뗀 기자에게 기사거리가 될만한

제보를 던져주고 자신의 아바타처럼 돌리는 것, 그것은 언론계에서는 흔히

'총 맞았다'라는 표현을 쓴다.


자신이 직접 물어온 것도 아니고, 그저 사수가 던져준 숙제를 하기도 싫었지만 열심히 하는 척한 것이 그 여기자가 사는 법이었다.


'그것이 늘 궁금한' 방송사의 기자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는 나름대로 자신이 경찰을 후려치고 옷을 벗게 할 특별한 기사까지 준비하는, 대단한 사회부 기자라며 너스레까지 떨며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요즘이나 그 이전이나 기레기들은 최대한 제보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굽신거리는 척을 한다.

그런데 대강의 자료를 받은 '그것이 궁금한' 방송사 기자가 물었다.

"이거 동영상이 있으면 대박 특종인데요. 혹시 cctv 없으신가요?"

 

넌지시 낚시를 드리우는 그의 말을 들으며 제보자는 대답한다.

"있긴 한데, 현직 목사가 자신의 행위가 문제가 될까 싶어 아예 파워 코드를 뽑아버렸어요."

그러면서 다시 제보자는 약속을 확인받는다.


"기사라는 게 킬 될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건 관계자들이 식겁할 수 있게 사실관계 체크를 끝까지 취재해주신다고 약속해주시면 자료를 모두 정리한 거 보내드릴게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씩씩하게 기자가 대답한다.

"그거야 당연히 말씀하시지 않아도 기자가 해야 될 몫이고요.
제가 책임지고 약속드리죠."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락을 몇 번이나 했지만 그는 연락을 피하는 듯했다.

다른 전화기를 빌려 전화를 했더니 반갑게 받는 그의 목소리가 역겨웠다고 제보자는 기억하더라.

구차한 목소리로 변한 '그것이 궁금한' 방송사 기자가 변명했다.


"저는 확실히 이 목사도 목사지만 이런 진실을 눈감아주고 말장난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경찰들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희 회사 내부 분위기 가요. 이게 어쨌든 원인 관계가 선생님과 그 목사의 적대적 관계잖아요. 만약 선생님이 제삼자라서 아이를 던지려고 한 걸 목격한 거면, 100% 나가는데, 선생님과 고소고발로 엮여 있어서 공익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아 잘릴 가능성이 있어서요. 그게 좀 우려가 됩니다."


제보자가 답답한 목소리로 다시 묻는다.

"다 그렇다고 칩시다. 지금 해당 경찰서는 물론이고 경찰청의 관계자들을 찾아가서, 아니, 최소한 전화로라도 취재를 하고 나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약속했잖아요?"

기자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요즘' 애들은 혼나면 바로 풀이 죽는다.


"그렇군요. 뭘 말씀하시려는지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한번 검토해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그에게서 다시 한번 연락이 끊겼다.

답답했던 제보자가 대학 동기인, 데스크로 승진하기 코앞인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단다.

전후 사정을 듣고, 심지어 그 여기자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던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해주었다고 한다.

"사실 요즘 얘들이 그래.
선배라고 말해도 듣지도 않고 뭐라고 하면 지들 엄마한테 전화해서 일러서 윗선 통해서 전화 오게 만들고.
근데 더 심각한 건 요즘 애들로 꽉 찬 여의도가, 그리고 언론사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어.
똑같은 뉴스인데도 그저 큰 뉴스만 다루려고 하고. 예컨대 지금 그 일도 그래. 얘기만 들어도, 녹취만 들어봐도 목사란 놈이 똘아이에, 사이비라는 게 다 티가 나지. 그리고 지 애기를 던지려고 했는데, 문제가 안된다고 덮은 경찰 놈들도 그렇지. 그런데 '요즘' 언론이 그래. 그게 동영상이 있었으면 돈 주고서라도 사겠다고 케이블 방송사까지 뛰어들었을 거야. 시청률이 되거든. 그런데 좀 심하게 말하자면, 실제로 던진 것도 아니고, 애가 그래서 죽거나 혼수상태가 된 것도 아니잖아. 그게 '요즘' 기레기들 눈에는 '거리'가 안 되는 거야."



'기레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면,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에서 허위 사실과 과장된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지칭한다."라고 나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빼먹은 정의인 듯 한 느낌이다.

통 넓은 주자학의 정명론을 빌어

기레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게 맞을 것 같다.


기자가 기자답지 못한 것, 그것을 통칭 '기레기'라 한다.


기레기만 그럴까?

당신이 당신의 자리에서 당신의 직업이 갖는 이름값을 못한다면

당신이 당신답지 못한 순간

당신은 기레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이런 글을 보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거나

올바르게 살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럴 리도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그들보다 더 많은 이들

그들에 속해 있을지도 모를 당신들이

깨우치고 움직인다면

사회는 좀 더 맑은 쪽으로 흐를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걸고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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