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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Sep 11. 2022

당신이 포기하지 않았다면 아직이다.

절대 함부로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을 하지 마라.

어제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정말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양재천 산책을 나섰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는지 바람이 선선해진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산책을 할 겨를조차 없던 터에 100년 만의 슈퍼문이라는 말에, 한가위를 빙자하여 산책에 나섰다.

구름 낀 보름달이긴 했지만, 소원을 빌기에는 충분했다.


단 한 번도 원하는 소원을 이뤄준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소원을 빌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모님을 비롯한 우리 가족들 모두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달님은 우리 가족들을 늘 보살펴주고 있었을 것이라는 반성이 들었다.


어른들이 늘 말씀하시던, 우리 가족 중에 아픈 사람 없고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하는 바로 그 상투 어구가 마음에 울렸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희대의 괴물 태풍이라고 하던 힌남노로 포항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생명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마음이 내내 안 좋았다.


비가 내린다고 그 비에 죽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대 자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니 얼른 차를 1층으로 빼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에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던 이들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아픈 엄마가 혼자서 비 오는데 주차장을 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엄마를 따라나섰던 중2의 아들이나 4월에 해병대를 제대하고 알바를 하며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던 아들이 그렇게 돌아오지 못한 것을 부모는 평생의 멍에로 짊어지고 그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수영을 할 줄 아니 먼저 나가 살라는 엄마의 말에, 키워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긴 아들이 물에 갇혀 문을 열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말을 자신이 겨우 살아나서 듣게 되었을 엄마의 마음을 나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부적처럼 해병대를 제대한 아들이 신었던 지저분한 운동화를 신고 아들을 찾아 헤매다 아들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너졌을 아버지의 마음을 나는 가늠할 수 없다.


우연히 보게 된 미스터리 프로그램에서 20여 년 전 아이를 죽인 살인범을 잡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수사반장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가 평생을 살며 한 명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다운 경찰의 모습을 보곤, 그가 힘겹게 적어 내려 갔던 자필 유서 낭독을 들으며 그의 고뇌와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아픔을 감히 거슬러 더듬어보다가 울컥하고 말았다.

외교부의 후안무치한 기록과 자료들을 분석하다가, 경북대를 나와 지방대 출신이라며 내내 왕따 아닌 왕따를 조직에서 당하고 치이다가 광화문 외교부 본청에서 아침 일찍 뛰어내리려다가 청소 아줌마에게 발견되어 겨우 생명을 건졌는데, 결국 그 치임과 우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상하이 공관에 발령되어 힘겨워하다가 상하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자 외교관의 유서 같은 일기를 보고는 다시 맘이 무거워졌다.

힘들고 괴롭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의 기록을 접하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비가 많이 오는 것만으로 사람의 생명을 그리 쉽게 앗아갈 수 있을 거라고 여기지 않았던 젊은이들이 졸지에 세상을 등지고 그들의 죽음 뒤에 바로 추석 한가위를 맞으며 더 깊은 절망에 빠져있을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힘들고 괴로워 죽겠다.'라는 말을 쉽게들 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는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추석 같은 큰 명절 뒤에는 하루 평균 대한민국 자살수 40여 명이 급격히 44명으로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다.


당신이 저지른 실수가, 혹은 실패가 당신을 온통 패배감에 젖게 하고 움직일수록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상황들이 오히려 당신을 더 주눅 들게 만들고 한 번도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보지 않았음에도 자꾸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에 빠져들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지 마라.


살아서 몇 푼 안 되는 알바비를 벌어서 부모님에게 선물을 사드리려고 하던 젊은이가, 이제 어린이 티를 겨우 벗어나 공부 말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 엄마 걱정으로 엄마의 등 뒤를 늘 지켜봐 주던 중2 아이가 그렇게 살았어야 할 나날들을 당신은 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아직 다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당신도 그 점을 인정한다면 일단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그것도 꾸준히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나서 바꿀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 이후에 판단하라.


지금의 생각들이 당신은 무겁게 한다면, 당신의 자존감을 끊임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면, 그것을 올릴 수 있는 그 무언가라도 시도해보고 나서 판단하라.


몸을 움직이고 최상의 육체적 조건을 만드는 아주 1차적인 것이라도 시작하라.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고 어둠으로 파고들어 가지 마라.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 한, 당신은 아직 실패자가 아니다.


당신이 산 주식이 마이너스 몇십 퍼센트라 하더라도, 당신이 선물로 날린 돈이 억 단위라 할지라도

당신이 사업실패로 말아먹은 돈이 수십억이라 할지라도...


당신이 아직 그걸 팔지 않았다면 손실이 아니고,

당신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실패한 것이 아니다.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덮을만한 성공을 만들어낸다면 앞의 실패는 시행착오로 바뀐다.

구름 속에 숨은 그 큰 보름달을 보며,

내 사랑하는 가족들, 그 누구도 아프지 않고 큰 사고 없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당신 겪고 있는 그 실패에 대한 우울과 새로운 재기로의 두려움이

결코 당신을 상처 입히거나 좌절에 빠뜨리지 못하도록,

당신이 지금 보내는 그 무료한 멍 때리는 시간이 먼저 황망하게 세상을 등졌어야 할 이들이

얼마나 바라던 내일인지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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